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은 아니지만 맛집… 좋은 고기, 듬뿍!
식당은 아니지만 맛집… 좋은 고기, 듬뿍!
  • 노진호 기자
  • 승인 2021.11.24 17: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함께, 가게] 내포신도시 ‘고기방앗간’
양돈농장 경영… 차형일 대표 “직거래로 희망↑”
세 아들 함께… “독일기술로 맛있고 몸에 좋고”
지난 9월 내포신도시에 ‘고기방앗간’을 연 차형일 대표(가운데)와 함께 운영 중인 첫째(차현동·오른쪽), 셋째(차하림) 아들. 사진=노진호 기자
지난 9월 내포신도시에 ‘고기방앗간’을 연 차형일 대표(가운데)와 함께 운영 중인 첫째(차현동·오른쪽), 셋째(차하림) 아들. 사진=노진호 기자

#1 저녁으로 소시지를 사러 왔습니다. 외관이 예뻐서 이자카야가 생기나 했는데 정육점이네요. 소시지랑 바비큐를 먹었는데 확실히 다르네요. 소시지도 엄청 통통하고 탱탱합니다. 개인적으로 바비큐가 밥반찬으로 먹기 좋았습니다! - 블로거 요사바사

지난 9월 내포신도시에 문을 연 ‘고기방앗간’에 대한 한 블로그 글을 발췌한 내용이다. 충남경찰청과 예산군 내포문화사업소 사이(예산군 삽교읍 청사로 225 엔젤스타워2차/☎041-337-2227)에 위치한 이곳은 ‘식당은 아니지만 맛집’이다.

내포뉴스가 지역의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을 응원하기 위해 펼치는 ‘함께, 가게’ 프로젝트의 이번 주인공인 ‘고기방앗간’을 찾은 건 지난 22일 저녁이었다.

차형일 대표(55)는 “올해 4월부터 인테리어를 시작했다. 공사는 일찍 끝났는데 스페인에서 내부 기계 설비를 들여오는 게 오래 걸렸다. 7월 말에 설치를 하고 한 달쯤 시험가동 했다”며 “기존 정육점의 이미지를 벗어나보려 신경을 좀 썼다. 외관만 보고 식당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아쉽게도 이곳에선 맛을 가져가실 수만 있다”고 설명했다.

고기방앗간의 문을 연 건 지난 9월이지만, 차 대표와 ‘고기’의 인연은 오래됐다. 그는 예산군 신암면에서 22년째 양돈농장을 경영 중이며, 현재 규모는 8000두에 달한다.

차 대표는 “농장이 있는 곳은 수박이 유명한 곳이다. 이웃들에게 많이 받는데 난 줄 게 없었다. 나눌 수 있는 것을 고민하다 여기까지 왔다”며 “직접 키운 한돈과 지역의 한우를 유통까지 해보고 싶어 고기방앗간을 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농축산물 생산지에서 폭넓은 소비가 가능한 도시로의 직·배송은 도농상생의 기본이며, 지방에 있는 청년들의 경제적 자립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방소멸을 막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고기방앗간’을 찾았을 때 건장한 청년 둘도 매장에 있었다. 차 대표의 세 아들 중 첫째와 셋째였다. 그는 “농장과 이곳 모두 가족이 함께한다. 아들이 셋인데 첫째(차현동)가 서울과 경기도 안성 등까지 가서 기술을 배웠다. 둘째(차호림)는 농장을 맡고 있고, 막내(차하림)는 매장 일을 돕고 있다”며 “가족이 함께하니 대화도 많아졌다. 아들들이 어렸을 때 농장에서 바비큐를 해주면 좋아했던 게 기억나는데 이제 그 일을 함께하니 행복할 뿐”이라고 말했다.

‘고기방앗간’ 냉장고 안을 들여다보니 돼지생삼겹살, 생목살, 돼지등갈비, 돼지오겹살, 한우등심, 한우육회, 한우살치살, 한우국거리 등 이름만으로도 군침이 도는 먹거리가 가득했다. 그런데 다른 냉장고에는 커리부어스트, 고기빵, 올포크카바노치, 비어슁켄, 튜링어부어스트, 보스턴바비큐 등 낯선 이름들도 보였다. 이들은 수제소시지·햄·떡갈비 등으로 생각하면 된다.

‘고급 기술’을 배워온 장남 차현동 씨에게 설명을 청했다. 그는 “돼지고기는 도축 후 4일정도, 소고기는 1주일정도 숙성한다. 그러면 돼지고기는 더 쫄깃해지고 소고기는 부드러워진다”며 “가공품은 돼지뒷다리살을 사용하는데 커터기로 입자를 세밀하게 해 소시지 등을 만들게 된다”고 말했다.

차 대표는 “우린 독일식품규정에 따라 제품을 만들고 있다. 그건 방부제와 전분, 색소 등을 쓰지 않는다는 뜻”이라며 “더 맛있으면서도 몸에 좋은 식품을 제공하고 있다”고 거들었다.

그는 이어 “고기를 좀 더 편하게 먹을 수 있게 여러 간편식을 만들고 있다. 요즘엔 미리 사다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아침에 살짝 데워서 등산이나 낚시를 가서 먹는단 손님들도 꽤 있다”고 더했다.

‘품’이 많이 드는 제품인 만큼 비싸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는 않았다. 차 대표는 지역 내 다른 업체들을 참고해 가격을 책정한다고 한다.

삼형제와 힘을 합쳐 호기롭게 시작한 ‘고기방앗간’이지만 숙제는 남아 있었다. 차 대표는 “삼겹살이나 목살은 익숙하지만 가공품은 덜 알려져 있다. 우선은 ‘대중화’가 필요하다”며 “이 분야 선진국인 독일의 기술을 들여왔지만, 결국엔 우리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여러 블로거들에게 보내 피드백도 받고 그러면서 좋은 방법을 찾는 중”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차 대표는 “오프라인 판매도 판매지만, 도시민과의 직거래가 중요하다. 말로만 ‘국내산’을 내세우는 게 아니라 맛으로 인정받겠다”고 다짐했다.

#2 일반적인 삼겹살이 조금 지루한 것 같아 훈연바비큐삼겹살을 사봤는데 끝내주네요.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비계와 고기의 비율입니다. 많지도 적지도 않아 고기를 써는데 기분이 좋아지네요. 에어프라이어에 180℃로 7분 돌리니 ‘겉바속촉’의 끝입니다. - 블로거 라임

‘고기방앗간’에 대한 또 다른 블로그 글을 발췌했다. 이곳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영업하며, 일요일은 쉰다. ‘겉바속촉의 끝’, 직접 느껴보시길 바란다.

충남경찰청과 예산군 내포문화사업소 사이에 위치한 ‘맛집’ 고기방앗간. 사진=노진호 기자
충남경찰청과 예산군 내포문화사업소 사이에 위치한 ‘맛집’ 고기방앗간. 사진=노진호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