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취임… “부모님 동아리·비장애 형제 자조모임 등 구상”
독립 힘든 아이들… “쉐어홈 등 혼자 살 수 있는 환경 필요”
“같이 어울려 ‘잘’ 사는 것… 그게 목표죠.”
지난달부터 홍성군장애인가족지원센터를 책임지고 있는 진유순 센터장(52)의 말이다. 대전지법 홍성지원 인근, 군청 쪽에서 부영아파트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센터를 찾은 건 지난달 29일이었다.
2018년 초 문을 연 홍성군장애인가족지원센터(이하 센터)는 장애인과 그 가족들에게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제공하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가족지원사업, 가족역량강화사업, 네트워크구축사업, 장애인식개선사업, 장애인평생교육사업, 기관역량강화사업, 들락날락공방사업, 장애인가족캠프사업 등을 하고 있다.
진유순 센터장은 지난 11월 1일자로 취임했지만, 인연을 맺은 건 훨씬 더 오래 전의 일이다.
그는 “경기도 고양시에 살다 스물다섯 살인 첫째가 초등학교 2학년 때 남편 직장 때문에 홍성으로 왔다”며 “둘째가 장애가 있어, 그 아이를 위한 정보를 얻기 위해 (사)충남장애인부모회 홍성지회 활동을 시작했고, 그게 여기까지 이어졌다. 둘째도 벌써 스물셋이 됐다”고 회상했다.
진 센터장은 홍성장애인부모회장도 함께 맡고 있다. 센터를 장애인부모회에서 위탁운영하기 때문에 ‘당연직’으로 맡게 된다고 한다. 그는 “더 전문성 있는 유급 센터장을 둘 수도 있지만, 예산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그렇게 되면 직원을 줄일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센터는 그 이름에서 볼 수 있듯 장애인 당사자뿐 아니라 그 가족까지 돌보는 곳이다. 진 센터장의 구상에서도 그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장애 아이를 둔 부모님 동아리, 비장애 형제 자조모임, 성인발달장애인 자조모임 등을 잘해보고 싶다. 특히 비장애 형제들도 자라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그런 것을 서로 공유하고 치유하고 지지하는 기반을 만들고 싶다. 그래야 그들도 더 건강한 사회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장애인 가족이 있는 가정은 위기가구와 취약계층도 많은 편이다. 그들의 힘듦을 줄여주는 것도 우리 몫”이라고 말했다.
그는 센터장과 지회장 이전에 장애를 가진 한 아이의 엄마다. 엄마로서 느끼는 우리 사회의 현실에 대해 물어봤다.
진 센터장은 “우리 아이는 자폐1급이다. 난 일하는 게 불가능했고, 가족의 몫이 너무 컸다”며 “활동보조 등이 생겨 예전보다는 조금 나아졌지만 아이들의 졸업 후에 대한 걱정은 여전하다. 성인이 된 장애인 자녀들의 독립은 지금도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홍성엔 그룹홈도 없다. 꼭 필요하지만 없는 것, 그런 것을 만들어가는 게 부모회의 역할이기도 하다”고 답했다.
그는 또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혼자 살 수 있는 연습을 해야 한다. 난 일종의 ‘쉐어홈’ 같은 것을 꿈꾼다. 최소한의 안전장치만 두고 스스로 생활하는 환경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쉐어홈에 들어가기 전 준비단계도 필요할 것”이라며 “민·관이 함께 풀어야 할 문제다. 결심만 한다면 큰 투자 없이도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남편이 3년 전 하늘로 떠나고 나 역시 걱정이 더 커졌다. 아마 많은 부모들이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더했다.
센터는 지난달 24~26일 홍성군장애인스포츠센터에서 ‘제2회 들락날락공방 작품전시회’를 열고, 들락날락공방과 어울림발달장애인주간활동센터의 작품들을 선보였다.
그는 “반응이 참 좋았고, 많은 응원을 받았다. 일부 작품은 판매도 됐다”며 “코로나 때문에 프로그램도 어려웠고 전시회도 고민스러웠지만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진유순 센터장은 “지역사회에서 조금만 더 열린 마음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 그러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지역사회 안에서 가치를 존중받는 행복한 삶의 동반자.’ 센터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미션’이다. 아마도 이 임무는 그들만의 것이 아닌 모두의 몫일 것이다. 적어도 우린 그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