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천고 내년에 ‘한국케이팝고’로 혁신
광천고 내년에 ‘한국케이팝고’로 혁신
  • 허성수 기자
  • 승인 2019.09.03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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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규 교장, 폐교 위기 인문고를 특성화고로 부활시켜
박병규 교장은 2017년 3월 광천고등학교에 공모 교장으로 취임한 후 인문계고에서 특성화고로 과감한 변화화 혁신을 시도해 폐교 위기를 극복했다.
박병규 교장은 2017년 3월 광천고등학교에 공모 교장으로 취임한 후 인문계고에서 특성화고로 과감한 변화화 혁신을 시도해 폐교 위기를 극복했다.

광천고등학교(교장 박병규)가 내년부터 케이팝을 주 전공으로 하는 특성화고등학교로 변신한다. 따라서 교명도 ‘한국케이팝고등학교’로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의 댄스음악 8개 전공 나눠 학생모집

케이팝(K-Pop)은 해외에서 널리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는 한국의 댄스음악을 의미하는 용어다. 광천고가 이 분야의 꿈나무들을 일찍 발굴해 전 세계에 진출할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변화와 혁신을 시도한 것이다. 

보컬, 드럼, 기타, 댄스, 랩 등 모두 8개 전공으로 세분화해 이번 가을 전국단위로 학생을 모집할 계획으로, 도교육청의 승인을 이미 받았다. 조만간 교명 변경을 신청을 해 ‘한국케이팝고등학교’로 간판이 결정되면 본격적인 홍보와 함께 학생모집에 들어간다. 

“2020년 2월 28일부로 광천고등학교는 문을 닫고 3월 2일 한국케이팝고등학교로 개교하게 됩니다.”
 
박병규 교장은 케이팝 분야의 특성화고는 국내에서 광천고가 최초일 것이라며 그가 교장 취임 후 2년 동안 우선 실용음악 위주의 특성화고로 전환 운영해본 경험을 토대로 보다 이번에 과감한 혁신을 시도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작년 가을 충남도내 중학생 대상으로 실용음악경연대회를 처음 열었는데 반응이 너무 좋아 깜짝 놀랐어요. 도내에서 50개 팀이 참가할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고, 그 중 본선에 올라간 팀들은 수준이 상당히 높았습니다. 올해는 전국의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확대해 케이팝경연대회로 바꿔 할 계획입니다.”

박 교장은 올해 제2회 전국케이팝경연대회를 오는 10월 26일(토)~27일(일) 이틀간 열 계획이라며, 곧 시안이 확정되는 대로 전국의 중학교에 공문을 보내겠다고 밝혔다. 

광천고등학교 교훈을 새긴 비석.
광천고등학교 교육목표를 새긴 비석

“중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케이팝경연대회는 귀한 행사라 전국에서 많이 몰려 올 것 같습니다. 하루로는 안될 것 같아 이틀로 늘려 광천문예회관을 빌려 대회를 할 계획입니다.”

지금 교육환경을 완전히 바꾸기 위해 체육관을 포함해 모든 본관 건물의 내부를 뜯어 고치는 공사를 하고 있어서 올해 대회 장소를 부득이 학교 부근 공공시설로 바꿨다고 한다. 학생들을 위한 수업도 옛 광흥중학교 교실로 옮겨서 하고 있다. 같은 울타리 안에 있던 광흥중학교 교사는 올해 3월 폐교가 되어 비어 있는데 광천고 시설개선 공사를 하는 동안 임시교사로 활용했다가 철거하게 된다. 그 자리에는 케이팝을 전공할 학생들을 위해 연습실, 녹음실, 기숙사, 콘서트홀 등의 시설을 지을 계획이다. 

박병규 교장의 말대로 아직 ‘케이팝’이라는 이름을 내건 특성화고는 한국에 없다. 구글에 ‘케이팝고등학교’라고 검색어를 쳐봐도 그의 말은 사실이다. 아직 ‘한국케이팝고등학교’로 정식 교명 변경 승인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광천고 이름이 벌써 뜬다. 학교 홈페이지에는 이미 케이팝과 관련한 홍보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교장은 공주대학교에서 음악교육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 예산 예화여고에서 약 30년간 교사로 재직하던 중 광천고 교장으로 부임했다. 교정에서 파이팅을 외치는 박병규 교장.
박 교장은 공주대학교에서 음악교육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 예산 예화여고에서 약 30년간 교사로 재직하던 중 광천고 교장으로 부임했다. 광천고 교정에서 파이팅을 외치는 박병규 교장.

