[칼럼] 기대에 못 미치는 농지법 개정안
[칼럼] 기대에 못 미치는 농지법 개정안
  • 노진호 기자
  • 승인 2021.07.12 09: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형수 농본 정책팀장

올해 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광명시흥지구에서 내부 정보를 이용해 투기한 정황이 드러났다. 신도시 발표 전 LH 직원들이 주말체험영농 목적으로 1000㎡로 쪼개 농지를 매입하고, 희귀종 나무를 심는 등의 방식으로 농지 투기를 했던 것이다. 현행 농지법은 농지를 소유하려면 반드시 농사를 짓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무력화된 셈이다.

농지법 개정에 대한 요구와 전 사회적 관심으로 여러 건의 법안이 제출됐고, 법안들은 국회 농림축삭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조정 통합됐다. 먼저 상속이농 농지의 미이용 처분 의무를 명확히 하고, 주말체험영농 목적의 경우 농업진흥지역 내 농지는 소유하지 못하도록 했다. 또 주말체험영농이더라도 농업경영계획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그리고 농업경영계획서 상 직업, 영농경력, 영농거리 기재를 의무화 했다. 농지 투기를 사전에 심사하기 위해 농지관리위원회 설치를 규정했고, 농지를 경작에 이용하지 않을 시 농치처분명령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하지만 몇 가지 강화된 조항들은 소급적용이 되지 않아, 이미 벌어진 문제나 상황을 개선하는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특히 문제가 된 주말체험영농의 경우 농업진흥지역 내 소유가 금지됐다고는 하나 2020년 농지 거래 중 농업진흥지역 내 소유를 위한 거래는 전체의 1.06%에 불과하다. 물론 주말체험영농을 위한 거래 중 농업진흥지역 내 거래면적은 약 20% 정도이긴 하나, 실질적으로 주말체험영농 소유 대부분은 비농업진흥지역 내에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이번 개정안이 소유 규제를 강화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농지 관리의 핵심은 농지를 농사에 이용하는지 점검하는 것이다. 이용 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농지를 줄이고, 농사짓는 사람들이 농지를 이용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등이 농지 소유, 거래, 이용, 전용 등에 관한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년 1회 실태를 점검하도록 의무화 했다고는 하나, 조사 실시에 필요한 경비는 예산 범위에서 지원할 수 있다는 선택 조항으로 규정됐다. 실제 실태조사를 해야 할 지자체의 경우 관련 인원과 예산 확보가 필수인데, 실태조사를 안정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기반을 만들지 못한 셈이다. 또 실제 집행 상 책임을 중앙정부가 지자체에 떠넘길 수 있는 구조가 될 수도 있는 내용이다.

이번 농지법 개정안은 차기 회기가 아니더라도 향후 본회의에서 큰 무리 없이 통과될 것으로 전망된다. ‘농지에 농사를!’이라는 기본 원칙이 회복되기 위해 추가적인 농지법 개정 논의가 이어져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