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벌사회 높은 유리천장 깬 김영훈 지부장
학벌사회 높은 유리천장 깬 김영훈 지부장
  • 허성수 기자
  • 승인 2019.07.08 09:5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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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산초·갈산중·갈산고 거친 지역 토종인재 농협에서 승승장구 
김영훈 NH농협 홍성군지부장은 갈산면 소재지에서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12년간 공부를 했다. 가난 때문에 상급학교는 홍성읍내 만 해도학조차 엄두도 낼 수 없었던 그는 갈산고 1학년 때까지 집안 농사 돕느라 바빠 공부는 뒷전이었다.
김영훈 NH농협 홍성군지부장은 갈산면 소재지에서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12년간 공부했다. 가난 때문에 상급학교는 홍성읍내 진학하는 것도 힘들었던 그는 갈산고 1학년 때까지만 해도 집안 농사 돕느라 바빠 공부는 뒷전이었다.

NH농협은행 김영훈(52) 홍성군지부장은 시골 면소재지 초·중·고를 거쳐 지방사립대를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학벌사회의 높은 유리창을 깨고 매머드 금융기관 입사 후 매니저(M급) 자리에 오른 홍성 출신 토종인재다. 

■외지 유학 엄두도 못내고 가까운 학교 진학

그는 홍성 출신이라기보다 갈산 출신 인재라고 해야 더 적절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가 태어난 갈산면에서 갈산초(60회), 갈산중(30회), 갈산고(8회)를 차례로 다니면서 12년간 학창을 보냈기 때문이다. 면단위 농촌에 불과한 고향에 초·중·고가 다 있었으니 그에게는 객지에 나가 고생하며 유학할 필요가 없는 좋은 환경이었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집 근처 학교를 선호하지 않았다. 잘해야 중학교까지는 집 근처로 보내더라도 고교교육은 비교적 가까운 군청 소재지나 멀리 큰 도시에서 받기를 원했다. 더 나은 교육환경을 가진 도시의 중·고교에서 우수생들과 경쟁해야 명문대학에 갈 수 있고 출세하기도 쉽다는 것이 교육의 정도로 인식되고 있었다. 

그러나 김 지부장은 유학할 형편이 되지 않았다. 그의 주변에서는 갈산초교를 졸업하고 일찍 대처로 떠나는 친구들도 일부 있었지만 대부분 갈산중학교까지는 같이 다녔다. 그 후 고교는 중학교 졸업생 70% 이상이 외지로 진학했다. 공부 좀 하는 학생들이 주로 선호하는 곳은 가까운 홍성읍내에 있는 홍성고와 홍주고였다. 홍성고는 호서지방의 명문으로 알려져 이웃 시·군에서도 우수생들이 몰려오는 공립학교였다. 홍주고는 차선으로 갈 수 있는 사립학교였지만 초창기에 우수한 인재들이 몰려들었다. 

김 지부장으로서는 군청소재지 명문고에 도전해볼 만 했지만 나머지 30%에 포함된 갈산중 졸업생의 한 사람으로서 갈산고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부모는 가난한 농부였다. 김 지부장은 학교에 도시락도 못 싸갈 정도로 굶기를 밥 먹듯 했던 시절이었다고 회고한다. 
“저는 늘 배가 고파 산에 가서 먹거리를 채취해 먹었습니다. 읍내 학교에 다니고 싶어도 버스로 통학하기가 힘들었고, 방을 얻을 수 있는 형편도 못 됐습니다.” 

갈산면 오두리 고향 집에서 초·중·고가 있는 갈산면소재지까지도 가까운 거리가 아니었다. 그의 집과 학교는 4km로 거리로 떨어져 있었다. 그는 12년 동안 십리 산길을 매일 왕복 두 시간씩 걸어 다녔다.

■학창시절 농사 돕느라 공부는 뒷전

당시 갈산고는 학구적인 분위기가 아니었다. 학생들은 공부보다 어떻게 놀아야 할지에 더 관심이 많았다. 김 지부장도 지극히 평범한 학생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방과후 집에 돌아오면 부모님이 하시는 농사를 거드느라 공부는 뒷전이었다. 벼농사는 기본이었고, 담배농사까지 짓느라 자녀들이 매일 거들지 않으면 부모님 두 분이 감당할 수 없었다.  

영훈 학생은 고교 2학년에 올라가면서 이렇게 학창을 보내서는 안 된다고 자각하고 뒤늦게 대학 입학을 목표로 세웠다. 잘 살기 위해 하는 농사가 부모님은 물론 온 가족을 힘들게 하면서 가난을 면하기 쉽지 않은 현실을 새삼 깨달은 것이다. 당장 집안일을 돕는 것보다는 공부를 해서 안정된 직장을 얻는 것이 훨씬 낫다고 생각한 그는 책과 씨름하기 시작했다. 집에는 산더미처럼 일이 쌓였지만 그는 모른 체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는 도망 다니면서 공부를 했다고 회상한다.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공부에 몰두한 결과 고교 졸업 후 바로 한남대학교 경제학과에 입학할 수 있었다. 대학에서 ROTC 장교후보생으로 공부와 군사교육을 병행한 그는 1990년 졸업과 동시에 장교로 임관했다. 1992년 2월말 제대를 한 그는 농협에 입사했다. 고향 홍성군 광천지점에서 첫 임지로 발령을 받은 후 농협중앙회 회원지원부, 청양군지부 청양출장소장, 중앙회 구조개편기획부 교육지원담당, 홍성군지부 농정지원단장, 성환지점장 등 본사와 지역에서 요직을 두루 맡으며 승승장구했다. 올해 1월 그는 홍성군 농업협동조합의 최고 수장이 되어 금의환향했다. 

김영훈 지부장은 갈산고 2학년 때 뒤늦게 대학 입학을 목표로 세우고 공부에 전념했다. 우수한 성적으로 한남대 경제학과에 입학한 그는 ROTC 군사교육도 받고 졸업 후에는 장교로 군 복무를 마치고 농협중앙회에 입사했다.
김영훈 지부장은 갈산고 2학년 때 뒤늦게 대학 입학을 목표로 세우고 공부에 전념했다. 우수한 성적으로 한남대 경제학과에 입학한 그는 ROTC 군사교육도 받고 졸업 후에는 장교로 군 복무를 마치고 농협중앙회에 입사했다.

■수익창출 농업인들에게 환원

“고향이니까 편안합니다. 군지부 1층은 은행으로서 수익을 창출해 농업인들에게 환원하고 2층은 지자체와 협력사업을 많이 받아 농업인들의 영농비 절감을 위해 도움이 되게 하겠습니다.”
김영훈 지부장이 2년 만에 고향에 돌아온 소감과 함께 포부를 밝혔다. 

올해 마늘과 양파 과잉생산으로 인한 가격하락으로 농민들의 시름을 덜어주기 위해 농협 충남도본부가 시·군단위로 하나로마트를 통해 사은품으로도 제공하면서 팔아주기 운동을 하고 있다며 지역 소비자들에게 적극 동참을 당부했다. 김 지부장의 고향 갈산면 오두리에는 78세의 어머니가 건강하게 노후를 보내고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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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윤 2019-07-08 12:01:06
멋지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