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육이 만든… 다수의 열등감, 소수의 오만함”
“한국 교육이 만든… 다수의 열등감, 소수의 오만함”
  • 노진호 기자
  • 승인 2021.09.15 1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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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도서관, 중앙대 김누리 교수 특강
“68혁명 부재 아쉬워… 교육혁명 필요”
14일 홍성도서관을 찾은 김누리 교수가 한국 교육의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노진호 기자
14일 홍성도서관을 찾은 김누리 교수가 한국 교육의 문제점을 꼬집고 있다. 사진=노진호 기자

한국 80.8 > 중국 41.8 > 미국 40.4 > 일본 13.8…

‘라이벌’보다 높은 스코어에 흡족했다면 사과드린다. 이는 한국개발연구원이 2017년 각국 대학생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설문 결과로, ‘고등학교는 사활을 건 전장’이라고 답한 비율이다.

홍성교육지원청 홍성도서관(관장 윤민경)은 14일 중앙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김누리 교수 초청 특강을 열었다. 이날 강연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교육혁명’이란 주제로 펼쳐졌다.

김 교수는 “한국처럼 교육이 모두에게 고통을 주는 나라는 없을 것”이라며 ‘한국 학생들은 전 세계에서 가장 불행하고, 한국 교육은 가장 경쟁적’이라는 프랑스 르몽드지의 평가도 전했다.

그는 한국 교육의 ‘2중 억압’을 꼬집었다. 여기서 ‘2중 억압’은 성적(成績)의 억압과 성(性)적 억압이다.

김 교수는 “한국 교육은 근원적으로 잘못됐다. 2중 억압 속에서 정상적 인간이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우린 N번방 사건 등을 겪으면서도 근본적 고민 없이 단죄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독일 철학자 에리히 프롬이 제시한 ‘정상성의 병리성’이란 개념을 소개했다. 김 교수는 “에리히 프롬은 정상이라는 부르는 것들이 다 병들어 있을 때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며 “한국에서는 경쟁과 소비 등을 정상으로 여기지만 지배적인 지식은 지배하는 자들의 생각이고 그들의 언어가 세상을 관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한국사회의 이중성’에 대해서도 말했다. 그는 “한국의 민주주의는 전 세계가 찬탄하는 우리가 가진 진짜 보물”이라면서도 “한국 사회를 고쳐낼 수 있는 에너지이지만, 지배자들이 원치 않아 우리 사회에선 강조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린 전 세계에서 자살을 가장 많이 하고 가장 불평등한 나라다. 또 합산출산율이 1 이하인 유일한 국가”라며 “좋은 나라를 위한 성찰이 필요하고, 그러려면 정상성의 병리성을 인식해야 한다”고 더했다.

김 교수는 2020년 9월 20일 베를린에서 ‘난민시위’를 연 아이들의 사진을 보여주며 “20세기 최고 범죄국가였던 독일은 어느새 가장 존경받는 나라가 됐다. 베를린 난민시위 보름 후쯤 열린 독일 통일 30주년 기념식에서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우린 역사상 최고의 독일에 살고 있다’는 대단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며 “이 놀라운 기적은 교육이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독일의 전환점을 ‘68혁명’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68혁명은 기존 체제와 권위에 대한 근본적 변화를 요구한 것으로 모든 형태의 억압으로부터의 해방을 외쳤다”며 “1968년 5월 프랑스 총파업이 기점이 된 68혁명의 정신은 유럽을 휩쓸고 미국에 착륙한 후 태평을 건너 일본 도쿄까지 왔지만 대한해협만은 건너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독일 68혁명의 핵심은 과거 청산이었고, 새로운 독일을 위해 경쟁교육을 없앴다. 이것이 오늘의 독일을 만든 핵심”이라며 “68혁명이 없던 대한민국은 성 해방과 반권위주의·탈물질주의·생태주의 등에 대한 논의가 전무했고, 인식의 흐름이 뒤처지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김누리 교수는 “경쟁에 매몰된 한국 교육은 대다수의 열등감과 소수의 오만함을 만들어냈다”며 “△대학입시 폐지 △대학서열 폐지 △대학등록금 폐지 △특권고등학교 폐지 등을 통한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김 교수의 강연은 2시간 넘게 진행됐지만, 너무 짧게만 느껴졌다. 혹시 이번에 못 가봤다면 꼭 그의 강연을 찾아보길 바란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이날 강연에서 김 교수가 추천했던 책과 영상 등을 전한다.

#넷플릭스 드라마 ‘D.P’ #에리히 프롬 ‘건전한 사회’ #KBS 시사기획 창 ‘불평등 사회가, 586에게’ #마이클 센델 ‘공정하다는 착각’

14일 홍성도서관에서 진행된 김누리 교수 특강. 홍성도서관 제공
14일 홍성도서관에서 진행된 김누리 교수 특강. 홍성도서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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