자녀들에게 거는 모든 부모들의 기대는 크지만 누구나 다 공부를 잘 할 수는 없다. 연예인을 꿈꾸며 일찌감치 노래하고 춤추며 놀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에게는 일찍 소질을 개발해 그 쪽으로 길을 열어주는 것이 현명한 자녀 교육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박병규 교장은 바로 여기서 케이팝고등학교를 착안했다. 

2017년 3월 광천고에 공모 교장으로 선택을 받고 취임한 그는 지역의 몰락과 함께 정원조차 채우기 힘든 현실을 목격하고 실용음악 위주로 가르치는 특성화고로 바꿨다. 농촌지역에 인문계 고교로서는 학생을 채울 수 없었지만 커리큘럼을 대폭 바꾼 후 2018학년도 입시에서는 도내에서 중학생들이 몰려왔다.

“재작년 제가 와서 처음 입학식을 했을 때는 신입생이 8명이었습니다. 그러나 작년에는 40명을 채울 수 있었고, 올해 입시에서는 정원이 차고 넘쳤습니다.”

■김지철 교육감, 교육의 다양성 존중 힘 실어줘

올해 케이팝공연예술학과로 더욱 분야를 넓히고 8개의 세부전공으로 나눠 신입생을 뽑겠다며 도교육청에 처음 혁신안을 올렸을 때 관계공무원들도 머리를 흔들었다고 한다. 케이팝이라는 분야의 특성화고가 없었기 때문에 승인 여부를 쉬 결정하지 못했다. 

”도교육청에서 국민 세금으로 고등학교에서 이런 것을 교육시켜야 되는지. 교육법상 가능한 것인지 혼란을 느끼더군요. 다행히 김지철 교육감님께서 교육의 다양성을 추구해야 된다며 힘을 실어주셨습니다.“

박 교장은 김 교육감이 충남교육의 핵심이 학생중심의 교육을 하는 것이라면서 케이팝을 배우려고 하는 아이들을 공교육으로 흡수해 정상적인 학업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격려해 주셨다고 말했다. 

“우리가 도내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봤습니다. ‘케이팝공연예술학과가 생기면 그 학교에 진학하겠느냐’는 질문에 5%의 학생이 매우 적극적으로 하겠다는 답이 나왔습니다. 도내로 따지면 5%는 어마어마한 숫자입니다.”

지난해 가을 처음 개최했던 충남도내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실용음악경연대회
지난해 가을 처음 개최했던 충남도내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실용음악경연대회. 올해 10월 26~27일에는 전국의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판을 더 크게 벌여 케이팝경연대회로 할 계획이다. 

박 교장은 케이팝 특성화고로서 성공을 예감했다. 그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이번 10월말 계획한 전국케이팝경연대회를 통해 학교 홍보와 더불어 우수한 입학자원이 몰릴 것이라고 기대했다. 

“얼마 전 한국경제연구원에서 방탄소년단이 10년 동안 52조원의 경제유발 효과를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물론 우리가 학생들을 모두 가수로 만들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방탄소년단을 능가하는 아이돌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근본은 케이팝과 관련한 문화산업의 역군을 양성하는 것입니다.”

박 교장은 요즘 잊을 만 하면 터지는 인기 연예인들의 온갖 추문을 접하면서 인성교육도 강조했다. 

“10대 청소년들이 인성을 바탕으로 한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기획사가 공장에서 찍어내듯 테크닉 위주의 아이돌을 만들어내니 불미스런 일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공교육을 통해 지난 2년여 동안 실용음악 교과중점학교를 운영하면서 여러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특별한 분야를 가르칠 교사 수급은 문제가 없을까? 박 교장은 최고의 교사와 전공강사를 모셔 오겠다고 장담했다.

“지난 2년 동안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면서 선생님들 중 명퇴도 상당 부분 하셨기 때문에 음악선생님 6명을 모실 자리가 확보됐습니다. 6명의 전공교사가 있어야 학과 개편이 가능합니다. 드럼, 댄스, 보컬 등 각 전공별로 우수한 생님들을 모셔오겠습니다. 전공강사도 20여 분을 모두 서울에서 초빙하려고 합니다.” 

박병규 교장은 공주대학교에서 음악교육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 예산 예화여고에서 약 30년간 교편을 잡았다. 그의 전공이 2년 전 구원투수로 맡겨진 광천고를 혁신시키는 데 놀라운 자산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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