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없는 아이들의 아빠 데이빗 송
아빠 없는 아이들의 아빠 데이빗 송
  • 허성수 기자
  • 승인 2019.08.13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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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국 호주 브리즈번보다 광천이 영원한 나의 고향"
데이빗 송 선교사는 서해삼육학교 울타리를 끼고 오래 된 한옥을 구해 검소한 생활을 하고 있다.
데이빗 송 선교사는 서해삼육학교 울타리를 끼고 있는 골목 안 오래 된 한옥을 구해 검소한 생활을 하고 있다. 아이들을 돌볼 수 있을 정도의 돈 외에는 물질에 대한 욕심이 전혀 없다. 

광천이 쇠락하면서 원주민들조차도 떠나는 마당에 평생 살겠다는 백인이 있다. 

호주 출신 데이빗 송 선교사, 그는 2005년 광천읍을 처음 방문한 후 지금까지 이곳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당시 광천 구세군교회와 사랑샘보육원의 초청을 받고 한국을 처음 방문했던 그는 광천에서 잠시 머물다 갈 계획이었다. 그러나 사랑샘보육원 아이들을 만나면서 그의 계획은 완전히 바뀌고 말았다. 

아이들에게 잠깐 정만 주고 떠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아빠가 없는 아이들을 위해 평생 아빠가 되어 주기로 했다. 그때 나이 50세에 홀몸이었던 그는 호주 브리즈번에 있는 집과 부동산을 모두 팔아 광천에 집을 마련했다. 사랑샘보육원 아이들을 자신의 집으로 초청해서 맛있는 요리도 해주고, 악기를 연주하거나 태권도, 합기도 등의 운동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물론 영어도 가르치곤 했는데 함께 어울려 놀아주는 것 자체가 언어교육이었다. 한국어를 할 줄 모르는 그로서는 영어로 소통해야 했으므로 아이들은 그가 하는 말을 따라 자연스럽게 영어를 배울 수 있었다. 그는 그것을 '홈스테이' 방식의 영어교육이라고 말한다. 

데이빗은 직접 입양하기도 했다. 가정이 파괴되면서 부부 중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오누이들을 맡아 친자식처럼 길렀다. 다행히 두 자녀들은 공부를 열심히 했다. 큰딸은 지금 천안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데 내년 2월 졸업을 앞두고 있다. 그 밑에 아들은 서해삼육고를 졸업하고 미국에 유학을 보냈다. 현재 그는 미시간대학교를 다니고 있다. 두 오누이들의 성이 송(宋)씨여서 자신도 그들과 같은 한국 성을 쓰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민으로 귀화하지는 못했다. 귀화할 수 있는 조건은 오직 하나 한국여성과 결혼하면 해결될 수 있는 일이었다. 정작 그는 결혼에 전혀 관심이 없다. 사랑샘 아이들에게 줘야 할 사랑이 아내에게로 가 버리게 되면 아빠 노릇이 소홀할 수밖에 없고 그러면 그가 광천에서 평생 보내야 할 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올해 나이 64세로 여전히 그는 독신남이다. 광천읍 신랑2리 서해삼육학교 울타리 옆에 마련한 그의 집은 매우 낡은 ㄱ자형 한옥으로 검소하게 살고 있다. 거의 원래 구조대로 쓰고 있는데 요즘 우리나라 사람들도 잘 쓰지 않는 오래된 장롱도 눈에 띄었다. 벽에는 온통 아이들과 찍은 사진으로 도배가 돼 있었다. 그들이 성장하고 성숙해 나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그에게는 큰 즐거움이었다.

한때 어린이집과 인근 초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면서 조금이나마 받는 강사료가 수입원이 되었지만 요즘은 그런 일거리마저 줄어들었다. 낮은 출산율과 다른 지역으로 떠나는 주민들이 늘면서 어린이집과 초·중학교가 문을 닫으며 영어교육 수요가 퍽 줄어든 탓이다. 한 달 동안 그의 통장에 들어오는 돈은 40만원 정도다. 호주의 가족이 20만원, 한국의 두 후원자가 10만원씩 20만원을 매달 보내주고 있다.  

그의 방을 도배하고 있는 아이들 사진들. 그는 사람샘 아이들과 늘 함께 할 수 있어서 결코 외롭지 않다.
그의 방을 도배하고 있는 아이들 사진들. 그는 사람샘 아이들과 늘 함께 할 수 있어서 결코 외롭지 않다.

대부분의 지역주민들은 백인으로서 영어가 주특기인 그가 광천에서 가난하게 살아야 하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광천을 어서 떠나 서울이나 다른 대도시에 가서 영어강사를 해 풍족하게 살 수 있기를 종종 권하지만 그는 웃어넘길 뿐이다. 

"우리 아이들을 두고, 제 어린 딸들 곁을 어떻게 떠나라는 말입니까. 그 아이들은 저에게 너무나 소중한 보물입니다. "

그가 아이들 곁을 떠날 수 없는 근본적인 이유는 하나님의 사랑 때문이라고 고백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들려준다. 

"제가 부모로부터 버림을 받거나 거부당한 고아들을 보고 하나님께 '왜 하나님은 아무 일도 하지 않으십니까?'라고 투정하며 물었더니 그분이 이렇게 대답하셨어요. '데이빗, 네가 하지 그래….' 그래서 저는 하나님 대신 그 아이들의 삶을 변화시키고 보다 가치있는 존재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도록 도우며 헌신하기로 했습니다."

요새는 광천이 그의 조국 호주 브리즈번보다 더 사랑하는 고향이 돼 버렸다. 두 달 전 그는 72세의 나이로 세상을 하직한 형의 부고를 받고 오랜만에 고국에 갔으나 4일 만에 돌아왔다. 그는 호주에 가면 오히려 타향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장례식에 참석하러 간 김에 옛날 정든 친구도 만나고 오래 머물며 휴식을 가질 수도 있었으나 시간을 지체할수록 마음이 편안하지 못해 빨리 광천에 돌아가고 싶어 안달하게 되었다고 했다.  

호주에 살던 청년시절 한국에서 온 이민자들로부터 배운 태권도가 5단으로 그는 건강만큼은 자신한다. 게다가 합기도가 2단이고, 검도와 궁도도 배우고 있다. 또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기 위해 기타와 드럼도 배운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한식을 비롯해 일식, 중국식, 이태리식, 멕시코식, 서구 유럽의 다양한 음식을 다 섭렵했다. 소식가이기도 한 그는 하루 점심 한 끼만 직접 챙겨먹는다. 

신주철 광천읍장과 함께 한 데이빗 송
신주철 광천읍장(오른쪽)의 격려에 용기를 얻고 함게 파이팅을 하는 데이빗 송

한국인으로서 시민권 없이 계속 살아가는 데 불편한 점도 있다. 2년마다 비자를 갱신해야 하는 것이다. 1년 전부터 비가 새는 집을 아직 수리하지 못했는데 한국인이 아니어서 행정적인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 다행히 이달부터는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그 동안 소원하던 지역의료보험 가입이 이뤄진 것이다.

지난 8일 기자의 주선으로 만난 신주철 광천읍장은 데이빗에게 비 새는 집을 지역의 민간단체를 주선해 고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데이빗은 지난해 홍성군으로부터 사회복지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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