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하는 CEO 윤주선 홍성군산림조합장
소통하는 CEO 윤주선 홍성군산림조합장
  • 허성수 기자
  • 승인 2019.07.30 16:39
  • 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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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산 가까이 하며 시 쓰는 문인으로 데뷔하기도
윤주선 홍성군산림조합장은 소처럼 우직한 성품으로 누구든 도움을 요청하면 거절하지 못한다. 손익계산을 전혀 할 줄 모르는 바보처럼 자신이 가진 재능으로 묵묵히 봉사한다.
윤주선 홍성군산림조합장은 소처럼 우직한 성품으로 누구든 도움을 요청하면 거절하지 못한다. 손익계산을 전혀 할 줄 모르는 바보처럼 자신의 재능으로 묵묵히 봉사하는 것이 어릴 때부터 체질로 굳어졌다.

윤주선 홍성군산림조합장은 10여년 전만 해도 조합의 최고경영자(CEO)가 된다고 생각해본 적이 전혀 없었다. 목재소를 운영하면서 남달리 가진 기술로 임업인들을 돕고 산림을 가꾸는 일로 보람을 느끼며 그저 평범하게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감히 쳐다보지도 못할 나무에 올라갈 꿈을 꾸게 된 계기가 찾아왔다. 강력한 태풍에 쓰러진 위험목을 제거하려다가 나무에 깔려 식물인간이 된 임업인에 관한 소식을 접한 그는 홍성지역 임업인들에게 엔진톱을 안전하게 사용하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싶었다. 그래서 자신의 호주머니를 털어 지역신문에 광고를 내고 교육 장소로 산림조합 1층 회의실을 빌리기로 했다. 뜻밖에 반응이 좋았다. 신문에 실린 광고를 본 임업인이 30명이나 신청을 했다. 그는 자신이 대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홍성군산림조합을 찾아가 실무자에게 회의실을 빌려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거부당했다. 조합장도 만났으나 그 역시 안 된다며 허락해주지 않았다. 교육을 신청한 사람들이 다 조합원으로서 평소 늘 문을 잠궈놓고 있는 회의실을 흔쾌히 내어줄 줄 알았으나 거부당하자 그는 너무 화가 났다. 그는 직접 조합장이 되어 조합원과 소통하는 리더십으로 권위주의적인 체질을 완전히 바꿔놓고 싶었다. 

그러나 홧김에 조합장이 될 수는 없었다. 조합장 후보로 나가기 위해서는 한 표라도 지지받을 만한 건덕지가 있어야만 했다. 안양공고 졸업이 최종학력으로서 그 밖에 열거할 이력사항이 없는 게 큰 핸디캡이었다. 그런데 마침 거리에 내걸린 현수막에서 공주대학교가 실업계고 출신을 대상으로 특별전형을 한다는 광고를 본 그는 주저하지 않고 원서를 냈다. 공주대에서 합격통지서를 받은 그는 4년 동안 열심히 공부해 학사모를 쓸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그 사이 조경기능사 자격증도 땄고, 그보다 더 수준이 높은 조경기사 자격증도 땄다. 

그 과정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조경기사 자격증은 1년에 3회 시험을 볼 기회가 주어졌는데 합격하기까지 무려 5년이 걸렸다. 혼자서 책만 보며 독학으로 준비하다가 계속 낙방을 한 그는 마지막 3개월간 서울 종로에서 고시원 생활을 하며 학원에 다녔다. 그렇게 해서 치른 열세 번째 시험에서 합격증을 받고 나니 조합장에 당선된 것만큼이나 기뻤다. 2015년 2월 20일 전국동시조합장선거 후보등록 마감일이 거의 임박해서야 조경기사 자격증과 함께 4년제 대학 졸업장을 받을 수 있었던 그는 곧바로 서류를 준비하며 과감하게 출사표를 던졌다. 

막상 후보 등록은 했지만 첫 도전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상대후보 2명이 워낙 스펙이 좋았고 지역에서 오래 활동하며 다져놓은 기반도 튼튼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데 의미를 두고 선거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첫 선거에서 덜컥 당선되고 말았다. 3자구도의 선거에서 그는 2등을 한 후보에게 근소한 표 차이로 앞선 1등이었다. 

올해 3월 13일 두 번째 치른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도 그는 현직 조합장으로서 재선에 도전해 성공했다. 역시 4년 전과 같은 3자구도에서 그는 50%에 가까운 지지를 받고 당선됐다. 

