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한 세상… 쓸수록 시원해집니다
답답한 세상… 쓸수록 시원해집니다
  • 노진호 기자
  • 승인 2021.08.13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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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가게] 내포신도시 ‘묵연서예교습소’
로얄프라자 3층에 지난해 여름 문 열어
류옥순 원장 “잡념은 줄고, 창의성 늘고”
지난해 여름 내포신도시에 문을 연 묵연서예교습소 류옥순 원장. 사진=노진호 기자
지난해 여름 내포신도시에 문을 연 묵연서예교습소 류옥순 원장. 사진=노진호 기자

“고민이 있거나 할 땐 글씨를 씁니다. 그러다보면 정신이 맑아지거든요.”

내포신도시 로얄프라자빌딩 3층에 있는 ‘묵연서예교습소’ 류옥순 원장(62)의 고백(告白)이다. ‘달인(達人)’이라고까지 하면 부담스러울지도 모르지만, 강산이 세 번 변하는 동안 서예와 함께한 분의 말이니, 새겨들어도 좋을 것 같다.

‘서예’는 기술의 발달 등으로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잠깐 멈추어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정신문화 함양을 위해 꼭 필요한 예술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이 같은 관심은 서예가 단순히 ‘글씨를 쓴다’는 행위의 실용성뿐 아니라 정신과의 혼연일체를 강조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내포신도시에 있는 ‘묵연서예교습소’는 지난해 여름(8월 11일) 문을 열었다. 이곳을 찾으면 류 원장이 직접 쓴 ‘서예 간판’이 눈에 띈다.

그는 “서예는 30대에 접어든 후 취미로 시작했다. 난 예산에 살았는데 잘 아시다시피 예산은 추사 김정희 선생의 생가가 있는 의미 있는 지역이다. 그 호(號)를 딴 술도 있는데, 글씨를 마음껏 쓸 수 있는 곳은 예산에도 가까운 홍성에도 없었다”며 “서예를 즐길 수 있는 장소가 하나쯤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단 생각이 ‘묵연(墨緣)서예교습소’로 이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조금 늦게 시작했지만, 류 원장은 서예의 매력에 푹 빠졌다. 그는 “내 나이 쉰 넘어서 원광대학교 서예학과에 들어갔고, 2014년 졸업했다. 제대로 배워보고 싶었기 때문”이라며 “만학(晩學)이라 쉽진 않았지만, 젊은 사람들과 함께 공부하는 것 자체가 좋았다. 졸업 전시회는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회상했다.

류 원장은 졸업 후 내포 평생학습센터와 예산지역 학교의 방과 후 강사 등으로 활동했다. 또 대학에 가기 전에도 예산도서관에서 어린이 천자문교실을 열었다고 한다.

그는 “대학에 가기 전에도 김정희 휘호대회 등 초대작가 경력은 다수가 있다”면서도 “그냥 취미로 할 때랑 전공을 한 후에는 아무래도 다르다. 조금 더 조심스럽기도 하고, 책임감도 생겼다”고 말했다.

‘묵연서예교습소’는 이제 1년 됐지만, 코로나19 때문에 힘든 점이 많았다고 한다. 류 원장은 “서실 자체가 그렇게 대중적이진 않다.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홍보도 모집도 더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묵연서예교습소’에는 서예를 취미로 즐기는 일반인들이 더 많지만, 한자서예나 천자문 등을 배우는 학생들도 꽤 있다. 이곳은 월~금요일 문을 열며 원하는 시간에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류 원장은 “체본을 써드리면 임서를 하고, 이후 주묵(朱墨)으로 체크를 한다. 한 번 오시면 2시간 정도 쓰고 가시는 분들이 많다”며 “보통 오후 1시반부터 9시까지 문을 연다”고 말했다. 여기서 ‘체본(體本)’은 서예에서 보고 따라 쓰기 위한 용도로 스승이 써준 글씨를, ‘임서(臨書)’는 체본을 보며 쓰는 것을 뜻한다.

서예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류옥순 원장에게 그 매력에 대해 물었다. 그는 “고민이 있거나 하면 글씨를 쓰는데 그럼 거기서 벗어날 수 있다. 집중도가 높은 서예인 만큼 정신이 맑아지고 잡념이 사라지게 된다”며 “지난 30여년간 몸소 경험한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한문서예의 경우 한자의 원리 자체가 창의적이어서 새로운 생각을 펼쳐내는 창의성 함양에 좋다. 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싶다”고 더했다. 문의= ☎010-8776-4281.

묵연서예교습소 류옥순 원장이 주묵을 써 한 학생을 지도하고 있다. 사진=노진호 기자
묵연서예교습소 류옥순 원장이 주묵을 써 한 학생을 지도하고 있다. 사진=노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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