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권, 성벽 너머 재판소는 유년시절 놀이터
이상권, 성벽 너머 재판소는 유년시절 놀이터
  • 허성수 기자
  • 승인 2019.07.03 10: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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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지 인천 떠나 고향에서 정치적 재기 꿈꾸는 변호사
이상권 변호사는 정치가로서 험난한 길을 걸어왔으나 고향 홍성으로 돌아온 후에는 매우 표정이 밝아진 모습이다.
이상권 변호사는 정치가로서 험난한 길을 걸어왔으나 고향 홍성으로 돌아온 후에는 매우 표정이 밝아진 모습이다.

인천에서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이상권 변호사가 올해 2월 홍성으로 돌아와 홍성읍 월산리 법원 앞에 사무실을 내고 활동을 시작했다. 홍성은 그가 태어나 홍남초교(4회), 홍성중(19회), 홍성고(27회)를 다닌 고향이기도 하다. 건국대학교에서 법학을 공부한 그는 제24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청주지검, 광주지검 목포지청, 인천지방검찰청 부장검사 등을 지내고 2001년 인천에서 변호사 활동을 시작했다. 

2003년 한나라당 인천 계양구당협위원장을 맡았지만 그 후 그가 걸아야 했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2004년 17대 총선 때 계양구 국회의원 선거구가 둘로 나눠지면서 그의 지역구가 된 계양을지역은 한나라당에게 험지로 분류되는 민주당 강세지역이었다. 17대와 18대 총선에 출마한 그는 연거푸 패배를 맛봐야만 했고, 2010년 7·28일 재보궐선거에서 간신히 승리했다. 불과 2년도 채 안 되는 짧은 기간 18대 국회를 경험한 그는 2012년 19대 총선에도 도전했지만 재선에 실패했다. 그 후 2014년 2월부터 2017년까지 약 3년간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으로 활동했다.

지금 새누리당을 거쳐 자유한국당으로 간판을 바꿔 단 예산홍성지역당원협의회는 지금 사고지구당이다. 인적쇄신 대상이 된 홍문표 의원을 대신해 새로운 위원장을 찾고 있어서 그에게는 정치적으로 재기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내포뉴스는 2일 월산리 이상권 변호사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송영길과 맞장 뜨려고 선택한 계양을

-과거에 활동했던 인턴 계양을지역이 당시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에게는 아주 험지였던 것 같은데 어떻게 버텨냈나?
“계양을지역은 험지가 맞다. 원래 계양구지구당이었는데 갑·을로 나눠지면서 내가 뭣 모르고 을을 선택했다. 옆동네로도 갈 수 있었는데 송영길(민주당)이 가는 곳에 나도 갔다. 그때 나는 철이 없어서 송영길 가는데 가서 끝까지 붙어 보겠다고 만용을 좀 부렸다.”

-인천에는 어떻게 정착하게 됐나?
“인천에서 검사를 시작했고, 끝날 때도 거기서 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변호사 활동도 했고, 정치도 하게 됐다.” 

-이번에 귀향하게 된 동기는 정치적인 재기를 위해서인 것 같은데, 다른 목적도 있나?
“두 가지 다 있다. 정치적인 목적은 당연하고, 하나는 언젠가 귀향한다, 어떤 상황이든 나이가 되면 고향에 가겠다고 늘 말해 왔다. 20년 전 홍성신문에 칼럼을 기고하면서 고향에 반드시 간다고 썼던 적이 있다. 귀향시 같은 것도 찾아서 모아놓고 읽곤 했다.” 

-고향에 진작 돌아와서 출마해볼 생각은 없었나?
“여기서 잘 하는 분들이 많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나이가 들어 인생을 좀 살고 나서 고향에 가려고 했다. 젊었을 때부터 올 생각은 없었다.” 

-홍성읍에서 초·중·고를 다녔는데 출생한 곳은 어디인가?
“홍주성 남문 밖이다. 지금은 새로 만들어 놨는데 옛날에는 성벽이 무너져 있었다. 성벽이 우리 집 담장이었다, 성벽 너머 재판소가 있어서 이아들과 거기 가서 놀곤 했다. 거기에 있는 우물 지하수는 우리 집과 같이 연결돼 있어서 물맛이 우리 집 우물 물맛과 똑같았다. 나는 성벽을 타고 남문을 넘어가 재판소에서 놀면서 판·검사들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자연스럽게 법관을 꿈꾸게 됐다. 그때는 성벽이 복원되지 않아 아이들이 걸어서 넘어 다녔다.”

■내포는 전북혁신도시 모델 삼아야

-내포신도시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억지로 신도시를 만들어 놓고 사람들을 오라고 하니 오나. 정주 여건이 갖춰져 살기 좋다면 왜 안가겠는가. 정말로 가서 살고 싶은 도시가 되게 하려면 가장 중요한 게 교육, 의료, 쇼핑, 이 3가지 정도는 편해야 한다. 그러나 거기는 종합병원도 고급병원도 상급병원도 없다. 돈을 쓸 만한 쇼핑장소도 없다. 단지 좋은 것은 쾌적한 환경과 공원뿐이다. 

