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8일 청년 도시 홍성군 만드는데 지혜 찾아
오는 28일 청년 도시 홍성군 만드는데 지혜 찾아
  • 허성수 기자
  • 승인 2019.08.20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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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철호 홍성군지역발전협의회장, 원탁회의 군정 접목 큰 호응 얻어
류철호 회장은 정치적으로 야심을 가질만 한데도 전혀 욕심이 없고 특정 정파나 이념을 드러낼 줄도 모르고 멍석을 깔아주는 역할을 소명으로 여기는 전형적인 충청도 양반이다.
류철호 회장은 정치적으로 야심을 가질만 한데도 전혀 욕심이 없고 특정 정파나 이념을 드러낼 줄도 모르고 멍석을 깔아주는 역할을 소명으로 여기는 전형적인 충청도 양반이다.

2017년 (사)홍성군지역발전협의회(회장 류철호)가 처음 시작한 ‘홍성군민공감원탁회의’가 뜻밖에 큰 호응을 얻으면서 2018년에 이어 올해도 오는 28일 세 번째 행사를 할 예정으로 이제 한 해도 거를 수 없는 연례행사가 되고 말았다. 

미리 공개모집을 통해 지원받은 군민 100명이 한 자리에 모여 2~3시간 동안 지역의 문제를 고민하며 토론한 결과 도출된 의견을 군에 제안하는 방식이어서 주민들의 참여도가 높다. 군에서도 군정에 다 반영할 수는 없지만 군민들의 욕구나 민원이 무엇인지 다양한 의견과 참신한 아이디어를 들을 수 있는 기회여서 바짝 귀를 기울여 듣는다.

그래서 2년 전 홍성군지역발전협의회가 NGO(비정부기구)로서 이 행사를 한번 해보겠다고 했을 때 홍성군은 적극 지원하고 나섰다. 군 기획감사담당관실은 지난해에도 지원했고, 올해는 홍성JC(청년회의소)와 광천JC도 함께 공동주관단체로 참여했다. 

원탁회의의 주제는 매년 한 가지를 선정한다. 2017년 제1회 ‘더 살기 좋은 홍성’, 2018년 제2회 ‘홍성군의 역사문화관광 축제 활성화’였다. 2019년 제3회는 ‘청년정책 아이디어 발굴’을 주제로 오는 28일 오후 1시 30분부터 청운대학교 호텔관광대학 6층 대연회장에서 개최된다. 소주제로서 △문화·여가 △일자리 △주거환경 등에 대해 토론하게 되며 전문 퍼실리테이터(사회변화촉진자)가 진행을 한다. 먼저 참여자들끼리 문제를 진단하는 1차 토론을 하고, 정책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2차 토론이 이어진다.

내포뉴스는 지난 16일 (사)홍성군지역발전협의회 사무실에서 올해 세 번째 군민공감원탁회의를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는 류철호 회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원탁회의에서 도출한 의견 군정 반영

-어떻게 해서 이런 행사를 시작하게 됐나?
“내가 젊었을 때 홍성JC 회장을 하면서 새로운 회의 방식이라 관심이 많았다. 100~200명이 다 거수해서 일어나 발언하는 방식으로는 회의가 안 된다. 하지만 개개인이 의사를 표현할 수 있도록 하려면 원탁회의 방식으로 가능하다. 나는 이런 방식의 회의를 홍성군에 접목시켜 보고 싶었다. 내가 2017년 홍성군지역발전협의회 회장에 취임하면서 이것을 사업계획서에 올려 회원들에게 설명했더니 처음엔 어려워하더라. 군청 공무원들도 마찬가지로 잘 모르더라. 결국 기획감사담당관실에서 같이 해보자고 제의를 했다. 민관협치 차원에서 바람직한 일이라 우리는 군과 같이 원탁회의를 하게 됐다. 2017년 처음 해보니까 주민들도 이해를 못했다. 작년에도 힘들었다. 그러나 올해는 그 동안 노하우를 살려 제대로 해보고 싶다. 원탁회의는 2시간 이상 걸리기 때문에 적극적인 참여자 위주로 하려고 한다, 홍성군민 100명이 회의를 통해 도출한 의견이 꼭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다. 다만 관 주도가 아니라 주민들끼리 함께 소통하면서 내놓는 의견을 관에서 귀 기울여 듣는 기회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올해는 청년정책을 주제로 선정했는데.
“우리 군이 전국에서 소멸지역 중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시골 면지역에 가보면 전부 연세 드신 분들뿐이다. 시골에 젊은 층이 살 수 있는 여건 안 된다. 그래서 청년정책을 주제로 삼게 됐다. 그것은 국가적으로도 문제지만 우리 스스로도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홍성군만의 역사·문화적인 특성을 감안해서 해결책을 찾아보고 싶다. 이번에 홍성군만의 청년정책을 위해 좋은 아이디어를 기대해 본다.”

