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된 인생… 행복 향해 오늘도 한걸음
詩가 된 인생… 행복 향해 오늘도 한걸음
  • 노진호 기자
  • 승인 2021.09.03 09: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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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시니어노조 충남지역본부 박현조 위원장
열네 번째 시집… “수익금으로 어려운 동료 도울 것”
1·4후퇴 때 남으로, 가난·배고픔… “내 시는 사모곡”
시니어노조 관심 당부… “‘인생문학관’ 만드는 게 꿈”
열네 번째 시집 ‘칠부능선 지금부터’를 펴낸 전국시니어노동조합 충남지역본부 박현조 위원장. 사진=노진호 기자
열네 번째 시집 ‘칠부능선 지금부터’를 펴낸 전국시니어노동조합 충남지역본부 박현조 위원장. 사진=노진호 기자

‘남은 인생은 빛처럼 살고 싶다.’

전국시니어노동조합 충남지역본부 박현조 위원장(72)의 열네 번째 시집 ‘칠부능선 지금부터’ 서시(序詩) 중 한 구절이다. 그는 1998년 월간 ‘문학공간’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내포뉴스는 지난달 30일 박 위원장의 일터이자 시니어노조 충남지역본부 사무실인 내포신도시 A-one 플라자 지하 1층을 찾았다. 열네 번째 시집과 ‘칠부능선’에 다다른 그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였다.

박 위원장과의 대화는 지난 8월 12일 발행된 시집으로 시작됐다. 그는 “오십부터 시니어라고 하지만 우리 노조원들은 대부분 ‘백세시대’로 치면 인생의 칠부능선에 가깝거나 넘어선 사람들”이라며 “‘을(乙)’로서 핍박당하고 가장 낮은 곳에서 서러움도 많지만 아픔만 있는 건 아니다. 노동의 대가로 밥상에 고등어 한 마리라도 올리는 게 행복이기도 하다. 시니어노조 위원장을 하며 틈틈이 쓴 것들인데 그런 긍정적인 메시지를 담으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박 위원장은 또 “보령 이마트에서 일하다 사고를 당한 동료가 있다. 또 아파트 청소를 하던 여성 회원은 암 투병 중이다. 이번 시집을 내고 출판사에서 500부를 줬는데 그 수익금으로 도울 생각”이라고 더했다. 시니어노조 충남지역본부는 오는 10일 오전 11시 내포뉴스에서 시집 출판기념회 겸 기금 전달식을 열 예정이다.

전국시니어노조는 2014년 4월 29일 출범했으며, 그해 5월 8일 고용노동부 설립신고증을 받았다. 충남지역본부는 2019년 1월 22일 충남중부지역지부로 창립, 그해 12월 5일 충남지역본부로 승격 인준됐다. 현재 활동 중인 회원은 75명이다.

노조의 지난 시간에 대해 박 위원장은 “늙어서 일은 한다는 게 쉽지 않다. 특히 소방이나 기계고장 등 기술적 부분에 대한 어려움이 크다. 우리 노조는 기술·노하우 공유와 안전사고 예방 활동을 하고 있다”며 “취업 정보를 제공하고, 각종 애경사에 힘이 돼 주는 것도 우리의 역할이다. 다양한 애로사항을 듣고 해결을 돕는 상담실도 매월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칠부능선을 넘어 빛을 향해 가고 있는 그의 삶에 대한 이야기도 들었다. 박 위원장은 주민등록상 1949년생이지만, 실은 46년생이라고 한다. 개성 인근에 살던 그는 1951년 1·4후퇴 때 어머니·형과 함께 남으로 왔다.

그는 “내가 다섯 살 때 일이다. 아버지는 북으로 잡혀가셨다. 임진강을 건너 걷고 또 걸어 도착한 게 인천이었다. 어머니는 행상(行商)을 했다. 어릴 때는 돈이 문제가 아니라 먹는 게 걱정이었다”며 “어머니는 고혈압으로 일찍 돌아가셨다. 그 그리움이 날 시인으로 만들었다”고 전했다.

박 위원장은 1975년부터 2006년까지 인천과 경기도에서 공직생활을 했고, 2006~2009년 인천관광공사 기획관리본부장을 역임한 후 은퇴했다. 그리고 2010년 8월 지금 살고 있는 충남 청양으로 왔다.

그는 “등산을 좋아한다. 칠갑산이 날 청양으로 오게 한 것 같다. 원래는 은퇴 후 집에서 책만 보려 했는데 그러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보령에서 아파트 관리소장을 했고, 이후 내포신도시로 오게 됐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의 시에는 아내도 종종 등장한다. 이번 시집 중 ‘오늘도 행복합니다’에서는 “비 오는 날이면 우산이 되어 준 당신”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그는 “1972년 해병대 제대 후 공장에 다녔다. 외롭기도 했고, 방황도 많이 했다. 그러던 중 아내를 만났다. 인천 자유공원에서 처음 만나 46년째 함께하고 있다”며 “아내는 8남매인데 처가 행사 따라다니는 것도 어려웠다(웃음). 사실 처가 도움을 많이 받았다. 공직을 권유한 것도 처가 식구들이다. 약혼식 때 도전을 결심했고, 결혼식 때 합격 통지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아내는 평범한 가정주부다. 참 좋은 사람…”이라고 보탰다.

인생 후반부에 빛을 더할 계획에 대해서도 물었다. 그는 “더 일할 수 있는 시간을 3년 정도로 본다. 노조위원장 임기도 3년이라 같이 해나갈 수 있을 것 같다”며 “일을 하는 시니어는 늘고 있는데 시니어노조는 모르는 사람이 많다. 더 뭉쳐야 힘도 커지고 그래야 일하기 더 좋아질 것이다. 충남도 등 지자체와 관계 기관에서도 더 도와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끝으로 박현조 위원장은 “내 꿈은 집에 조그마한 ‘인생문학관’을 만드는 것이다. 내 삶과 글을 정리해 놓고 싶다”며 “집 근처 소나무와 꽃밭들을 잘 가꾸며 준비해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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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 2021-09-04 15:26:38
위원장님 존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