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는 유효기간이 없다(2)
정의는 유효기간이 없다(2)
  • 허성수 기자
  • 승인 2019.06.20 1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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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에 청룡랜드 조성사업에 대한 내용은 왜 없습니까?”

나는 보도자료와 광고시안까지 두 번이나 훑어보고 이 팀장에게 넌지시 질문을 던졌다.

“아, 그거는….”

이 팀장이 말을 더듬었다. 푸른용뉴스에 비판적인 보도가 나가기 전부터 이 사업에 대해 연구용역을 진행중이라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나 그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도 궁금했다.

“혹시 청룡랜드에 대한 연구용역 결과가 부정적으로 나왔습니까?”

“그건 아닙니다. 연구용역 결과는 긍정적으로 나왔는데 행안부(행정안전부)에서 지적을 받고 할 수 없이 중단했습니다. 우리 구 역점사업인데 안 하겠다는 것이 아니고 잠시 미뤘을 뿐입니다. 때가 되면 보완해서 다시 추진할 겁니다. 그래서 이번에 보도자료로 내는 것은 좀 보류하기로 했습니다.”

“행안부에서 뭘 지적 받았습니까?”

“그것은 우리도 잘 모릅니다. 정부가 타당한 사업이라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국비로 지원해야 하는데 대해 부담을 느끼는지 괜한 트집을 잡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주민들한테 약속한 사업인데 못 하면 못 한다고, 아니면 어떤 문제 때문에 잠시 미뤘으니 언제부터 다시 추진하겠다고 언론을 통해 알리는 것이 도리 아닙니까?”

이상남 팀장과 송주현 주임은 내가 재차 던지는 질문에 당혹스러워 하는 기색이었다.

“그런 문제를 주민들에게 시시콜콜 알리면 사업이 더 힘들어집니다. 다시 강조해서 말씀드리지만 청룡랜드 사업을 안 하겠다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상급기관에서 지적 받은 사항을 보완하는데 시일이 좀 걸려 잠깐 미뤘을 뿐입니다. 그래서 당분간 청룡랜드에 대한 언급을 언론에서 자제해 주셨으면 합니다. 나중에 제대로 보완해서 추진하게 되면 지역신문에 가장 먼저 보도자료를 내겠습니다. 그때까지 기자님들의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이 팀장이 청룡랜드 사업에 대해 무엇을 지적받았는지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애매모호한 말만 거듭했다. 자료 한 장 내놓지 않고 연구용역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왔다고 반복하는 말도 의심스러웠다. 그러나 기자로서 집요하게 묻는 시늉은 더 이상 할 수 없었다. 시원하게 밝히지 못하는 밀실행정에 대해 비판적으로 썼다간 푸른용뉴스 꼴이 될 수도 있었다. 한번 찍혀버린 푸른용뉴스는 보조금은 물론 보도자료와 광고도 끊겨 버렸고, 이번 기자간담회의 초청대상에서도 배제된 상태였다.

“연구용역 결과가 타당성이 있다고 나오긴 나왔나 보죠?”

이번에는 박하식 부장이 물었다.

“물론입니다. 그런데 푸른용뉴스가 이 사업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도하면서…, 사실 서경만 기자가 쓴 기사 때문에 청룡랜드가 더 어려워진 겁니다.”

이 팀장이 엉뚱하게 푸른용뉴스를 탓했다.

“여러분들에게 이런 말을 해서 죄송하지만 사실 저는 지역신문이 대단한 영향력이 있다고 보지 않습니다. 하지만 부정적인 기사가 나가게 되면 그 파장은 상상을 초월하더군요. 어떻게 푸른용뉴스가 정부와 시청 관계자들에게 흘러 들어갔는지 상부에서 서경만 기자가 쓴 기사를 제시하면서 부정적으로 나온 겁니다. 지역에서 겨우 일이천 부 찍으면 대부분 통·반장들에게나 보내고 일반인들은 잘 보지도 않는 주간지인데 희한하죠.”

지역신문을 깔보는 말투에 같은 입장에 있는 기자들의 표정이 하나같이 굳어졌다. 박하식 부장이 냉소적으로 대꾸했다.

<2편은 6월 26일 게재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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