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서 내려온 2020년 여름… 새 꿈 펼쳐질 2022년 봄
교단서 내려온 2020년 여름… 새 꿈 펼쳐질 2022년 봄
  • 노진호 기자
  • 승인 2022.02.28 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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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뉴스-충청남도인생이모작지원센터 연간기획 ‘인생도서관’
제1막, 홍성판소리연구소 ‘판’ 문철기 대표
특수교육 교사 31년… 장애인 위한 일 계속
3월부터 다시 학교에… “공연·창업도 구상”

지난해 홍성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와 함께 열 번에 걸친 ‘동행’을 연재했던 내포뉴스는 2022년 충청남도인생이모작지원센터(센터장 염서영)와 손잡고 연간기획 ‘인생도서관’을 펼친다. 50~64세 ‘신중년’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번 연재는 매월 네 번째 월요일에 전할 계획이다. ‘인생도서관’은 신중년들의 삶을 담지만, 앞으로 신중년이 될 이들에게도 이미 그 시기를 거친 분들께도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 편집자 주

‘인생도서관’ 첫 장의 주인공인 홍성판소리연구소 ‘판’ 문철기 대표. 사진=노진호 기자
‘인생도서관’ 첫 장의 주인공인 홍성판소리연구소 ‘판’ 문철기 대표. 사진=노진호 기자

‘인생도서관’의 첫 주인공은 홍성판소리연구소 ‘판’ 문철기 대표(58)이다. 다님길 장애인자립생활센터 동료상담가로도 활동 중인 그는 오랜 교사생활을 마치고, 새로운 인생 2막을 준비 중이다.

예산군 덕산면 출신인 문철기 대표는 대학에서 특수교육을 전공한 후 1989년 교사로 임용됐다. 같은 해 11월 서울 구로동에서 처음 교단에 선 그는 2007년 2월까지 초등학교 특수학급 2곳과 특수학교 2곳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다.

문 대표가 ‘우리 소리’에 빠져든 것도 서울에서 교편을 잡고 있던 때였다. 그는 “1990년대 초 두 번째 학교에서 교사풍물패를 만들었다. 서울시교육청 소속 풍물패 활동도 꽤 오래했다”며 “내 장애(지체6급) 때문인지 한계가 있었고, 그러다보니 만족이 안 됐다. 그래서 성우향 판소리연구소를 찾아가 배움을 청했고, 5~6년간 심청가와 춘향가 등을 이수했다”고 회고했다.

오랜 타향생활을 이어오던 그는 2007년 충남으로 전근 신청을 했다. 고향의 품이 그리웠던 것이다. 보령에서 교직을 이어간 문 대표는 2010년 홍성의 홍북초등학교로 왔다. 이후 홍남초와 홍성교육지원청, 금당초 등을 거쳐 2020년 8월 말 명예퇴직 했다.

문 대표는 “홍성교육지원청에 있던 2018년쯤부터 명퇴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오래 열정을 품어온 국악 관련 일을 하고 싶었다”며 “홍주문화관광재단 설립 소식이 들리는 등 지역의 문화예술 관련 움직임도 기대를 키웠다”고 말했다.

교단에서 내려온 그는 한동안은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문 대표는 “명퇴 후 문화예술 관련 기관에 들어가려 했는데 잘 안 됐다. 방과 후 강사도 생각했는데 코로나19로 여의치 않았다”며 “새로운 도전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다. 대단한 스펙을 갖고 있는 청년들과 경쟁도 엄두가 안 났다”고 전했다. 이어 “학교에 오래 있었다. 좀 자유롭고 창의적인 일을 하고 싶단 생각도 컸다”고 더했다.

문 대표는 교사생활 때의 인연을 계기로 다님길 센터로 오게 됐다. 그러다 2020년 12월 한국장애인인권포럼 충남지부 일도 맡게 됐고, 2021년 3월엔 다님길 센터 동료상담가도 됐다.

그는 “포럼과 동료상담가 모두 마땅한 사람이 없다는 읍소에 맡게 됐다. 특히 동료상담가는 장애인만 가능해 폭이 더 좁다. 더군다나 임금 등 이런저런 여건이 썩 좋지는 않아 적임자를 찾기 더 힘들다”고 말했다.

비영리단체인 홍성판소리연구소 ‘판’을 만든 건 지난해 5월이었다. 문 대표는 “이쪽 지역에 국악하는 사람은 꽤 있지만 판소리는 거의 없다. 지역민과 판소리의 거리를 좁히고 싶었다”며 “문화연대 등과 공연 활동도 했지만 소도시의 공연은 제한적이었다”고 ‘판’을 펼친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문화예술과 정치는 분리해서 봐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시선도 존재했고 그로 인한 갈등도 있었다. 난 정치와 무관하다. 더 다양한 무대에 설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임인년(壬寅年) 봄과 함께 문 대표의 인생 2막도 본격적으로 펼쳐질 예정이다. 3월부터 용봉초와 예산꿈빛학교 방과 후 강사로 나갈 예정인 그는 또 다른 청사진도 그리고 있었다.

문 대표는 “장애인 기업도 구상 중이다. 판촉 분야에 있는 지인과 올해 상반기 시작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장애인을 위한 일자리도 만들고 싶고, 잘되면 치유농장으로도 확장할 계획”이라며 “충청남도인생이모작지원센터에서도 많은 도움을 주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어 “공연도 준비 중이다. 하나는 홍동 농민들을 위한 것이고, 또 다른 건 한성준 선생을 담을 생각”이라고 더했다.

특히 문철기 대표는 “한성준 선생은 보물 같은 존재다. 그 뿌리가 있는 이곳에서 뭔가는 해야 한다. 난 공연으로 시작하려는 것”이라며 “선생을 기리고 그 맥을 이어갈 수 있는 공간이 꼭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악하는 사람들의 구심점이 될 국악원도 내 바람 중 하나”라고 보탰다.

예술적으로 펼쳐질 ‘64년생 문철기’의 인생 2막, 모두 응원해주시길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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