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365일 문 열린 광천 삼성연합의원
연 365일 문 열린 광천 삼성연합의원
  • 허성수 기자
  • 승인 2019.07.01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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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영순 원장,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쁜 시골의사
현영순 원장이 점심시간 잠시 쉬는 틈에 기자를 만났다. 그는 병원 2층에 있는 식당에서 항상 점심식사를 하며 쉬기도 한다. 
현영순 원장이 점심시간 잠시 쉬는 틈에 기자를 만났다. 그는 병원 2층에 있는 식당에서 항상 점심식사를 하며 쉬기도 한다. 

광천 삼성연합의원 현영순 원장은 대한민국에서 진료업무가 가장 많은 의사다. 이렇게 단정적으로 정의를 내려도 시비를 걸어오기 힘든 증거가 있다. 그의 병원 현관 입구에 붙여놓은 ‘진료안내’ 게시판이다. 토요일은 물론 일요일과 공휴일도 진료를 한다고 돼 있다. 1년 365일 연중무휴 그는 흰 가운을 입고 진료실을 지킨다는 말이다. 한 마디로 그는 쉬는 날 없이 일한다. 뿐만 아니라 그는 남들보다 1시간 더 일찍 문을 연다. 진료안내 게시판에 보면 △평일:08:00~18:00 △토요일:08:00~12:00 △일요일(공휴일):08:30~15:00, 점심시간은 12:30~13:30이다.

현 원장이 한 주간 동안 병원에 얽매여 있는 시간을 계산해 보면 평일 50시간+토요일 4시간+일요일 7시간=61시간이다. 정오까지 오전 근무만 하는 토요일 하루를 제외하고 6일간 점심시간 6시간을 빼면 일하는 시간만 55시간이 된다. 대한민국 의사 중에 이렇게 많은 시간 진료업무에만 전념하는 사람이 과연 그 말고 누가 있을까? 
 
휴일도 없이 그렇게 일만 하는 것이 피곤하지 않은지 물어보면 그는 손사래를 친다. 그는 쉬는 것이 더 피곤하고 힘들다고 말한다. 
“저는 아무리 피곤해도 병원 진료실에 나와 있으면 정신이 맑아지고 피로가 다 풀립니다.”
평생 힘든 농사를 하느라 시도 때도 없이 아픈 농촌지역 어르신들이 주 고객으로서 언제 찾아와도 문이 활짝 열려 있는 삼성연합의원은 그들에게 반가운 존재임에 틀림없다.

더욱이 광천읍은 현 원장이 태어나서 초·중학교를 다니며 자랐던 고향이어서 병원을 찾는 고객들은 결코 남이 아니다. 어르신들은 모두가 부모나 가족 친지 같고, 또 학창을 같이 보낸 친구들이며, 동문 선후배들이다. 고교와 대학을 외지에서 다니느라 잠시 떠났을 뿐 의사가 된 후에는 큰 도시에서 성공하는 길을 찾기 보다는 고향의 소읍으로 돌아왔다. 그는 고향 사람들의 건강을 위해 시골의사가 된 것을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

그러나 한때 인구 3만 명이 넘었을 정도로 번성했던 광천읍이 최근 1만 명 미만으로 줄어들면서 갈수록 쇠락하는 모습을 보여 그는 늘 안타깝다. 심지어 그가 다녔던 104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던 덕명초등학교가 올해 봄 문을 닫았다. 덕명초교는 이완구 전 국무총리를 비롯해 고(故) 장석환 전 국회의원, 최건환 경주월드리조트 사장 등 기라성 같은 인물들을 배출했지만 저출산율과 함께 지역경제의 급격한 쇠퇴로 떠나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폐교의 운명을 피해가지 못했다.

광천읍내에 있는 삼성연합의원. 진료안내판에는 평일 아침 8시부터 진료를 시작한다고 돼 있다. 쉬는 날 없이 일하는 그의 부지런한 근성이 돋보인다. 
광천읍내에 있는 삼성연합의원. 진료안내판에는 평일 아침 8시부터 진료를 시작한다고 돼 있다. 쉬는 날 없이 일하는 그의 부지런한 근성이 돋보인다. 

오로지 의사를 천직으로 알고 진료활동에 충실해왔던 현 원장이 요즘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그는 쇠퇴하는 광천과 홍성·예산을 살리기 위해 내년 총선에 출마할 계획이다. 그것도 무소속 출마로 쉽지 않은 외도를 고려하고 있다.

원래 그는 바른미래당 당원이었다. 바른미래당을 창당한 안철수와 유승민에게 큰 기대를 걸었던 그가 요즘은 미래가 없다며 탈당을 고심하고 있다고 한다. 
“지금 거대 여야 정당에 지지하지 않는 계층이 많습니다. 저는 부동층을 움직이게 하는 대안정당으로서 바른미래당에 희망을 걸었으나 실망했습니다.”

현 원장은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갈팡질팡하는 동안 안철수와 유승민이 정국을 주도할 좋은 기회임에도 나서지 않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에는 지금 희망이 안 보입니다. 이미 때도 늦었습니다.”

이제 자유한국당도 그의 선택지가 아니다. 현 원장은 황교안 한국당 대표에 대해 회의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황 대표는 온실에서 성장한 사람이라 치고받는 싸움판에서 싸울 능력이 없습니다. 총선이 다가오면서 친박과 비박끼리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싸움을 그는 수습할 능력도 없습니다. 현재 혼란한 상황을 수습할 능력이 있어야 리더가 될 수 있습니다. 황 대표는 청렴성을 강조하는데 그것만 갖고는 안 됩니다. 리더십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차기 대통령은 될 수 없습니다.”
 
그러면서 현 원장은 이낙연 국무총리가 차기 대통령감이라고 치켜세웠다. 이 총리는 민주당 소속이지만 당의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일정한 거리를 둔 채 부정적인 입장도 소신있게 밝힌다며 지도자로서의 자질을 높게 평가했다.

그렇게도 바쁜 시골의사가 최근 3박5일간 몽골 여행을 다녀왔다. 모교 광천중학교 동창회가 기획하고 추진한 여행으로 어쩔 수 없이 휴가를 냈던 그는 아무것도 모르고 아내와 함께 따라가 너무 힘들었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누가 몽골 여행 간다면 말리고 싶어요.”

몽골에서 초지 구경은 할 만 하지만 그 밖에 모든 환경이 열악한 오지여서 고생만 실컷 하고 왔단다. 그래도 이번에 읽고 싶었던 책 2권을 갖고 가서 한 권을 읽었던 것이 그나마 위안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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