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좋아지는 ‘여우굴’…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기분 좋아지는 ‘여우굴’…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 노진호 기자
  • 승인 2021.09.16 18: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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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화 유회선 작가, 9월 12~25일 예산 갤러리 인 개인전
9월 12~25일 예산 갤러리 인에서 개인전을 여는 유회선 작가. 사진=노진호 기자
9월 12~25일 예산 갤러리 인에서 개인전을 여는 유회선 작가. 사진=노진호 기자

‘여우’는 신비한 동물이다. 멸종위기에 처해 보기 힘들어진 것도 그 이유지만, 그 영리함과 교활함 등으로 옛날이야기나 동화 속에 자주 등장한다. 어린왕자와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누기도 하지만, 남자를 홀려 잡아먹기도 한다. 지금 예산군 덕산면 시량리의 산기슭에는 여우들의 또 다른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다.

서양화 유회선 작가(49)는 9월 12~25일 갤러리 인(예산군 덕산면 시량2길 63-10)에서 개인전을 펼친다. 이번 전시는 갤러리 인 초대 ‘10인 릴레이展’ 중의 네 번째다.

유회선 작가를 만난 건 전시 세 번째 날이었다. 그날의 갤러리 인은 말 그대로 ‘여우굴’이었다. 그는 “대학 때는 강아지를 주로 그렸다. 그러다 한동안 작업을 쉬게 됐고, 다시 시작할 때도 강아지였다. 그런데 어느 날 개인전을 준비하던 중 강아지 꼬리를 보다 문득 구미호 꼬리가 생각났고 꼬리만 바꿨다. 이후 조금씩 더 확장되고 발전한 것”이라며 “요즘엔 ‘여우작가’로 불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왜 여우였을까. 유 작가는 “구미호는 ‘이뤄질 수 없는’ 욕망을 품은 존재다. 그런 면이 사람과 닮아있다고 생각했다. 여우를 통해 사람의 감정을 표현한 것”이라며 “초창기 테마였던 강아지와 비교하면 표현의 폭이 더 넓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14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유 작가는 “별도 전시 타이틀은 없다. 여름밤을 바라보는 마음이 담겼고, 보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싶었다”며 “작품 제목 중 ‘반짝반짝’을 단 것도 그런 이유”라고 말했다.

유 작가의 고향은 경기도 성남이며, 신라대학교 미술학과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그가 예산에 온 건 20년쯤 전의 일이라고 한다.

유 작가는 “이런 저런 개인사정이 있었고, 다시 자리를 잡아야 했다. 당시 예산에 아버지가 계셔서 오게 됐는데 눌러앉게 됐다”며 “얼마 전 작업하기 더 좋은 곳으로 이사도 했다”고 말했다.

유 작가는 어릴 적부터 꿈이 화가였다고 한다. 그는 미술의 매력을 ‘만족감’이라고 전했다. 유 작가는 “다른 것을 했을 때보다 내게 주는 만족감이 더 컸다. 미술은 계속 변한다. 그 변화무쌍함이 이것을 이어가게 하는 원동력”이라며 “그 시기의 트렌드를 작품에 가미하려 노력한다. 그러면서 현대의 작가들과 소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 작가 그림의 테마가 강아지에서 여우로 바뀌었듯, 그 여우도 조금씩 달라졌다. 그는 “예전에 그린 여우는 더 어두웠다. 하지만 지금은 뭔가 덜 심각해진 느낌”이라며 “나이가 들고, 암 투병도 하면서 생각이 좀 넓어진 것 같다. 예를 들어 예전에 비는 그저 우울함이었는데 이젠 기분이 좋아지는 대상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전시를 찾는 분들도 뭔가 좋은 기운을 받고 갔으면 좋겠다. 그냥 ‘참 예쁜 여우다’하고 잠깐 미소만 지어도 좋을 것”이라고 더했다.

끝으로 여우와 함께 꾸는 꿈에 대해 물었다. 그는 “건강하게, 원하는 만큼 작업하고 싶다. 그리고 더 입지를 다져 ‘전업 작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역의 문화예술 인프라가 좀 열악하다. 도내에 우수한 작가들이 많은데, 마음껏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소신발언’도 보탰다.

유회선 작가의 작품은 오픈갤러리(www.opengallery.co.kr)에서도 볼 수 있다고 한다. 물론 구매나 대여도 가능하다. 기분 좋아질 ‘반려여우’, 조심스럽게 추천해 본다.

유회선 작가가 이번 전시 리플렛에 담긴 ‘여우-반짝반짝’ 작품 앞에 서 있다. 사진=노진호 기자
유회선 작가가 이번 전시 리플렛에 담긴 ‘여우-반짝반짝’ 작품 앞에 서 있다. 사진=노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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