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조 시인, 시니어들을 위한 휴머니스트 
박현조 시인, 시니어들을 위한 휴머니스트 
  • 허성수 기자
  • 승인 2019.06.13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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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은퇴 후 건물관리인으로 취업 동료들 위해 권익옹호 앞장서
박현조 시
박현조 시인

 

인천광역시에서  공직생활을 하다가정년퇴직한 후 2010년 충청도로 귀촌한 박현조 시인은 지금 칠순이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직장을 다닌다. 과거 3급 인천시 고위공무원까지 지냈던 그가 요즘 하는 일은 건물관리인이다. 매일 아침 일찍 직장에 도착하면 휴지 줍기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굳이 이런 일을 하지 않아도 그는 먹고 살 만한 연금이 매달 쏠쏠하게 나오지만 그래도 건강한 몸으로 노동을 하고 그 대가를 받는 노년의 삶이 즐겁기만 하다.
내포신도시 충남도경찰청 근처의 한 상가 빌딩 지하 주차장 입구에 그가 근무하는 사무실이 있다. 소장의 직함을 갖고 있지만 다른 직원은 없고 오로지 박 시인 혼자서 입주자들의 심부름꾼 노릇 하느라 바쁘다. 
그런 가운데서도 시 쓰는 일을 게을리 할 수 없다. 그의 진짜 본업은 밥벌이가 안 되어도 시인이다. 그래서 부지런히 틈나는 대로 원고를 끄적거리며 시를 쓰지 않으면 이 땅에 존재할 이유를 느끼지 못한다. 인천시청 공무원 시절이었던 1998년 월간 ‘문학공간’을 통해 데뷔한 그는 지금까지 낸 시집만 해도 무려 12권이다. 지금도 13번째 시집 ‘시니어, 봄의 노래’가 마지막 교정을 거쳐 인쇄에 들어간 상태다. 곧 제본되어 나올 것이라며 노시인은 출산을 기다리는 산모마냥 들떠 있다. 
박현조 시인이 지난해 냈던 12번째 시집 ‘사랑의 메시지’에 평설을 썼던 유승우 전 인천대 교수는 ‘사랑, 꽃, 노래’ 이 세 가지 키워드가 그의 시세계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그만큼 그의 시는 종교적으로 겸허하면서 창조세계에 대한 사랑으로 충만하고 따뜻하다. 그래서 이번에 나올 ‘시니어, 봄의 노래’도 큰 기대감을 갖게 한다.

다소 시어로서는 생소한 ‘시니어’(Senior)는 영어에서 빌려온 단어로 요즘 우리 사회에서 노인들을 지칭하는 말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그 역시 시니어에 해당하는 세대로서 특히 자신처럼 노동을 하는 노인들에게 관심을 갖고 최근 시작한 일이 ‘시니어노동조합’이다. 올해 1월 내포신도시지역을 중심으로 전국시니어노동조합 충남중부지역지부를 창립하고 초대지부장을 맡았다. 노인들뿐만 아니라 50대에 조기 퇴직을 하고 3D업종이나 다름없는 청소, 건물관리, 경비, 요양보호사 등의 일을 하는 노동자들의 권익을 옹호하기 위해 적극 나섰다.
처음 창립총회를 할 때만 해도 11명으로 시작한 노조원 수가 지금은 44명으로 늘었다. 불과 반년도 채 안된 짧은 기간에 무려 4배로 고속성장을 한 셈이다. 박 시인은 “시니어노조가 창립한 후 뒤늦게 알고 천안과 당진 등 다른 지역에서도 문의전화가 많이 왔다”며 “앞으로 인근지역으로 충남중부지역노조의 영역을 계속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사업주나 주민들로부터 갑질을 당하거나 각종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시니어들이 뭉쳐야 합니다. 우리의 일터를 지키고 노후에도 즐겁게 일하며 돈을 벌어 보람된 삶을 살 수 있도록 제가 앞장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인간에 대한 사랑을 글로써 노래하는데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직접 실천하고 있는 시인의 모습에서 이 시대 시니어들을 위한 진정한 휴머니스트로서의 풍모를 엿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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