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형 아동복지시설 #새로운 가족… 관심 가져야 할 ‘그룹홈’
#선진국형 아동복지시설 #새로운 가족… 관심 가져야 할 ‘그룹홈’
  • 노진호 기자
  • 승인 2021.09.17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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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홈… 맞춤형 케어·대인관계 형성 등 장점
도내 27곳… 예산 하늘나무아동그룹홈 가보니
2007년 시작… 현재 남자아이 일곱 ‘동고동락’
이수훈 시설장 “학교와 지역이 함께 키워준 것”

추석이다. 명절은 가족과 집에 대한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내포뉴스는 민족의 대명절 추석을 맞아 어쩌면 조금은 낯선, 하지만 생각해볼 가치가 있는 ‘가족과 집’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려 한다. 마음두레 주식회사의 자살유가족 자조모임에 이은 두 번째 주인공은 ‘아동청소년그룹홈’이다.

예산군 응봉면에 있는 하늘나무아동그룹홈 이수훈 시설장과 부인인 김기숙 하늘꿈지역아동센터장이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노진호 기자
예산군 응봉면에 있는 하늘나무아동그룹홈 이수훈 시설장과 부인인 김기숙 하늘꿈지역아동센터장이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노진호 기자

#선진국형 아동복지시설 #위기 아동청소년 위한 공간 #또 하나의 가정 #새로운 가족

‘그룹홈’을 설명하는 말들이다. 이곳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찾은 곳은 예산군 응봉면에 있는 ‘하늘나무아동그룹홈’이다.

‘하늘나무’는 2007년 12월 도내 다섯 번째 그룹홈으로 탄생했다. 이곳에서는 이수훈 시설장(예산전원교회 목사·52)과 생활복지사 2명이 7명의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중2 2명, 초6 2명, 초4 2명, 초2 1명 등이 살고 있으며, 모두 남자아이다.

이수훈 시설장에게 가장 먼저 물은 건 ‘그룹홈’이었다. 그는 “쉼터나 보육시설, 그룹홈 모두 학대·방임 등의 피해아동들이 주로 오게 된다는 것은 같지만, 쉼터는 단기간(1년) 머무는 곳이고 그룹홈은 만18세까지 살게 된다. 홍성 사람샘이나 예산 새감마을 같은 보육시설과의 차이점은 그 규모다. 하늘나무의 경우 최대 정원이 일곱”이라며 “여기선 만18세까지 있을 수 있지만, 기술학원이나 대학 등에 진학하면 만24세까지 더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시설장은 “아동보호전문기관이나 지자체 등의 의뢰로 오게 되지만, 가족이 되면 일반가정과 똑같다고 보면 된다”며 “절대 ‘이상한 아이들’이 모인 곳이 아니다. 더 제대로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도내에는 27곳의 아동청소년그룹홈이 있다. 무엇보다 그룹홈의 장점은 아동별 맞춤형 케어가 이뤄진다는 것과 자연스럽게 또래 및 대인관계가 형성된다는 점, 가정의 형태로 지역사회에 속해 ‘시설아동’이라는 낙인화를 막을 수 있다는 점 등이다.

이 시설장은 “이곳의 어떤 아이는 여섯 살 때 구출됐다. 엄마가 여관에서 키웠는데 차가운 바닥에 비닐만 깐 채 방치했다고 들었다. 열 살이 넘었는데 아직 가끔 밤에 실례를 한다. 그래도 정말 많이 좋아졌다”며 “병원 진료는 물론이고 심리·미술치료 등도 한다. 아이를 위해 할 수 있는 건 다 한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천안이 고향인 이 시설장은 2002년 예산전원교회로 오게 됐다. 목회 일을 하며 마을 아이들을 위해 방과 후 공부방을 운영했고, 그것이 ‘하늘나무’로 자란 것이다. 그는 “공부방을 운영하는데 한부모·조손가정 아이들이 좀 있었다. 그런 아이들을 더 돌보게 됐고, 그게 지역아동센터가 되고 그룹홈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회고했다.

이 시설장이 ‘하늘나무’를 키운 지도 벌써 14년째다. 이곳을 거쳐 간 아이는 10명쯤 된다고 한다. 그는 “여기서 나가 잘된 아이들도 있지만, 힘든 친구들도 있다. 돈이 떨어지면 찾아오기도 한다”며 “그래도 다 소중한 아이들…”이라고 말했다.

이 시설장의 부인인 김기숙 하늘꿈지역아동센터장(48)도 이곳과 늘 함께했다. 배 아파 낳은 4남매에 가슴으로 낳은 7형제까지 11명의 아이들을 부부가 키우고 있는 것이다.

김 센터장은 “여기 처음 온 아이들이 우리 첫째보다 여섯 살 정도 위였다. 그런데 어느 날 우리 아이가 ‘자기는 아프면 약 먹고, 형들은 병원에 간다’고 했다. 엄마로서 미안했지만, 그러면서 가족이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지금은 아이들도 아빠·엄마를 자랑스러워한다”고 전했다.

‘하늘나무’는 올여름 지금의 위치로 이사를 했다고 한다. 이 시설장은 “남자아이 일곱이 아파트에 살다 보니 ‘문제’가 많았다. 여긴 우리 부부와 아이들이 살던 곳인데 맞바꾸게 된 것”이라며 “지인의 배려로 저렴하게 지내고는 있는데 ‘우리 집’은 아니라 걱정을 놓을 수는 없다. 아이들과 함께 살 수 있는 작은 농장을 갖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인후원은 거의 없고, 정부에서 인건비와 운영비, 아이들 1인당 수급비를 지원한다”며 “지역기업 등에서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후원 문의=☎010-4547-1177.

끝으로 이수훈 시설장은 “이곳의 아이들은 학교와 지역이 같이 품어주고 키워준 것이다. 사랑과 배려가 있었기에 아이들이 좋아질 수 있던 것”이라며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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