-작년까지 2회를 진행하면서 도출된 의견들은 군정에 반영됐나?
“일부는 반영된 것으로 안다. 2018년도 원탁회의에서 주제로 토론한 ‘홍성군 역사문화관광 활성화’에 대한 의견은 문화관광과에서 참조하거나 발췌해 군정에 반영했다고 들었다, 이번 원탁회의에서는 그때 참조하거나 반영한 사실을 요약해서 (유인물에) 싣게 된다. 또 원탁회의가 끝나면 한 달 후 참가자들한테 그 결과에 대해 보내드리고 있다.”

-오늘 원탁회의 공모 마감일을 맞아 지원자는 많이 들어왔나?
“현재(16일 오후 2시 기준) 지원자 70% 정도 확인했는데 90% 이상 공모한 것 같아 100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청년정책이 주제지만 여기 관심이 있는 다양한 연령층의 군민이 참여하도록 했다. 지금 확인된 지원자만 봐도 20대 20명, 30대 20명, 40대 16명, 50대 10명, 60대는 2명 정도로 참여의 폭이 넓다.”
 
-지원자들의 직업적인 분포는 어떻게 되나? 
“청년문제에 관심이 많은 홍성통, 4H, 귀농그룹에서 많이 지원했다. 보육기관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유아원 같은 데서 청년들에게 관심이 많다. 어떻게 하면 청년들이 홍성에서 살 수 있을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자리, 문화·여가, 주거·환경, 교육(보육), 육아 등의 소주제로 나눠 원탁회의를 할 것이다. 1부 행사는 최소한 줄여 짧게 하고 참여한 모든 사람이 발언하도록 하겠다. 올해는 이것 때문에 군의원님들이 자체 행사를 연기할 정도로 관심을 갖고 계시더라. 감사히 생각한다.”

오는 28일 오후 1시 30분부터 청운대학교에서 예정된 공감원탁회의 포스터
오는 28일 오후 1시 30분부터 청운대학교에서 예정된 원탁회의 포스터

-홍성군지역발전협의회에서 그 밖에도 지역발전을 위해 하는 사업이 있다면.
“그 동안 서해선 복선전철 삽교역 신설 반대운동에 앞장섰다, 그런데 갑자기 서해선이 서울로 바로 연결되지 않고 신안산선으로 환승해서 가야 된다는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이 문제는 국가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기는 하지만 우리 지역발전협의회에서도 같이 문제를 제기해야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 충남혁신도시를 유치하기 위한 운동을 우리가 주도해 왔는데 앞으로도 매월 회의 때마다 이 문제를 점검하겠다. 홍성읍 공동화 문제도 해결해야 된다. 서해선 복선전철이 개통되면 구도심 공동화 문제는 자연히 해결될 것으로 보이는데 문제는 소멸될 위기에 직면한 시골 읍·면지역이다. 홍성군내 11개 읍·면을 지키기 위해 우리 군만의 인구 늘리기 해법을 찾아야 한다.”

