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을 받아들이니… ‘내일’이 보였어요”
“현실을 받아들이니… ‘내일’이 보였어요”
  • 노진호 기자
  • 승인 2021.11.18 10: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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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번째 동행] 행복을 위한 첫발을 떼다
내포뉴스-홍성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 연간기획
가정환경·교우관계 고민… 심한 우울증에 치료도
스스로 이겨내려 노력… 취업 성공, 어엿한 사회인

내포뉴스는 홍성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와 함께 올 한해 ‘동행(同行)’이란 타이틀을 내걸고 우리 아이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연간기획 제목 ‘동행’에는 홍성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와 내포뉴스, 지역사회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아이들과 함께하겠다는 의미가 담겼다. /편집자 주

열 번째 ‘동행’의 주인공 지민이를 위해 얼굴과 본명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분명 지민이는 활짝 웃고 있었다. 사진=노진호 기자
열 번째 ‘동행’의 주인공 지민이를 위해 얼굴과 본명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분명 지민이는 활짝 웃고 있었다. 사진=노진호 기자

현실을 대하는 태도 중 ‘수용(受容)’과 ‘안주(安住)’는 분명 다르다. 워렌 버핏과 비견되는 미국의 투자가 레이 달리오도 ‘원칙’이란 책을 통해 인생의 성공을 위해선 ‘현실을 수용하고 대응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진실(현실에 대한 이해)은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가장 중요한 토대‘라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홍성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와 함께하는 연간기획 ‘동행’의 열 번째 주인공 지민<가명>이도 현실과 담대히 마주하며 내일을 바라보게 된 아이다. 지민이와의 대화에 앞서 먼저 자리한 건 그를 지켜본 이성은 청소년 동반자였다.

이성은 선생님은 “지민이를 알게 된 건 2019년 가을이었다. 학생정서행동검사 결과 ‘우울’이 너무 높아 학교 Wee클래스에서 상담을 의뢰했다”며 “다니는 고교에 수석 입학할 만큼 똑똑한 아이였지만 가정환경이 좋지 않았고, 교우관계 형성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상당 진행 중 형편이 안 좋아져 더 작은 집으로 이사를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스스로 이겨내기 위한 노력을 쉬지 않았다. 배드민턴도 치고, 공부도 꾸준히 했다. 자격증도 많이 딴 걸로 안다”며 “상담은 지난해 7월 끝났지만, 생활키트와 교통카드 등 물품 지원을 도왔다”고 더했다. 이어 “요즘에는 많은 것이 좋아진 것 같은 느낌이다. 여러 면에서 내가 고맙단 말을 하고 싶은 아이”라고 보탰다.

현재 고3인 지민이는 가정형편을 생각해 대학 진학이 아닌 취업을 선택했고, 보령에 있는 ‘꽤 괜찮은’ 회사에 취직했다.

이성은 청소년 동반자와의 대화가 끝나고 지민이를 만날 수 있었다. 연간기획 ‘동행’을 통해 깨달은 것이지만, 그 속이야기를 빼고 바라보면 아이들은 참 맑고, 밝다. 지민이도 그랬다.

지민이는 가족으로 아버지와 어머니, 대학을 다니며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여섯 살 터울의 언니가 있다. 부모님은 별거 중이고, 생계는 어머니가 책임져 왔다.

지민이는 ‘집’에 대해 “그렇게 화목하진 않은 가정이에요. 언니도 까칠하고…”라며 “아빠가 올해부터 매달 용돈을 주고 있어요. 그러면서 연락도 하고 있고요. 주점을 하는 엄마는 요즘 몸이 안 좋아져 걱정이에요. 그래도 장사를 계속 하니까…”라고 말했다.

학교도 지민이를 웃게 하진 못했다. 그는 “수석 입학이라는 것 때문에 시기·질투도 받은 것 같고, 관심도 너무 부담스러웠어요. 집도 학교도 그렇다보니 더 우울해졌고, 고1때부터 고2 5월까지 병원에 다녔어요”라며 “효과가 별로 없는 것 같고, 약 부작용도 있어 그만 다니게 됐어요. 자포자기의 심정도 있었고요”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렇지만 지민이는 달라졌다. 그는 “처음엔 다 별로였는데 다니다보니 괜찮은 아이들도 있더라고요. 특히 어린이집과 중학교를 같이 다닌 ‘절친’이 있는데 이런저런 상황도 비슷해 말이 잘 통해요. 서로 불편해하는 것은 알아서 안 하고요”라며 “집에서 영화도 같이 보고, 고1 때는 둘이 롯데월드도 갔었어요”라고 말했다.

지민이는 어려움을 ‘극복했다’라기 보다는 ‘받아들였다’는 느낌이었다. 그는 “커가면서 뭐랄까 좀 편해졌어요. 남보다 나를 더 생각하게 됐죠. 취업이 되고나선 우울함이 더 줄었어요”라고 말했다.

지민이에게 ‘행복’에 대해 묻자 “자격증 땄을 때가 생각나고, ‘절친’이 떠오르네요. 요즘엔 집에서 할 일 끝내고 휴대전화로 게임을 하거나 유튜브를 볼 때가 제일 좋아요”라고 답했다.

꿈꾸고 있는 ‘내일’에 대해서도 물었다. ‘10년 후…’라는 질문에 지민이는 “아마 직업이 한 번쯤 바뀌지 않았을까요, 결혼은 안 했을 것 같은데 그래도 남자친구쯤은 있어야죠. 그다지 부정적인 생각은 없어요”라며 “취업을 하긴 했지만 사실 예술가가 되고 싶기도 했어요. 내가 돈 벌어서 피아노를 배울 생각이에요. 해외여행도 가고, 요가도 하고 사고 싶은 것도 다 사고. 뭐 그럴 생각이에요”라며 미소 지었다.

끝으로 지민이는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큰 도움이 됐어요. 이성은 선생님께 꼭 감사하단 말을 하고 싶어요”라고 전했다.

지민이는 11월 8일부터 첫 직장에 출근하고 있다. 실습과 수습 기간을 거쳐 ‘별일 없으면’ 정규직이 된다. 이제 사회로 나가는 이 아이가 앞으로 ‘별일 없이, 사고 싶은 것 사고,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잘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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