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인 MZ? 워라벨 중요할 뿐!
이기적인 MZ? 워라벨 중요할 뿐!
  • 노진호 기자
  • 승인 2023.05.08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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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운대 제28대 총학생회 ‘무브’ 좌담회
화두는 일자리… “홍성, 교통 너무 불편”
저출산 문제 “주택·경력단절 해결해야”

지난 2일 오후 5시 청운대학교 수신관 2층 총학생회 회의실에서 제28대 총학생회 ‘무브’의 임원 6명과 만났다. ‘무브(MOVE)’는 말보단 행동으로 증명하자는 의지가 담긴 이름이다. 고민 끝에 ‘MZ와의 좌담회’라 이름 붙인 이 자리는 지난달 6일 열린 무궁화 심기 행사가 시작이었다. 그곳에서 이들을 만났고, 이 지역의 한 축을 이루는 젊은이들의 생각이 듣고 싶었다. 이날 좌담회에는 김용원 총학생회장(글로벌학부 베트남학전공 18학번), 조현미 부총학생회장(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20학번), 김유완 복지국장(호텔조리식당경영학과 21학번), 남성일 정책사무부장(연극예술학과 18학번), 오유찬 문화체육부장(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19학번), 이지후 동아리국장(방송영화영상학과 20학번) 등이 참석했다.

지난 2일 오후 만난 청운대 제28대 총학생회 ‘무브’의 (왼쪽부터) 남성일 정책사무부장, 이지후 동아리국장, 김용원 회장, 조현미 부회장, 김유완 복지국장, 오유찬 문화체육부장. 사진=노진호 기자
지난 2일 오후 만난 청운대 제28대 총학생회 ‘무브’의 (왼쪽부터) 남성일 정책사무부장, 이지후 동아리국장, 김용원 회장, 조현미 부회장, 김유완 복지국장, 오유찬 문화체육부장. 사진=노진호 기자

총학생회 임원들과의 만남인 만큼 학생회의 역할부터 물었다. 김용원 회장은 “지금 청운대도 이른바 ‘코로나 세대’가 주축이다. 선배들이 했던 대학 생활과는 많은 게 다르고, 관계 형성도 부족하다”며 “원래의 모습을 되찾는 것이 목표다. 우리에게도 새로운 경험이 많다”고 말했다. 조현미 부회장은 “지난해 학과 학회장을 하며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성취감이 컸다. 그 뿌듯함을 다시 느끼고 싶다”고 더했다.

‘MZ세대’란 말은 참 익숙해졌지만, 그 정의는 모호하기도 하다. 녹색창에 검색해보면 ‘1980년대 초~2000년대 초 밀레니엄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 Z세대를 통칭하는 말로, 최신 트렌드와 이색적인 경험을 추구한다’고 나온다. 그래도 어려워 직접 물어보니 오유찬 부장은 “22세 이하”, 김유완 국장은 “서른까지”라고 답했다. 뭔가 통일이 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

‘MZ세대’는 이 사회에 매우 중요한 존재같지만, 한편으론 부정적 이미지도 있다. 이에 대해 남성일 부장은 “코로나19 때문에 부정적 의미가 커진 것 같다. 비대면 문화 속에서 개인주의가 늘었는데 MZ가 그 상징처럼 됐다. 하지만 이해·배려할 수 있는 세대가 MZ”라고 말했다. 오 부장은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일에 집중하는 것 같다. 배려가 부족하고 자기중심적인 면도 있다”고 전했다. 김 국장은 “워라벨(일과 삶의 균형)이 중요한 세대”라고 더했다. 김 회장은 “대학 문화도 변해서 모임 같은 게 쉽지 않다. MZ세대의 특징일 수도 있지만, 다가서면 된다. ‘낄끼빠빠’를 잘하는 게 MZ”라고 답했다.

대학생들의 화두도 어른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들의 가장 큰 고민도 먹고 사는 문제였다. 김 회장은 “몇 명이 모이면 늘 하는 말이 ‘뭐 해 먹고 살지?’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라 다른 걸 볼 시간이 없다”고 털어놨다. 조 부회장은 “지난해 학과 조교를 하며 조사를 했는데 취업률이 50% 정도였다. 스펙이 완벽한 어떤 선배도 취업 전이라 놀라기도 했다”고 더했다. 남 부장은 “서울 입성에 대한 고민도 있다. 지역 균형발전에 대한 뉴스는 종종 보지만 현실은 다르다”라고 말했다. 이지후 국장은 “코로나19 탓에 사회에 진출한 선배들과의 관계가 단절된 것도 더 힘든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야기는 먹고 살기 팍팍한 것과 연관된 문제로 이어졌다. 난제 중의 난제가 된 저출산 문제와 사회·경제적 압박으로 연애·결혼 등 포기한 게 셀 수도 없이 많다는 뜻의 ‘N포세대’가 바로 그것이다.