-예산군이 추진하고 있는 서해선 복선전철 삽교역 신설문제를 반대하는 이유는.
“우리는 지역이기주의를 철저히 경계하며 이 문제를 반대하고 있다. 그 이유는 서해선 삽교역이 애시 당초 국토부의 계획에 없었던 장래역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삽교 쪽에 인구 10만 이상 되고 교통수요가 나온다면 당연히 역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 내포신도시가 자꾸만 침체되고 있는 상태에서 역이 설립되어야 할 당위성이 없다. 지금 교통수요가 없는데 삽교역을 신설하면 서로가 죽는다. 지역이기주의를 떠나 국가 차원에서 볼 때도 삽교역을 느닷없이 신설하게 되면 KTX 공주역처럼 될 가능성이 있어 걱정된다. 어마어마하게 돈을 투자해서 지었는데 유령역이 된다면 국가예산만 낭비하는 것이다. 우리는 지역이기주의를 벗어나려고 전문가들을 쫓아다니면서 물어봤다. 전문가들에게 용역을 의뢰한 결과 100이면 100이 안된다고 했다. 예타가 안 나온다는 것이다. 우리가 예산 분들이 하는 일에 시비를 걸어 갈등만 일으키는 것 같지만 지역이기주의를 결코 배제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KDI(한국개발연구원)에서도 이 문제를 고민하는 것 같다. 삽교역은 장래역으로 두고 내포신도시에 충분한 수요가 생기면 그때 가서 신설하면 된다.”

-홍성군지역발전협의회는 언제부터 참여했나?
“홍성군지역발전협의회는 독립적인 기관으로 1996년 2월 10일 창립했다. 나는 1995년 12월 발기대회부터 참여했는데 창립 후 초창기 4년간 사무국장으로 활동했다. 그 전에 홍성JC 회장을 하면서 1994년 민선 1기 홍성군수선거 때 군수후보자초청토론회를 한 적이 있다. 처음에는 홍성JC 주최로 했고, 그 다음 지방선거 때는 내가 충남발전협의회 홍성군지회장을 맡아 두 번째 군수후보자초청토론회를 실시했다. 처음 했을 때는 문제점이 많았지만 그 다음 선거 때는 그것을 보완해서 했더니 반응이 좋았다.”

-당신은 지방의회나 정치에 직접 참여해 주도적으로 지역발전을 꾀할 생각을 해본 적은 없나?
“나는 지방의회에 진출할 꿈을 꿔본 적이 없다. 정치적인 색깔도 없이 순수하게 시민운동만 고집해왔다. 그래서 아내가 고생한다.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문구점을 운영하는데 놀면 뭐하나. 홍성 토박이로서 내가 이렇게 큰 것도 고향 덕이다.”
 
-이번 원탁회의에 참여할 군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이번에 참여하실 분들은 2시간 이상 자리를 떠나지 않기를 바란다. 자꾸만 소멸돼 가는 도시에 활기를 불어넣는다는 생각으로 토론에 끝까지 참여해 주셨으면 한다. 우리는 두 번 해본 경험을 살려 최대한 불필요한 의전을 생략하고 오신 분들이 다 한 마디씩 할 수 있도록 시간을 배려할 것이다. 홍성군에서도 청년정책에 대해 굉장히 관심을 갖고 있다. 청년들이 홍성에서 결혼해 살 수 있도록 좋은 포럼이 되게 하겠다.”
 
■전형적인 충청도 양반상

류철호 회장에게서 전형적인 충청도 양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말 타면 경마 잡히고 싶다’는 말은 그와는 전혀 상관없는 속담이었다. 자신의 말대로 정치적인 욕심도 없고 어떤 정당이나 이념에 치우치지 않는 중도적인 성향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 중도라고 하는 것조차도 정치적인 용어라 어울리지 않는 말이다. 그는 그냥 평범하면서도 비범한 역할을 하는 군민이었다. 다시 말하자면, 지역사회의 지도자를 키우고 지역발전을 위해 뒤에서 조용하게 멍석을 깔아주는 역할에 머무르기만 할 뿐인데, 그것이 그만이 할 수 있는 특별한 소명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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