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다양성 보전… 지구를 지키는 일
생물다양성 보전… 지구를 지키는 일
  • 황동환 기자
  • 승인 2021.09.13 17: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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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군, ‘제1회 전국 생물다양성대회’ 개최
“논 생물이 살지 못하면 사람도 못 삽니다”
지난 10일 홍성의 유기농 특구인 홍동면 문당리에서 진행된 '제1회 전국 생물다양성대회'에 참석한 홍동초등학교 학생들이 이은희 캘리그래퍼와 함께 '지구를 지키는 논'이라는 글씨 위에 핸드프린팅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사진=황동환 기자
지난 10일 홍성군 홍동면 문당리에서 진행된 ‘제1회 전국 생물다양성대회’에 참여한 홍동초등학교 학생들이 이은희 캘리그래퍼와 함께 핸드프린팅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사진=황동환 기자

효율성과 생산성을 앞세운 농약, 제초제, 비료 등의 과다 사용으로 많은 생물들이 사라져가고 있는 가운데 새뱅이, 왕잠자리 애벌레, 말거머리, 물방개, 장구애비, 또아리달팽이, 왕우렁이, 개아재비 등 반가운 논 생물들을 만날 수 있는 자리가 펼쳐졌다.

전국 최초의 유기농 특구인 홍성군은 지난 10일 홍동면 문당리에서 ‘제1회 전국 생물다양성대회’를 개최했다. 친환경농산물의무자조금관리위원회가 후원하고 홍성군친환경농업협회가 주관한 이번 대회는 ‘문화와 지구를 지키는 논’이라는 주제로 열렸으며, 생물다양성을 지켜가고 있는 △청산도 구들장 논 △남해다랭이논 △소로리마을 △서울지역어린이집 4곳 △양평 질울고래실마을 등 국내 5개 공동체가 참여해 ‘홍성군청 유튜브 채널’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됐다.

 

‘논’… 생물다양성의 보고(寶庫)

‘침팬지 박사’로 유명한 제인 구달은 생물다양성을 거미줄 즉 ‘생명의 그물망’에 비유한 바 있다. 마치 거미줄의 줄이 한두 개씩 끊어지면 거미줄이 점점 약해지듯이 동식물 종이 하나씩 없어지면 균형이 무너지게 된다는 것이다.

△지구에서 생존하는 모든 종의 다양성 △이들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다양성 △생물이 지닌 유전자의 다양성을 총칭하는 ‘생물다양성’은 지구상의 모든 생명의 생존과 번영을 책임지는 ‘안전망’을 제공한다. 반대로 이 ‘안전망’이 끊길 경우 인류 생존의 위협요소로 작동할 수 있다.

생물다양성의 보고인 논은 식량 생산뿐 아니라 △생물다양성 보전 △지구 온난화 억제 △저수를 통한 홍수조절 등 인간과 자연에 이로운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 이날 행사는 생물다양성의 보전이 지구를 지키기 위한 중요한 활동임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였다.

친환경농산물의무자조금관리위원회 주형로 위원장이 40년 넘게 유기농으로 경작하고 있는 홍동면 문당리 논에서 1시간30분 동안 진행된 이번 대회는 △‘지구를 지키는 논’ 캘리그라피 퍼포먼스 △논 생물 관찰하기 △육상곤충 채집 △논 생물 카드놀이 △모두 함께 메기잡기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서울 ‘논살림사회적협동조합’ 회원들이 홍동초등학교 학생들에게 논에서 관찰할 수 있는 다양한 생물종들의 이름과 그 이로움에 대해 설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국내 유기농업 1세대에 속하는 주형로 문당권역 위원장. 주 위원장은 '논 생물이 살 수 없는 환경이면 인간도 살 수 없는 세상이 될 것
국내 유기농업 1세대인 주형로 문당권역 위원장. 주 위원장은 “논 생물이 살 수 없는 환경이면 인간도 살 수 없다”고 경고했다. 사진=황동환 기자
환경보호, 건강한 먹거리 제공 등 논 농업이 지닌 다원적 가치를 다방면으로 전파하고 있는 단체인 '논살림사회적협동조합'의 김석순 조합원(왼쪽)이 학생들에게 다양한 논생물종의 명칭과 역할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황동환 기자
논살림사회적협동조합 김석순 조합원(왼쪽)이 학생들에게 다양한 논 생물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황동환 기자

논 생물이 살 수 없다면 사람도 살 수 없다!

문당권역 위원장이자 국내 유기농업 1세대에 속하는 주형로 위원장은 “농약·비료의 사용으로 사라졌던 개구리가 유기농업으로 1m간격으로 뛰어오르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고, 투구새우, 토종새우 등이 하나씩 생기고 있다”며 “해충을 제거 대상으로만 볼게 아니라 익충과 함께 살게 놔두면 그들 스스로 조절한다. 다만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기다릴 줄 만 안다면 자연도 인간도 살 수 있는 세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 위원장은 “오늘의 기후위기 역시 생태계 조화가 깨진 것과 깊은 연관이 있다. 이 위기를 누구의 탓으로 돌리면 결코 극복할 수 없을 것이고, 우리 스스로 자연을 지키려 노력할 때만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더했다.

이날 행사에서 논 생물 관찰 프로그램을 진행한 논살림사회적협동조합 김석순 조합원은 “2008년부터 홍성과 서울을 오가며 친환경유기농업이 논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에 대해 주 회장의 논을 대상으로 정밀 조사를 진행하면서 논의 생태적 가치를 대중들에게 알리고 있다”며 “논 농업이 갖고 있는 다원적 가치는 수치로 계량화하기 쉽지 않다. 우리가 밥을 먹으면 환경을 지키는 문에 다가서는 것이고, 그 중에서도 친환경 쌀을 선택해 먹는다면 생물다양성을 보존하는데 동참하게 된다”고 더했다.

그러면서 “생물다양성을 유지할 수 있는 친환경 유기농 쌀과 그렇지 않은 쌀에 들어가는 비용이 한 달에 1만원 정도밖에 차이가 안 난다”며 “커피숍에서 1만원 쓰는 것보다 가족들에게 더 많은 것들을 줄 수 있다는 현명한 소비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지난 1월 온라인으로 진행된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한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 2021’은 앞으로 인류가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을 위기 10개 중 네 번째로 ‘생물다양성 감소’를 제시했다. ‘전염병’과 ‘기후변화 대응 실패’가 각각 1위와 2위를 차지했는데, 전문가들은 생물다양성 감소 위기와 복합적으로 엮여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홍성군 조순영 친환경농업팀장은 “농촌이 생물을 지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고 싶다”며 “군이 2024년까지 유기농특구로 연장 지정됐는데, 앞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생물다양성 대회 현장(사진=황동환 기자)

홍동면에서 재배한 유기농 쌀로 만든 납작과자위에 푸성귀, 치즈 등을 얹힌 영양간식 '논둑식물 까나페' 시식 현장.
홍동면에서 재배한 유기농 쌀로 만든 납작과자위에 푸성귀, 치즈 등을 얹힌 영양간식 '논둑식물 까나페' 시식 현장.
생물다양성대회에 참석한 홍동초등학교 학생들이 직접 논둑을 걸으며 채집망으로 논생물들을 채집하고 있다.
생물다양성대회에 참석한 홍동초등학교 학생들이 직접 논둑을 걸으며 채집망으로 논생물들을 채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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