이 국장은 “주택문제 해결이 우선이다. ‘1가구 1주택’을 더 강하게 제한하더라도 풀어야 한다. 전남 어딘가엔 ‘월세 1만원 아파트’가 있단 이야기도 들었다”고 말했다. 조 부회장은 “전반적으로 많이 발전했지만, 그만큼 경쟁은 더 치열하고 빈부 격차도 커졌다. 그러다 보니 나 혼자 잘 살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라며 “양육수당, 감세 혜택 등 지원 강화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아이를 낳아도 돌아갈 수 있는 일자리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남 부장은 “저출산 해결이 우리에게 숙제로 떠넘겨지는 느낌도 있다. 생명 탄생이 어떤 의무로 이뤄져선 안 된다”고 전했다.

정부는 지자체의 대학지원 권한 확대와 맞춤형 규제 완화를 통해 지역과 대학의 동반성장을 추진하는 ‘라이즈(지역혁신 대학지원체계)’를 추진 중이다. 대학과 지역의 상생에 대해서도 다양한 생각이 나왔다.

김 회장은 “청운대는 공연·예술 관련 학과가 많다. 그것이 홍성과 잘 맞는지 모르겠다. 졸업 후 홍성에 머물고 싶어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우선 홍성군의 정기적 지원 등으로 지역민과 만날 수 있는 무대가 늘어났으면 좋겠다”며 “지역민 대상 팝업 레스토랑 등을 지원받기도 하는 것으로 안다. 지원은 감사하지만 그만큼 제약도 생긴다. 조금 더 하고 싶은 걸 해 볼 수 있는 분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지난해 팝업 레스토랑을 운영해 봤는데 홍보 부족을 느꼈다. 지역 특성에 맞는 핀셋 홍보를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더했다.

홍성에 대해서도 물었다. 김 회장은 “홍성 전체로 보면 놀거리나 맛집이 많지만,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택시비는 부담돼 셔틀버스로 가기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남 부장도 “교통이 너무 불편하다. 그래서 인천캠퍼스가 부러울 때도 있다”고 부연했다. 김 국장은 장점도 꼽았다. 그는 “작은 지역이라 큰 기대 없이 왔는데 오히려 좋은 점도 있었다. 작고 사람이 적어 더 제대로 경험하고 즐길 수 있었다. 흔히 ‘도시 촌놈’이라 말하는 경험적 한계를 조금은 해소한 것 같다”고 답했다.

현재 사회를 이끌어 가는 기성세대에 하고 싶은 말도 많았다. 이 국장은 “정치계 등에서 MZ세대를 언급하는 걸 보면 뭔가 편 가르기를 하는 느낌이다. 단지 생각이 조금 다를 뿐이다. 악용하지 않길 바란다”고 경고했다. 남 부장은 “서로의 생각을 수용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이해와 배려 속에서 우리의 잘못을 바로잡아줬으면 좋겠다”고 더했다. 김 회장은 “믿고 맡기면 알아서 잘하는 세대다. 그걸 알아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들은 학교에 바라는 점으로 ‘엘리베이터 설치’, ‘현장실습 기회 확대’ 등을 꼽았다.

자리를 정리하며 남은 하고 싶은 말을 다 해달라고 하자 남 부장은 “6월 14~15일 수신관 3층에서 연극예술학과 졸업 공연(연극 플라토노프)이 열린다.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김 회장은 “총학생회 행사의 퀄리티도 예산이 열쇠다. 학교에서 지원해 주지만, 학생회비 납부도 중요하다. 교우들의 협조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청운대의 학생회비 납부는 1학년 1학기를 빼곤 자율이라고 한다.

본래 ‘좌담회’는 무엇을 결정한다기보다 그 이야기 자체를 전개하는 과정이 더 흥미롭고 중요하다고 한다. 청운대 제28대 총학생회 ‘무브’와의 대화도 그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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