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고객과 함께 이뤘다 … ‘예수금 3000억 달성’
조합원·고객과 함께 이뤘다 … ‘예수금 3000억 달성’
  • 황동환 기자
  • 승인 2022.07.29 11: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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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최기생 홍성낙농협동조합장
예수금은 종잣돈 … “사회공헌활동 여력도 커져”
원유 차등가격제 … “농가 현실 도외시한 정책”
생산비 증가로 어려운 농가 도울 방법 모색 중
최기생 홍성낙농협동조합 조합장. 그가 이끄는 조합이 지난 7월 20일 예수금 3000억 원을 돌파했다. 그는 "늦게 출발했지만 조합원들이 단결했고 고객들의 도움이 있어 가능했던 성과"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사진=황동환 기자
최기생 홍성낙농협동조합 조합장. 그가 이끄는 조합이 지난 7월 20일 예수금 3000억 원을 돌파했다. 그는 "늦게 출발했지만 조합원들이 단결했고 고객들의 도움이 있어 가능했던 성과"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사진=황동환 기자

내포신도시에 본점을 두고 있는 ‘홍성낙농협동조합(이하 홍성낙협)’이 최근(7월 20일) 예수금 3000억 원을 돌파했다. 홍성지역 농협‧축협 은행들과 비교해 두 번째로 많은 액수다.

예수금(預收金)은 금융기관이 일반대중 또는 기업, 공공기관 등 불특정 다수로부터 일정한 이자 지급 등의 조건으로 보관‧위탁을 받아 운용할 수 있는 자금이다. 이 예수금 규모가 어느 정도냐에 따라 해당 금융기관의 규모 역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최기생 홍성낙협 조합장은 “예수금은 종잣돈이고 수익이 발생하는 원천이다. 예수금의 규모가 클수록 마진이 발생할 수 있는 규모도 따라서 커진다는 의미다. 또 이 돈이 많을수록 조합원 지도사업과 지역사회 공헌 활동도 그만큼 더 다양하게 펼칠 수 있다”며 “1993년 12월에 개점, 홍성군에서 제일 늦게 출발했는데 조합원들과 일치단결해 여기까지 왔다. 조합원과 고객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최 조합장에 따르면 홍성낙협의 관할 지역은 홍성, 보령, 청양, 서산, 태안, 예산, 당진 일부, 아산, 서천까지 9개 시·군이다. 현재 이 지역에서 180여 농가가 가입돼 있다. 참고로 전국에 4만9000여 낙농가들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현재 사육 중인 젖소는 40만 두수이고, 이 중 젖을 짤 수 있는 소는 19만 5000두이다. 홍성낙협 가입 농가에서 사육 중인 젖소는 2만두. 여기서 1만두가 젖을 짤 수 있는 소다.

사육두수와 실제 우유를 생산할 수 있는 젖소의 수가 차이가 있다. 최 조합장은 “새끼를 낳고 젖이 나오는 상태가 돼야 우유가 생산된다”며 “평소에 전체 사육두수 중 절반은 우유 생산 없이 사육하면서 임신 여부를 수시로 점검하고 있다. 그래서 발정 관리를 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의 집무실 벽에 거치된 대형 모니터에는 젖소의 △음료 섭취량 △온도 △발정 여부 △소화 상태 △질병 상태 등을 알 수 있는 그래프와 숫자들 표시되고 있었다. 그는 “시스템이 설치된 농가의 젖소 상태를 이곳에서도 모니터링이 가능하고, 점차 모든 농가에 확대할 계획”이라며 “직원은 물론 수의사, 인공수정 전문가와 낙협이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 조합장은 정부의 ‘원유 차등가격제’ 도입에 대해 낙농가들이 최근 충남을 시작으로 전국을 돌며 반대 릴레이 집회를 이어가고 있는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화제를 옮겼다.
현재 원유 가격 책정은 ‘생산비 연동제’를 적용하고 있다. 낙농가의 생산비 증감에 따라 가격을 정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정부가 대신 ‘원유 차등 가격제’를 도입하기로 하면서 낙농가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우유는 멸균 처리 후 그대로 마시는 우유와 치즈‧버터 등 유제품을 만드는 가공 우유로 나뉜다. 현재 이 두 종류 우유의 납품 가격 차이가 없다. 그런데 원유 차등가격제는 마시는 우유보다 가공 우유의 가격을 더 낮게 책정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엔 유가공업계가 값싼 수입원유 대신 국산 원유를 선택하도록 유도하겠다는 정부의 고민이 묻어있다.

하지만 최 조합장은 생각이 달랐다. 그는 “사룟값이 작년 1월1일부터 포대당 5400원, 소가 먹는 각종 건초값도 두 배 올랐다. 농가 트랙터 면세유도 116% 올랐다. 그런데 우윳값은 2008년부터 어제까지 316원이 올랐고, 농가들은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며 “현재 생산원가가 950원인데 800원에 팔라는 정부의 정책 앞에서 국민 기본 먹거리인 우유를 생산할 수 있겠는지 걱정이다”라고 우려했다.

정부의 이번 조치가 현실을 도외시했다고 판단한 그는 조합장으로서 낙농가의 피해를 줄이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었다.

그는 “낙농 관련 조합장 회의에서 정부 시책의 맹점이 무엇인지 의견을 개진하고, 집회 현장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경청하고 있다”며 “조합장으로서 사룟값을 내릴 수는 없지만 농가들의 생산비 부담을 덜어줄 방법에 대해 지원 여부를 이사회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 조합장은 지금 예수금 3000원 돌파의 기쁨을 잠시 미루고 당면 현안인 ‘원유 차등가격제’로 인한 낙농가들의 피해를 막을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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