첫 선거 때부터 파란을 일으키며 다수의 조합원들로부터 꾸준히 지지를 받는 비결에 대해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제가 평소 선거를 의식하고 한 일은 아니지만 누구든지 어려운 일을 부탁하면 못한다고 말한 적이 없습니다. 조합원들이 위험목을 제거해달라고 요청하면 제거해주고, 무슨 일이든 달려가서 봉사를 하는 것이 제 습관으로 굳어 있습니다. 돈이 되든 안 되든 시키는 대로 봉사를 하니까 그런 저의 모습을 본 조합원들이 저를 지지하면서 제가 모르는 분들에게도 많이 홍보를 해준 것 같습니다.”

그는 이번 임기 중에 해결해야 할 가장 큰 숙제가 있다. 지금 홍성읍 대교리에 공사중인 임산물종합유통센터를 연말에 완공해 조합 사무실과 함께 이전하고 조합원들이 생산한 임산물 판매와 함께 여신업무를 시작하는 것이다. 

“연임하게 돼 기쁘기보다는 초선 때보다 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그 동안 적자였던 조합이 첫 임기 4년째 해였던 지난해부터 흑자를 냈습니다. 과거에 산림청에서 산림조합에 맡기던 일이 요즘은 입찰방식으로 하면서 우리가 독식할 수 없게 됐습니다. 홍성에 오던 산림청 사업이 지금 지역의 7개 업체가 나눠 먹으니 조합에 돌아올 몫이 얼마 안 됩니다. 그래서 임산물종합유통센터를 재작년에 신청해 짓고 있습니다. 연말에 준공하게 되면 소비자들에게 많이 홍보하고 판매해 임산물 생산자들이 소득을 더욱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은행 업무도 제 임기 중에 반드시 시작하겠습니다.” 

올 연말에 완공을 목표로 건축이 진행중인 홍성군산림조합 임산물종합유통센터 조감도.
올 연말 완공을 목표로 건축이 진행중인 홍성군산림조합 임산물종합유통센터 조감도.

윤 조합장은 시를 쓰는 시인이기도 하다. 2013년 ‘문학공간’이라는 문예지의 추천으로 문단에 데뷔했다. 그가 시인이 된 계기는 지역신문에 소나무에 관한 글을 써서 기고한 것이 발단이 됐다. 

“2012년 홍성신문에 소나무를 아끼고 잘 가꿔서 한국의 산을 지킬 수 있도록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한다는 취지로 기고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 글이 독자들에게 큰 호평을 받았어요. 지금 홍성문협회장을 맡고 있는 황정옥 시인이 그 글을 보고 칭찬하면서 수필을 써보라고 권하더군요,”

황정옥 시인의 권유를 받고 그는 수필을 습작하기 시작했다. 시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된 그는 서울을 오르내리며 손희락 시인의 지도를 받아 이듬해 2013년 활자화된 시로 문단에 첫 신고를 하게 된다. 

“나무와 산을 가까이 하는 임업인으로서 아름다운 자연을 보고 영감을 얻습니다. 그래서 저의 시는 이해하기 쉽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천둥 치던 날
컴컴한 세상에 와서
낮은 곳으로만 흘렀네

깊은 산속 나무를 만나고
이름없는 들풀 곁에 쉬며
낮은 곳으로 흘렀네

인내로 흐르지 않고
개울, 시냇물 거치지 않고
어찌 큰 강에 다다를 수 있으랴

상처 입은 수초를 품고
둥둥 떠도는 강물이여
고단했다고 서러워 마라

한 점 빗방울이 강물을 이루는 것
그것이 삶이다
나, 넓고 고요한 강이 되기를 기도하노라

-‘강’ 전문-

윤 시인은 올 가을에 처녀시집을 낼 계획이라면서도 아직도 부족해 상의해서 내겠다는 말로 여운을 남겼다. 학구열이 여전한 그는 공주대학교 산업과학대학원(석사과정)에 다니는 학생 신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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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옥 2019-08-03 10:09:36
나무처럼 묵묵히 고향을
빛내주시는, 윤주선 산림조합장님!
정말 멋지집니다~~*

윤미정 2019-08-07 19:59:42
더운날씨에 건강도챙기세요~
울~~ 오라버니 늘!! 응원합니다

홍성지킴이 2019-08-03 15:02:40
평소 우직하신 성품이라고 쓰신거 100퍼센트 동감입니다. 응원합니다 조합장님^^

이노니 2019-08-03 23:19:37
한 그루의 나무가 있던 곳에 숲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는 것 같습니다. 너무 멋지십니다 ! 앞으로의 행보에 늘 응원하겠습니다! :)

이선영 2019-08-07 21:52:44
너무부지런하시고.늘.남을먼저생각하시는.
조합장님!항상건강하십시요^^화이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