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석 대법사의 화두는 “이 무엇고?”
김주석 대법사의 화두는 “이 무엇고?”
  • 허성수 기자
  • 승인 2019.09.17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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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직은퇴 후 홍동면 광대봉 아래 성암정사 창건
성암정사 앞에서 김주석 대법사. 현판글씨는 인천 용화사 주지 송담스님이 직적 써 주셨다고 한다.
성암정사 앞에서 김주석 대법사. 현판글씨는 인천 용화사 선원장 송담스님이 직접 써 주셨다고 한다.

■풍수지리적으로 충남 최고 길지 왕지마을

홍성군 홍동면 수란리 99-1, 광대봉 아래 숲속에 성암정사가 있다. 성암 김주석 대법사가 최근에 창건한 작은 절이다. 앞으로는 40여 가구의 주민들이 사는 왕지마을이 내려다 보이고, 좌우로 작은 산들이 병풍처럼 감싸고 있다. 또 암자 뒤에는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대나무 숲이 있는데, 새들이 쉬어가는 곳으로 날마다 찾아와 합창연습을 한다. 김 대법사는 교직생활을 하던 1990년대 후반부터 정년은퇴 후 수행도량을 위한 최고의 길지를 찾으러 다니다가 이 땅을 선택했다고 한다.

광대봉 양판바위 아래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은 속인들의 번뇌를 흩날리기에 충분하고 온갖 잡념에 오염된 마음을 정화시키기에 충분하다. 대나무가 다른 곳보다 크고 수선화가 일찍 피는 현상은 기온이 따뜻하기 때문이다. 겨울에도 온기가 느껴질 정도로 포근하고 편안한 곳이다. 청정수행 터로 손꼽히는 장소이다.

성암정사 입구에 세워진 입간판에서 인용한 글이다. 또 성암정사를 품고 있는 수란리 왕지마을은 그 이름만 들어도 결코 범상한 마을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역시 성암정사 앞 입간판에서 인용했다.

왕지마을은 금북정맥의 영산인 오서산 산맥이 뻗어 내려와 구룡산에 이어지고 그 산세가 좌우로 아담하게 감싼 마을이다. 조산인 오서산을 바라보는 회룡고조(回龍顧祖)형 마을이다. 마을을 두른 수려한 산세는 한 탯줄로 하는 형제자매이자 공동운명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광대봉 아래 성암정사에서 구룡산을 향해 바라보는 풍경은 단연 일품으로 이곳을 방문한 풍수가들은 교과서적인 풍수형태보다 더 빼어난 형국이라며 감탄한다고 한다. 멀리 구룡산 줄기가 기묘하게 말안장처럼 흐르고 다시 힘차게 솟구쳐 오르는 형상으로 보인다는 것인데 말안장에 귀인봉이 나타난 형세, 즉 마상귀인형(馬上貴人形)이라고 풍수가들은 찬탄한다. 실제로 홍동면에서는 행정·입법·사법 등 3부 요인을 동시대(同時代)에 배출했기에 이런 풍수지리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 김주석 대법사의 말이다.

“유태흥 전 대법원장, 이현재 전 국무총리, 조부영 전 국회부의장이 다 홍동면 출신입니다. 이현재 전 총리와 조부영 전 부의장은 각기 대통령과 국회의장 다음 서열의 입법부와 행정부 수장을 맡았으니 3부요인에 속하는 인물이라고 볼 수 있죠.”

왕지마을에서 광대봉을 향해 조금 오르다가 바로 오른쪽 숲길로 꺾어들어가면 이런 풍경이 나타난다.
왕지마을에서 광대봉을 향해 조금 오르다가 바로 오른쪽 숲길로 꺾어들어가면 이런 풍경이 나타난다. 성암정사는 목재로만 지어진 한옥으로 주변의 자연경관과도 잘 어울린다.

대법사가 이런 길지에 성암정사를 창건한 목적은 활구참선을 수행해 부처님 같이 살도록 대중들을 교화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그가 내던지는 화두는 시심마(是甚麽) 즉, ‘이뭣고?’다. ‘이뭣고?’는 “이것이 무엇인고?” 하는 말을 줄여서 부르는 경상도 방언이다. ‘이뭣고’라는 세 자는 참선을 하는 동안 온갖 잡생각이 날 때마다 던지는 질문이다. 그가 대스승으로 존경하는 송담스님이 쓴 법어 ‘활구참선법’(용화선원)에서 인용해봤다.

