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째 변함없이… “손님 먹는 것 우리도 먹는다는 마음”
3대째 변함없이… “손님 먹는 것 우리도 먹는다는 마음”
  • 황동환 기자
  • 승인 2021.07.23 08: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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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가게] 서울상회
2002년 광천에… “시어머니 젓갈가게 물려받아 지금까지”
국내산만 취급… 권향미 부대표 “큰 욕심 없이 오래오래”
홍성군 광천전통시장에서 3대째 젓갈 가게를 이어오고 있는 '서울상회'. 권향미 부대표는 남편과 함께 시어머니가 운영하는 가게를 2002년에 인수해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사진=황동환 기자
홍성군 광천전통시장에서 3대째 젓갈가게를 이어오고 있는 ‘서울상회’. 권향미 부대표는 남편과 함께 시어머니가 운영하던 가게를 2002년에 인수해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사진=황동환 기자

새우젓, 밴댕이젓, 갈치속젓, 아가미젓, 굴젓, 가리비젓, 꼴두기젓, 멍게젓, 명란젓, 조개젓, 창란젓, 아가미젓, 청어알젓, 토하젓(민물새우젓), 오징어젓, 낙지젓…

광천전통시장에서 3대째 젓갈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서울상회 권향미 부대표(48)가 가판대를 보며 불러준 이름들이다. 종류가 정말 다양했다.

권 부대표는 “육젓은 6월, 오젓은 5월, 추젓은 가을, 동백젓은 겨울에 잡히는 새우젓”이라며 “젓갈은 적당하게 익었을 때 가장 맛있다. 육젓을 선호하기도 하고 오젓을 더 높게 평가하기도 한다. 추젓과 동백젓은 작고 연한데 비해 육젓은 살이 가장 통통하다”는 친절한 설명도 더했다.

권 부대표는 서산 출신이고, 광천은 남편 고희석 대표의 고향이다. 그가 이곳에서 젓갈가게를 운영하게 된 건 20여년 전 시어머니의 권유로 시작됐다.

권 부대표와 남편은 서울 직장에서 만나 결혼한 후 광천에 둥지를 옮기기 전까지 경기도 안양 중앙시장에서 가게를 운영했다. 물론 젓갈가게였다.

권 부대표는 “1997년 안양 중앙시장에서 막 장사를 하려던 참이었는데 IMF가 터졌다. 운이 없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월드컵이 있었던 2002년에 내려오면서 시어머니는 인근에 새로 지은 건물로 옮기셨고, 우린 어머님이 운영하던 현재의 가게를 물려받아 지금까지 장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 부대표의 가게는 광천역에서 시장으로 연결되는 진입로 입구에 자리한 ‘서울상회’ 간판이 보이는 3층짜리 시어머니의 건물과 불과 20m 떨어져 있다. 권 부대표 가게의 이름도 ‘서울상회’다. 간판 아래 걸려있는 현수막에는 ‘KBS TV방영’이라는 커다란 문구 양옆으로 △살이 통통하게 오른 새우젓으로 손님공략 △육성 중인 수십통의 젓갈들 △주문과 동시에 배송준비 착착 진행되는 서울상회 △대한민국 매스컴이 극찬한 3대째 이어온 밥도둑 대박젓갈 등의 글귀가 적혀 있었다.

권 부대표가 가게를 인수할 당시 광천전통시장은 하루에 젓갈 한 드럼씩 팔릴 정도였지만 요즘에는 예전만 못하다고 한다. 그는 손님이 줄어든 원인으로 △잡히는 새우젓 물량이 점점 줄어든다는 점 △물량이 적다보니 새우젓 가격이 상승한 점 △짠 음식을 기피하는 풍조 △경쟁업체가 늘어난 점 등을 꼽았다. 그는 “2002년에 내려왔을 때는 점포가 50여개였지만 지금은 100개가 넘는다”고 말했다.

서울상회는 쉬는 날이 없다. 1년 365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영업한다. 취급하는 새우젓은 모두 전남 신안에서 올라온다. 남편인 고 대표는 해마다 새우잡이 철이 되면 매주 금요일 전남 신안까지 직접 가서 1년치 팔 물량을 확보한다. 3~8월까지가 좋은 새우젓을 잡는 시기이고, 특히 날씨가 더운 5~7월 잡히는 새우가 살도 통통하고 좋다. 고 대표가 입찰에 참여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권 부대표는 “계약을 하면 다음날 새우가 올라온다. 올라온 새우를 소금에 절이고, 광천토굴에서 숙성시킨 후 냉동창고에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판매한다”며 “요즘엔 손님이 없는 시기라 한 드럼이 아니라 마수(개시)하면 다행이다. 9~11월이 호황기다. 김장 준비를 위해 찾는 손님들이 많다. 1년에 두 세 달보고 하는 장사”라고 전했다.

권 부대표는 “광천전통시장 가게들은 대부분 100% 국내산 새우젓을 취급한다. 손님이 먹는 것을 우리도 먹는다는 생각으로 비싸도 국내산을 고집하는 게 광천사람들”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멀리서 오시는 분들로부터 ‘애기엄마가 친절해서 좋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며 “너무 욕심내지 않고, 지금처럼 꾸준히 이 자리를 지키면서 손님들의 신뢰를 깨뜨리지 않고 오래 오래 장사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한번 다녀간 손님들이 권 부대표의 친절함에 반해 다시 찾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서울상회에는 새우젓 외에도 명란젓, 멍게젓, 토하젓 등 다양한 젓갈류를 취급하고 있다. 사진=황동환 기자
서울상회에는 새우젓 외에도 명란젓, 멍게젓, 토하젓 등 다양한 젓갈류를 취급하고 있다. 사진=황동환 기자
권 부대표의 시어머니는 기존 가계를  아들 부부에게 물려주고 새로 지은 건물에서 '서울상회'라는 이름으로 젓갈 가게를 운영중이다. 광천역에서 시장 진입로 입구에 위치해 있다. 사진=황동환 기자
권 부대표의 시어머니는 기존 가계를 아들 부부에게 물려주고 새로 지은 건물에서 '서울상회'라는 이름으로 젓갈 가게를 운영중이다. 광천역에서 시장 진입로 입구에 위치해 있다. 사진=황동환 기자
권향미 부대표의 시어머니 김용숙 씨. 사진=황동환 기자
권향미 부대표의 시어머니 김용숙 씨. 사진=황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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