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성 피해자도 산재 수준으로 구제해야”
“환경성 피해자도 산재 수준으로 구제해야”
  • 황동환 기자
  • 승인 2021.09.30 16: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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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지역 석면피해실태 조사보고서’ 발표
광역시·도 충남, 기초시·군 홍성 피해 최다
피해자 이남억氏 “폐광산 관리 여전히 소홀”
2011년 석면피해구제법에 따라 2급판정을 받은 충남 홍성 거주 석면피해자 이남억 씨를 비롯해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 백도명 서울대 명예교수, 신은미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등이 30일 충남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충남지역 석면피해 실태조사 보고서' 발표하고 그 해결방향을 제안하고 있다.
30일 충남도청 브리핑룸에서는 ‘충남지역 석면피해 실태조사 보고서’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황동환 기자

환경보건시민센터·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충남환경운동연합은 30일 충남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충남지역 석면피해실태 조사보고서와 피해사례를 발표하고 문제점 및 해결방향을 제안했다.

이들은 먼저 석면피해구제법이 시행된 2011년 이후 최근까지 파악된 도내 석면피해 실태를 알렸다. 이들에 따르면 인구 비례를 기준으로 광역 시·도 중에선 충청남도가, 기초 시·군 중엔 홍성군이, 읍·면 중엔 보령시 청소면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 ‘석면피해인정자’가 확인됐다.

2011년부터 2021년 7월까지 10년 7개월 동안 진행된 석면피해구제법에 따른 피해인정자 규모는 5295명으로 파악됐다. 충남 석면피해구제인정자는 1948명으로 지역별 인구비례로 볼 때 타 지역보다 8.7배가 많은 수치다. 이 중 석면폐암은 6.4배, 석면폐증은 11.9배가 높았다.

전국 226개 시·군·구 중 충남 4개 시·군이 가장 많으며, 홍성군은 957명으로 인구비례 91.5배, 보령시는 642명으로 63.4배였다. 전국 3509개 읍·면·동 중에선 보령시 청소면이 256명으로 977.3배, 홍성군 결성면이 222명으로 953.9배의 수치를 기록했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석면광산이 몰려있어 직업력이 있는 주민들에게 석면질환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폐광 후 방치된 석면광산의 안전관리 소홀로 주민들이 오랜 시간 석면에 노출됐던 점”을 이 같은 수치의 이유로 제시했다.

이어 “한국은 2009년부터 전면 금지했다. 그렇다면 석면피해자가 없어져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이는 방치된 석면폐광으로 인한 피해자들이 있다는 것”이라며 “환경성 석면병을 직업성 석면병 산재수준으로 구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석면피해구제법에 따르면 환경성 석면피해자는 피해구제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백도명 서울대 명예교수는 “석면질환은 석면에 노출된 후 10~50년의 긴 잠복기를 거친 후 발병한다. 충남은 마지막 광산이 80년대에 문을 닫았다”며 “잠복기의 피크는 아직 멀었다. 앞으로도 많은 피해자가 나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현재 구제 대상 질환은 폐 중심이지만 복막, 난소, 후두에도 석면의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어 정확한 피해범위를 정할 필요가 있다”며 “그동안 석면피해에 대한 안일한 대응을 반성하고 향후 석면 피해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육관, 기록관 등의 설립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피해사례발표자로 마이크를 잡은 이남억(홍성 거주·2011년 석면피해인정) 씨는 “결성과 은하면, 광천읍 등에 산재한 폐광산 관리가 여전히 소홀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석면피해로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은데, 현행법의 경우 2~3급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피해로 인해 겪는 고통은 1급, 2급, 3급이 별반 차이가 없다”며 “차등 없는 보상과 지원이 있어야할 뿐만 아니라 또 다른 피해자가 없는지 추가조사를 진행해야한다”고 말했다.

 

※ 기자회견 현장(사진=황동환 기자)

홍성 거주 석면폐 환자 이남억 씨가 준비해 온 석면 샘플.
홍성 거주 석면폐 환자 이남억 씨가 준비해 온 석면 샘플.
보고서를 작성한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이 30일 기자회견장에서 충남지역 석면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보고서를 작성한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이 30일 기자회견장에서 충남지역 석면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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