참선은 일어나는 한 생각을 바로 돌이켜서 “이뭣고?”로 돌아오는 것입니다. 그러니 백번 일어난다 하더라도 문제가 없습니다. 일어나는 그 생각이 좋은 생각이건 나쁜 생각이건 슬픈 생각이건 괴로운 생각이건 과거 생각이건 현재 생각이건 그것도 상관이 없습니다. 무슨 생각이 일어나자마자 바로 “이…뭣고…?” 호흡을 깊이 들이마셔 가지고 내쉬면서 “이…뭣고…?” 이렇게 합니다. 무슨 기분 나쁜 소리를 들어서 성이 폭 솟구치더라도 심호흡을 깊이 들이마셔 가지고 내쉬면서 “이…뭣고…?” 이렇게 해 나가는 것입니다.

그 밖에 성암정사는 새마음3정신운동도 전개하고 있다. 대법사가 강조하는 새마음3정신은 주인정신, 책임정신, 배려정신이다. '새마을운동'이 우리나라의 부(富)를 이루는 운동이었다면 '새마음3정신운동'은 우리나라를 강(强)하게 만드는 운동이라고 강조한다. 이 같은 새마음3정신을 바탕으로 자연경관을 보호하여 왕지마을과 함께 주변 산을 공원화하는 것이 목표다. 

김주석 대법사가 성암정사 주변의 풍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주석 대법사가 성암정사 주변의 풍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풍수전문가들이 찬탄하는 충남 5대 길지 마을 중 최고의 길지라고 한다. 

대법사는 초등학교에 재직하던 젊은 시절 일찍 수덕사 교양대학과 서울 조계사 근처 한국불교법사대학 3년 과정을 거쳐 대법사 자격을 획득했다. 그는 인천 용화사 선원장(禪院長) 송담스님에게서도 큰 영향을 받았다. 송담스님은 김 법사가 암자를 짓는다고 하자 ‘성암정사’라는 현판까지 직접 써 주셨다고 한다. 

■막내아들 효공스님 전국 돌며 수행정진

그의 막내아들도 15여년 전 용화사로 출가해 지금 효공스님으로 법명을 받고 활동한다. 그는 일찍 부처님의 뜻을 받들어 수행정진하며 대중을 교화하는 길로 나선 아들이 자랑스럽기만 하다. 

“효공스님은 송담스님이 법명을 내려주시고 성암정사 현판도 직접 써 주셨다고 ‘아버지는 복도 많다’고 하더군요. 막내는 용화사 송담스님 밑에서 참선을 배워 금년부터는 전국의 사찰을 돌며 참선하고 있습니다.”

성암정사 맨 입구에 있는 이정표
성암정사 맨 입구에 화두 ‘이 무엇고?’가 적힌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대법사는 지금 나이 41세의 막내아들을 효공스님이라고 부르며 깍듯이 존경심을 표했다. 아버지가 이 암자를 짓겠다고 했을 때도 효공스님이 제일 반기며 기뻐했다고 한다. 

2011년 8월 홍성초교에서 마지막으로 봉직하고 정년은퇴를 한 그는 홍성읍내에 있는 집에서 수행하다가 2014년 봄 성암정사를 착공, 2015년 1월 완공했다. 목재로 지은 12평 규모의 일(一)자형 한옥인데 3개의 방으로 구성됐다. 진입로 쪽 첫 번째 방이 법당이다. 

그는 재가불자로서 홍성읍 의사총 부근 자택에서 매일 출퇴근 하며 수행을 한다. 무엇보다도 그는 ‘이 무엇고?’를 화두로 성암정사 앞 자갈이 깔린 마당에서 청소를 하면서 드는 화두 참구가 대체적으로 집중도가 높다고 말한다. 궁극적으로는 개인의 성불을 넘어 사회와 국가, 세계의 행복과 안전과 번영과 평화를 위해 ‘이 무엇고?’의 화두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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