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경덕, 공격적인 세일즈맨 기질의 최고경영자
표경덕, 공격적인 세일즈맨 기질의 최고경영자
  • 허성수 기자
  • 승인 2019.08.27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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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면지역 서부농협 괄목상대할 만한 실적으로 가파른 성장 견인
서부농협 표경덕 조합장은 40년 경력의 농협 직원 출신으로서 몸에 밴 세일즈맨 기질과 철저히 고객 위주의 서비스 정신이 그만의 경쟁력이다.
서부농협 표경덕 조합장은 40년 경력의 농협 직원 출신으로서 몸에 밴 세일즈맨 기질과 철저한 고객 위주의 서비스 정신이 그만의 경쟁력이다.

표경덕 서부농협 조합장은 올해 4월 치렀던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 무투표 당선으로 재선에 성공했다. 아예 상대할 복서가 없어 혼자 몸을 풀며 링을 지키고 있었던 셈인데 심판은 도리 없이 그의 손을 번쩍 들어줬다.

사실 그는 권투와는 거리가 먼 깡마른 체구지만 협동조합의 최고경영자로서는 강력한 펀치를 갖고 있다. 그가 초선 조합장 시절이었던 2017년은 5관왕을 달성한 최고의 해로 서부농협 역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을 쓰기 시작한다.

전국 단위농협을 대상으로 한 종합업적평가대상, 상호금융대상, 생명보험연도대상…등, 표 조합장은 중앙에서, 혹은 도단위의 각종 평가에서 우수한 실적을 인정받으며 매월 상 받으러 다니느라 바빴다. 조합장이 되기 전 40여년 동안 홍성지역에서 농협 직원으로 근무하면서 몸에 익은 경영의 노하우와 영업전략이 탁월한 실적으로 증명되자 누구도 감히 도전장을 낼 수가 없었다.

표경덕 조합장은 지난 봄 선거에서 조합원들이 자신을 단일후보로 밀어준데 대한 소감을 이렇게 전했다.

“고향에 30년 만에 돌아와 열심히 4년간 일했고, 조합원들이 전문경영인으로서 제가 거둔 성과에 대해 좋게 평가하면서 편안하게 더 일할 수 있도록 밀어주신 것 같습니다.”

표 조합장이 처음 취임했던 4년전 300억이었던 예수금이 지금은 700억원이 되었다. 서부농협 전경.
표 조합장이 처음 취임했던 4년전 300억이었던 예수금이 지금은 700억원이 되었다. 서부농협 전경.

표 조합장이 2015년 4월 서부농협 조합장에 처음 취임했을 때 300억이었던 예수금은 4년이 지난 현재 700억원으로 늘어났다.

“그때 설립된 지 43년 된 조합이 400억밖에 안되는 예수금으로 어려웠어요. 제가 4년만에 300억으로 늘린 것은 면단위 조합에서 쉬운 일이 아닙니다. 게다가 서부면에는 새마을금고도 있고, 수협(보령수협지점)도 있습니다. 우체국까지 자금이 고르게 분산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거둔 성과라 의미가 있죠.”
 
이런 성과는 조합장이 세일즈맨이 되어 적극 나섰기에 가능했다. 인구가 소멸되고 있는 지역에 조합원과 주민들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그는 전국에 있는 출향인들에게도 전화를 걸어 지역농협의 금융과 보험상품을 부지런히 판매했다. 그것은 곧 괄목상대할 만한 실적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 그가 첫 취임 후 누적된 결과로만 보면 8관왕은 될 것이라고 한다.

서부면은 바닷가라 특히 해안가 조합원들은 어업을 겸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 최대의 간척농지인 현대농장에서 대규모 벼농사를 짓는 조합원도 있다. 그래서 밭농사가 취약한 것이 특징이다.

“이 지역은 반농반어를 하는 조합원이 많습니다. 현대농장에서 크게 벼농사를 하는 사람은 연간소득이 1억이 넘습니다. 또 바지락을 줍는 것이 수입이 좋다보니 농사를 등한시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다보면 농산물의 질이 떨어집니다. 저는 조합원들에게 우수한 농산물을 만들어내도록 교육을 시켰어요.”

서부농협의 조합원들로부터 수매한 고춧가루를 서울 송파농협에서 구매를 해 고객을 위한 사은품으로 활용하고 있다.
서부농협의 조합원들로부터 수매한 고춧가루를 서울 송파농협에서 구매를 해 고객을 위한 사은품으로 활용하고 있다.

표 조합장은 지난해 고추를 좋은 상품으로 만들기 위해 교육만 8회를 실시했다. 그러나 여름철 가뭄이 너무 심해 흉작을 걱정해야만 했다. 덩달아 고추값도 올랐다. 작년 8월 20일 메말라가던 땅에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역전됐다. 전국적으로 고추 생산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값도 추락했다. 풍년이 오히려 조합원들에게 시름을 안겨주게 되었지만 표 조합장은 고추를 넉넉한 값으로 수매를 해 주면서 판로를 찾았다.

“작년에 서울 송파농협과 도농교류를 하면서 우리가 생산한 고춧가루를 팔았어요. 도시의 부자농협이 금융업으로 몇 십억씩 흑자를 내면서 고객들에게 공산품을 사은품으로 주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농협의 정체성 문제를 제기하면서 우리 지역 농민들이 생산한 고춧가루를 사은품으로 주는 게 어떠냐고 제안을 했죠. 그래서 이렇게 만들어 납품하게 된 겁니다.”

표 조합장이 한 줌 정도 들어 무게가 약간 느껴지는 고춧가루 봉지를 보여준다. 멋있게 디자인해 보기만 해도 누구나 갖고 싶도록 기계로 잘 포장돼 있었다. 도시에서는 귀한 것이어서 그렇게 나눠주면 소비자들에게는 좋은 선물이 될 것 같았다.

인구 소멸지역에 조합원들은 갈수록 노령화되고 있어 그는 요즘 밭농사에 취약한 노인 조합원들의 영농을 돕기 위해 또 하나 일을 벌였다.

“60세 이상 조합원이 1천명이나 됩니다. 부녀자가 많고 고령화가 되면서 80% 이상 기계화가 된 논농업은 가능한데 기계화율이 20~30%밖에 안되는 밭농사가 문제입니다. 밭농사 기계화를 위해 올해도 2억원을 신청해 벌써 4500만원을 받아냈어요. 그 돈으로 소농들의 밭농사를 지원하기 위한 기계를 구입하려고 합니다. 올해 고추 세척기 3대를 구입해 세척하고 건조하는 것 까지 조합원들 위해 봉사할 계획입니다.”

또 내년에는 밭농사에 필요한 항공방제를 위해 드론 4대 구입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농업경영인들에게 기술을 배우게 해 고령 노인들과 소농들의 밭농사를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오는 9월 22일에는 남서울농협과 도농교류가 예정돼 있다. 앉으나 서나 조합원들 생각뿐인 그가 또 한번 세일즈맨 기질을 발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마치 수학여행을 손꼽아 기다리는 초등학생 같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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