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천김 살아남기 위한 눈물겨운 투쟁 누가 알까?
광천김 살아남기 위한 눈물겨운 투쟁 누가 알까?
  • 허성수 기자
  • 승인 2019.09.11 14: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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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미 군의원, 축제 때 상인들끼리 지나친 경쟁의식은 자제해야
김은미 홍성군의원은 광천김에 대해 기자가 질문하자 광천지역 제조업체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생각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광천에서 매년 열리는 광천토굴새우젓·광천김대축제에서 개선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 이 축제를 누구보다도 가까이서 지켜본 김은미(자유한국당·비례대표) 홍성군의원에게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광천토굴새우젓·광천김대축제를 할 때 좀 더 큰 그림을 그렸으면 합니다.”

여기서 생략된 주어는 상인 혹은 사업주들이다. 다시 말하자면, 광천토굴새우젓이나 광천김을 직접 생산하고 판매하는 주민들에게 한 가지 아쉬운 점을 토로한 것인데, 부연설명을 계속 들어보자.

“축제는 주어진 기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상인들이 1년 365일 축제를 한다는 생각을 가졌으면 합니다. 축제 기간 물건을 못 팔았다고 해서 장사가 끝나는 것이 아니잖아요. 축제 후에도 계속 홍성에서 장사를 하는 만큼 큰 그림을 보고 서로 배려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그때 다른 가게에 갔던 고객이 언젠가 자신의 가게에도 올 수 있으니까 서로 지나치게 경쟁함으로써 눈살을 찌푸리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김 의원은 축제에 참여한 외지 고객들로부터 상인들끼리 서로 호객하며 싸우는 모습을 보고 자제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실제로 듣고 매우 가슴이 아팠다며 결국 지역에 대해 좋지 않은 기억을 심어줄 뿐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지역 축제에 참여하는 일에 대해서도 지나친 경쟁의식을 경계했다. 홍성군과 자매결연을 맺은 서울의 자치구 축제나 이웃 시·군에서 지역특산물 판매행사에 초청을 받았을 때 한정된 부스에 지역업체들이 다 참여할 수 없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다.

“어떤 지역의 축제에 초청을 받으면 서로 가겠다고 싸웁니다. 예전에는 그 정도로 심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렇게 경쟁의식을 갖고 싸우더군요. 앞에서 리더가 큰 그림을 그려주면 충분히 소통하고 서로 양보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합니다.”

김 의원은 광천지역 경제계가 “이번에는 당신이 가!”라는 말로 서로 권하는 아름다운 상도를 세울 수 있기를 바랐다. 지역의 대표 상품 브랜드를 서로 다르게 쓰는 것도 혼란을 주는 일이라며 김 의원은 덧붙여 지적했다.

“‘광천김’이 특허를 받은 지역 공통 브랜드인데 ‘광천조선김’이라고 쓰는 업체도 있습니다. 옛날에는 광천조선김이라고 했지만 지역명과 함께 특허를 받은 후에는 ‘광천김’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광천토굴새우젓’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지역 특산물에 대한 브랜드를 정확하게 인지하고 써줘야 외지인들도 그렇게 써줍니다.”

김은미 의원은 의정활동을 하기 전에 광천김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에 근무한 전력이 있다. 영어조합법인 최강식품에서 전무이사로 활동했는데 남편 이종우 대표이사가 2014년 광천읍 벽계리에 세운 회사다. 이 대표는 김 공장을 시작한지 3년 만인 2017년 100만불수출탑을 수상하며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이처럼 짧은 기간 급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전무이사였던 아내 김은미 군의원이 영업을 맡아 국내외 시장을 적극 개척했기 때문이다. 남편이 김 제조업을 하기 전 중·고교에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상담교사를 했던 김 의원은 바이어들을 설득하는데도 유감없이 실력을 발휘했다. 그 결과 최강식품은 중국, 일본, 미국, 홍콩, 대만, 베트남, 스페인 등 광천김을 수출할 수 있는 넓은 해외시장을 얻었다.

김은미 의원은 지난해 지방선거 이후 남편의 적극적인 배려로 의정활동에만 전념한다. 그러나 어려운 사업을 도와주지 못해 늘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지방선거에 출마하면서부터 전무이사 직을 내려놓은 김 의원은 남편의 사업을 전혀 돕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기자와 인터뷰 도중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더욱이 지금 한·일관계 악화와 원초값 상승 등으로 김 제조업체들이 가장 어려울 때라고 한다.

“그래도 남편은 제가 당선되고 난 뒤 회사 근처에도 오지 말라고 했습니다. 대표님은 일과 가정사를 철두철미하게 분리하는 분입니다. 남들에게 손가락질을 받지 않도록 의정활동에만 전념하라고 하셨어요.”

김 의원은 이 대목에서 목이 메어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지금 광천김특화농공단지에는 최강식품을 비롯해 50여개 업체들이 가동중인데 동업자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생각하며 흘린 눈물이기도 했다.

“원래는 더 많은 업체가 있었는데 지금은 50여개 업체로 줄었어요. 지금 제조업이 상당히 어렵습니다. 경기가 안 좋으면 김은 더 어렵습니다.”

김 의원은 지역의 김 가공업체들이 경기가 요동칠 때마다 가장 많은 타격을 받는다며 그래도 도산하지 않으려고 눈물겹게 투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0월이 되면 사장님들이 직접 가서 원초를 떠 옵니다. 김은 11월에 나오는 김 다르고, 12월에 나오는 김 다 다릅니다. 생산지에서 물김을 경매 받아 사장님들이 1년치 원초를 직접 떠와서 냉동창고에 보관합니다. 1년치 물김을 한꺼번에 사려면 그만큼 목돈이 들어가는 거죠. 물김은 냉동창고에 보관해놓은 채 1년 동안 공장을 돌리며 조미김을 생산합니다. 그러면서 지역에 고용창출도 합니다. 지역의 50개 회사들이 대기업 못지 않은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상품이 된 조미김은 바로바로 유통이 되어야 하는데 수출길이 막히거나 유통이 되지 않으면 공장이 서게 됩니다. 사장님들이 직원관리도 해야 되고 물김도 직접 사와야 되고 유통도 해야 되고 얼마나 힘들게 일하는지 모릅니다. 작년에는 바다가 뜨거워 원초가 많이 죽었어요, 그러면서 원초가격이 올라갔습니다. 그런데도 조미김의 단가는 안 올라갑니다.”

김 의원은 군에서 광천김 가공업체들이 어려움을 호소할 때 귀 기울여 들어주고 더욱 안정적으로 공장이 돌아갈 수 있도록 효율적인 지원정책을 펼칠 수 있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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