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성읍성 석당산 소나무 일제만행 산 증거”
“결성읍성 석당산 소나무 일제만행 산 증거”
  • 허성수 기자
  • 승인 2019.08.07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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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기억 과장, 송진채취 상처로 죽어가는데 널리 알렸으면
안기억 문화관광과장은 결성면장 재직시절 석당산에 수실로 올라가 결성읍성 주변 상처입은 소나무를 유심히 관찰하고 사진으로 찍어 일제의 만행을 알리는 전시회를 갖기도 했다.
안기억 문화관광과장은 결성면장 재직시절 석당산에 수시로 올라가 결성읍성 주변 상처입은 소나무를 유심히 관찰하고 사진으로 찍어 일제의 만행을 알리는 전시회를 갖기도 했다.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며 경제보복을 하고 있는데 대해 홍성군 공무원 중 누구보다도 반일의식이 강한 안기억 문화관광과장은 이렇게 말했다.

“일본이 아직도 한국을 식민지 국가로 인식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안 과장은 결성면장 재직시절 석당산 송진채취 소나무 사진전을 열어 일제의 만행을 세상에 알렸던 적이 있다.

20세기 초기만 해도 결성면은 결성군청 소재지로서 고을 관아가 있었고, 그 주변 석당산 결성읍성에는 푸른 소나무가 울창했다. 그러나 한반도를 강제병탄하고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일제는 전투기의 연료로 사용하기 위해 결성읍성 소나무를 훼손해 송진을 채취하도록 했다. 그 흔적이 해방 후 69년이 지난 지금도 남아 있다. 결성읍성 주변 석당산에는 수령 100년이 넘을 듯한 소나무들이 사람 눈높이 정도 되는 굵은 줄기 아랫부분에 두터운 껍질을 난도질당한 채 속살을 드러내고 흉측한 모습으로 서 있는 것이다. 이미 죽어 없어진 나무도 있지만 강인한 생명력으로 지금까지 흉한 상처를 안고 자라고 있는 소나무만 해도 95그루다. 이것은 일제의 만행을 고스란히 후세들에게 보여주는 산증거가 되고 있다. 

일제강점기에 전투기 연료로 공급하기 위해 송진을 채취한 소나무의 아픈 흔적이 남아 있다.
석당산에는 일제강점기 전투기 연료로 공급하기 위해 송진을 채취한 소나무의 아픈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사진제공=안기억>

안기억 과장은 결성면장 재직 시절 시간만 나면 면사무소 바로 뒤 석당산에 올라 심각하게 상처를 입고 신음하는 소나무를 관찰하며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뒀다. 모두 몇 그루가 되는지 산을 샅샅이 뒤지며 일일이 세어 보기도 했다. 그래서 상처입은 소나무는 모두 95그루가 된다는 사실도 파악했다. 

그가 늘 안타까웠던 것은 소나무에게 가해진 일제의 만행이 결성면 지역주민들 외에는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가장 중요한 줄기 부분에 껍질이 사정없이 벗겨진 몸이라 수명이 짧아질 것이라는 점도 걱정이었다. 얼마 못가 죽게 되면 일제가 저지른 만행의 흔적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작년 삼일절을 전후해 결성동헌에서 석당산 송진채취 소나무 사진전 열었다. 

그 동안 자신이 직접 폰카로 찍었던 70여점 중 30여편을 골라 전시했는데 한결같이 전문작가 뺨칠 만큼 수작이었다. 전문가용 고급 카메라도 아닌데 휴대폰 기계가 워낙 좋아서인지 크게 확대를 해 인화지로 현상한 사진인데도 너무나 선명하고 사실적이었다. 70여년 전 날카로운 기계로 난도질당한 자국을 적나라하게 보여줘 보는 이로 하여금 마치 자신의 몸에 잘 아물지 않은 상처자국을 보듯 섬찟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당시 결성을 찾는 외지 탐방객에게 송진채취 소나무 사진전은 큰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홍성읍이나 내포신도시 등 인구가 많은 가까운 지역으로 나가 전시회를 갖지 못한 것은 아쉬웠다. 안기억 면장이 작년 7월 군청 복지정책과장으로 복귀하면서 업무영역 밖의 일이 되고 말았다. 다시 올해 7월초 문화관광과장으로 전보된 그는 당장 9월에 있을 홍성역사인물축제 준비 때문에 눈코뜰새 없이 바쁜 몸이다. 옛 임지에서 했던 일을 다시 끄적거릴 수 있는 입장도 아니어서 안 과장은 말을 아끼면서도 이제는 전문 사진작가가 나서서 작품다운 사진을 찍어 일제가 소나무에게 가한 악행을 널리 알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석당산 송진 채취 소나무
송진을 채취하기 위해 껍질을 벗기고 켜켜이 톱날 자국을 낸 흔적이 남은 소나무. <사진제공=안기억>

“위안부 할머니도 자꾸 한 분씩 돌아가시듯이 이런 소나무도 시간이 지나면 고사되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잊혀질 것입니다. 그 아픔을 사진으로 남겨 후세들에게 전해질 수 있었으면 합니다.”
 
지금도 그의 스마트폰에는 결성면장 시절 찍었던 상처투성이 소나무 사진들이 그대로 저장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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