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천토굴 공원화하면 지역경제 부흥 가능
광천토굴 공원화하면 지역경제 부흥 가능
  • 허성수 기자
  • 승인 2019.07.09 17:1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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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젓갈로 가업 잇는 신경진 서해수산식품 대표
서해수산식품 신경진 대표가 광천읍 옹암리 본사 앞에서 파이팅을 외치며 포즈를 취했다.  그는 할아버지 때부터 시작한 가업을 3대째 이어가고 있다.
서해수산식품 신경진 대표가 광천읍 옹암리 본사 앞에서 파이팅을 외치며 포즈를 취했다. 그는 할아버지 때부터 시작한 가업을 3대째 이어가고 있다.

“광천 토굴만큼 훌륭한 관광자원도 없어요.”
홍성군 광천읍에서 대를 이어 새우젓갈 사업에 종사하고 있는 신경진(52) 서해수산식품 대표가 기자에게 토굴을 안내하면서 하는 말이다. 

■옛날 훌륭한 저장고 역할을 한 토굴

8일 오후 2시 무렵 바깥 날씨는 뙤약볕 아래 섭씨 30℃에 육박하는 무더운 날씨였지만 동굴 안의 온도계는 섭씨 14℃, 습도 70%를 가리키고 있었다. 요즘은 냉장고가 흔하고 냉동창고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토굴 의존도가 낮아졌지만 옛날에는 매우 훌륭한 저장고 역할을 했다. 

토굴 안에서 설명을 하는 신경진 대표. 보통 광산에서 탄차가 한 대 다닐 정도의 크기로 미로처럼 열러 갈래로 뻗어 있다.
토굴 안에서 설명을 하는 신경진 대표. 보통 광산에서 탄차가 한 대 다닐 정도의 크기로 미로처럼 열러 갈래로 뻗어 있다.

이런 토굴이 광천에만 28개, 바로 이웃한 보령시에 13개가 있다고 했다. 신 대표가 운영하는 서해수산식품의 토굴은 전체 길이가 73m로 내부가 미로처럼 여러 갈래로 가지가 뻗어 있었다. 동굴의 높이는 1.6m 정도 되는데 키가 1.7m인 기자는 머리를 숙이고 다녀야만 했다. 암반이 모래처럼 쉽게 긁혀서 넓은 공간을 만들어 주고도 천정은 무너지지 않고 단단한 바위 형태를 유지하며 견뎌내는 지질이라고 했다. 

토굴 입구에서 문을 여는 신경진 대표.
토굴 입구에서 문을 여는 신경진 대표.

그렇게 길고 넓은 공간에는 입구에만 술통 같은 용기에 담은 새우젓이 비닐로 포장된 채 벽 한쪽에 길게 보관되고 있을 뿐 나머지 토굴 대부분은 비어 있었다. 신 대표는 토굴 안을 카페로 만들 수도 있고, 어린이들을 위한 수영장과 공포체험관 등으로 꾸며 새우젓을 이용해 김치나 장아찌 담그기 등의 체험 프로그램과 결합하면 훌륭한 관광상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나 정치인들에게 그렇게 늘 주장하지만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며 그는 안타까워했다.

광천읍 옹암리는 지금 육지 한 가운데 있는 촌락에 불과하지만 불과 40여 년 전만 해도 포구였다. 당시 옹암포라는 지명이 자연스러웠을 정도로 번성한 어항이었다. 
“서해 5도에서 새우를 잡은 배가 광천 옹암포까지 들어왔어요. 그러면 바로 새우젓을 담가 우리 마을 뒷산에 판 토굴 속으로 옮겨 보관하며 숙성을 시켰죠.”

토굴 안의 약도다.
토굴 안의 약도다. 입구가 서로 다른데 가운데를 뚫어 양쪽을 통과할 수 있게 한 구조다.

신경진 대표는 냉장고가 없었던 시절 옹암리는 토굴을 이용한 저장고가 갖춰진 천혜의 어항이었다고 회고한다. 마을 바로 뒤 야산은 활석암반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고급 장비가 없어도 파기가 쉬웠다. 
“1960년대에 광천에서는 새우젓을 저장하기 위해 토굴을 많이 파게 되었어요. 사람이 그냥 손으로 간단한 도구를 가지고 파기만 하면 되었으니까요.”

새우젓갈을 대량생산해서 토굴에 오랫동안 보관하며 전국으로 유통시킬 수 있게 되자 광천읍도 번성하기 시작했다. 특히 옹암포에서 토굴새우젓 사업에 종사하는 주민들은 많은 돈을 벌었다.

“당시 돈 10마지기와 토굴 하나가 똑같다고 했습니다. 오히려 토굴 새우젓이 농사보다 경제력이 더 나았지요.”

■쇠퇴한 광천 제2부흥을 위한 해답은…

토굴은 활석암반층이어서 간단한 도구만으로도 긁으면 모래처럼 일어나고 천정은 단단하게 바위형태를 유지해 무너지지 않는다.
토굴은 활석암반층이어서 간단한 도구만으로도 긁으면 모래처럼 일어나고 천정은 단단하게 바위형태를 유지해 무너지지 않는다.

그러나 정부가 간척사업을 하면서 광천읍은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서해바다에서 들어오던 뱃길이 끊어지고 육지와 섬이 다리로 연결되면서 광천읍을 이용하던 외지의 유동인구는 상당수가 줄어들었다. 그 전까지는 서산과 태안의 섬지역 주민들이 배를 이용해 광천에 와서 장을 보기도 하고 서울이나 대처로 가기 위해 광천역에서 장항선 열차를 타기도 했다. 
“오천항을 막고, 천수만 A·B지구를 막으면서 광천은 바다가 멀어지고 환경이 파괴됐습니다.”

신 대표는 어린 시절 집 앞 바닷가가 놀이터였다고 기억한다.
“바닷물이 여기까지 들어왔어요. 배를 짓는 공장도 두 군데나 있어서 배 고사를 지낼 때는 떡을 얻어먹었던 기억도 납니다. 바닷물이 들어올 때는 장둥어가 많았어요. 그때는 꼴망태기라고 했는데 잡아도 먹지 않았습니다.”

입구에만 보관된 젓갈 용기들이 일부 있을 뿐 나머지 대부분의 공간은 비어 있다. 신 대표는 광천에 있는 28개의 토굴은 훌륭한 관광상품이라며 제대로 개발하면 얼마든지 관광객을 유안힐 수 있다고 장담했다.
입구에만 보관된 젓갈 용기들이 일부 있을 뿐 나머지 대부분의 공간은 비어 있다. 신 대표는 광천에 있는 28개의 토굴은 훌륭한 관광상품이라며 제대로 개발하면 얼마든지 관광객을 유안힐 수 있다고 장담했다.

신 대표는 제대 후 잠시 회사를 다녔지만 1년 반 만에 그만두고 고향에 돌아왔다. 새우젓갈은 할아버지 때부터 시작한 가업이다. 앞으로 지역경제와 함께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는 관광과 결합한 6차산업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토굴을 상품화하면 승산이 있습니다. 우리 선조들은 항구 가까운 곳에 토굴을 뚫어 지역경제를 발전시켰습니다. 이제는 그 흔적을 관광상품화해야 합니다. 토굴축제를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신 대표는 홍성군이 가진 28개의 토굴은 엄청난 관광자원이라며 옹암리 일대를 공원화하여 광천읍이 제2의 부흥기를 맞이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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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레라미 2019-07-10 13:01:34
지역에 꼭 필요한 자원이 있으면 시장이 활발하게 돌아가겠네요..반드시 이루어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