이상권 변호사가 인천 계양을에서 맞장을 뜬 상대 송영길에게는 두 번이나 패배를 당하고 18대 국회 중간에 실시된 보궐선거에서 다른 상대를 만나 간신히 이겨 후반기 2년간 국회의원을 지냈다.
이상권 변호사가 인천 계양을에서 맞장을 뜬 상대 송영길에게는 두 번이나 패배를 당하고 18대 국회 중간에 실시된 보궐선거에서 다른 상대를 만나 간신히 이겨 후반기 2년간 국회의원을 지냈다.

내포신도시는 부산혁신도시와 전북혁신도시를 모델로 삼을 필요가 있다. 나는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을 하면서 3년간 전북혁신도시에서 살았는데 괜찮았다. 전북혁신도시는 원도심과 구도심이 잘 연결돼 있어서 편리했다, 예산 삽교읍 구도심과 원도심이 빠르게 연결돼야 한다. 전남도청 소재지인 남악신도시는 여기보다 더 형편없다. 내포신도시보다 몇 년 더 일찍 도청을 이전했는데도 여기보다 못하다. 남악과 목포가 워낙 멀고 그 사이에 뭘 집어넣어야 하는데 아무것도 없다. 여기는 엘에이치아파트가 원도심과 구도심을 연결할 수 있다고 하지만 그것은 아파트다. 이지더원아파트가 삽교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나? 행정상으로 삽교지, 원도심과 구도심을 이어주는 가교가 있어야 한다.

전기안전공사가 완주에 속해 있다, 전북혁신도시는 전주시와 완주시 경계선에 세워졌다. 전주시의 끝자락에 붙여버렸기 때문에 전주 사람들이 신도시에 들어와서 살기를 꺼려하지 않는다. 신도시와 가깝기도 하고 여기처럼 대리운전 1만5000원, 텍시로 가는데 얼마 더 받고 이런 것이 없다. 익산시까지 케이티엑스 타고 와서 버스로 혁신도시까지 오게 되면 시내 요금을 받는다. 익산에서 완주까지 택시를 타도 미터기에 나오는 요금을 받고 있다. 이런 것은 전북도가 잘 하는 것 같다. 그 안에 고급형 모텔도 지어 출장을 오는 사람들이 숙박도 잘 할 수 있도록 해놨다. 그래서 전북혁신도시는 성공적으로 정착했다.”

-홍성에서 보낸 학창시절 가운데 기억에 남는 일은.
“1967년 중학교에 입학하던 해다. 그때는 진학하는 게 그렇게 힘들었던 것 같다. 3살 터울의 누나가 고등학교에 가야 하는데 나 때문에 진학하지 못했다. 아버지는 나를 중학교에 보내기 위해 누나는 고교에 못 보낸다고 하셨다. 누나는 포기하지 않고 몰래 홍성여고에 입학원서를 냈는데 합격했다. 그 후 아버지께 등록금을 납입해 달라고 졸랐다. 내가 그때 중학교에서 받은 장학금이 있었는데 그것으로 보내 달라고 했지만 아버지는 들어주시지 않았다. 누나는 나한테도 울면서 사정을 했지만 끝내 입학하지 못했다. 그것이 평생 한이 됐던 누나는 나중에 검정고시를 보고 방통대를 거쳐 대학원에 갔다. 누나는 결국 독학으로 공부를 해냈다.”

■문재인 대통령 대북유화정책 ‘빵점’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빵점이다. 엊그제 판문점에서 김정은을 만난 것도 문제가 있다. 왜 판문점에서 만나나.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G20에 참여했다. 김정은은 G20 멤버는 아니지만 두 정상이 동경으로 오라고 하면 될 것 아닌가. 그래도 되는데 한·미 대표 두 사람이 북한 땅을 밟아보려고 쇼를 벌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을 봤는데, ‘미국 대통령으로서 최초로 북한 땅을 밟은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썼더라. 자기 영예를 위해서 북한 땅을 밟았다는 것은 대통령으로서 할 말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북한 땅을 밟고 왔는데 쇼를 한 것이다. 그게 대통령으로서 할 짓인가. 이제부터 실무협상을 하기로 했다고 하는데 지금까지 실무협상 안하고 뭐 했나. 왜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북한의 목선이 침범한 일에 대해 말하지 않나. 대통령은 이 문제에 대해 지금까지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렇게 경비가 뚫린 것에 대해 질책했다고 하는데 누굴 질책하나. 군인들에게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라 안보의 빗장을 푼 대통령에게 있다. 나는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대해 빵점이 아니라 마이너스를 주고 싶다.”

이 변호사는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체제에 대해서도 걱정을 많이 했다. 황 대표가 정치 경험 부족으로 잦은 실수를 범하고 있다며 주변에 제대로 된 정치꾼을 둬서 자문을 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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