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연관계 초월한 우리들의 철이 삼촌!
혈연관계 초월한 우리들의 철이 삼촌!
  • 허성수 기자
  • 승인 2019.09.23 09: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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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로회 이철이, 청소년과 독거노인들의 든든한 울타리
청로회 이철이 대표는 본명보다 철이 삼촌으로 더 유명하다. 그는 혈연관계를 초월해 자신이 가진 것을 모두 털어 강도만난 사람을 살리는 일로 그의 삶을 송두리채 바치고 있다.

홍성읍시외버스터미널 부근 홍성군다기능복지센터 계단을 올라가니 유난히 큰 목소리가 온 실내를 울렸다. 철이 삼촌 목소리가 틀림없어 혹시 싸우기라도 하나 걱정하며 3층에 당도했다. 다행히 생글생글 웃으면서 전화를 하는 그의 모습이 보였다. 비로소 그가 경상도 사나이라는 사실이 기억났다.

대구에서 태어나 초교 5학년 때 경북 울진으로 전학을 가서 초·중학교를 졸업한 후부터는 충청도 사람으로 살아왔는데도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경상도 특유의 높은 톤이다. 울진에서 중학교를 마친 그는 일찍 기술을 배우려고 대전으로 나왔다. 대전고등기술학교를 다니며 이용사 면허증을 따고 용접을 배운 그는 1995년 학교 선배의 요청을 받고 또 한번 낯설고 물선 곳으로 떠났다. 그가 보따리를 풀고 일을 시작한 곳은 충남 홍성군 구항면이었다.

그는 구항농공단지를 조성하는 공사장에서 용접 일을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홍성에 정을 붙이게 되었던 그가 한번은 직장 동료로부터 자식문제에 대한 고민을 듣고 가정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구항에서 회사를 다닐 때 딸 셋, 아들 하나를 둔 아주머니가 있었어요. 내가 누나라고 불렀는데 그 집이 엉망이야. 그 누나 신랑은 술만 먹고 돈은 안 갖다 주면서 가족들을 두드려 패기만 해. 아들은 엄마를 때리는 아빠를 말리다가 학교도 가지 않고 도망가 버렸다는 거예요. 그 누나가 자기 아들과 딸들을 돌봐달라고 부탁을 하더군요.”

철이 삼촌은 그녀의 부탁을 받고 밤새 홍성군을 뒤진 끝에 홍동면에서 도망간 아들을 찾아왔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그는 가출청소년들을 보호하고 선도하는 일에 뛰어들었다. 집이 싫어서 가출한 청소년들을 자신의 집에 데리고 와서 먹이고 재웠다. 그의 집은 가출 청소년들을 위한 쉼터로 변했다. 그는 방황하는 청소년들을 자식같이 여기며 사람을 만들어 주려고 애썼다. 다시 공부하고 싶어 하면 공부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아낌없이 지원했다. 공부하기 싫은 친구들은 기술을 배울 수 있도록 주선해서 자립할 수 있게 했다. 자신을 희생하면서 아무 대가를 바라지 않는 그의 사랑에 감복한 아이들은 그를 철이 삼촌으로 부르며 사람이 되어 갔다.

지금 그가 대표로 되어 있는 사회복지법인 청로회는 청소년들이 노인들을 섬긴다는 뜻으로 지은 이름이다. 더욱이 홍성은 농촌지역인 만큼 독거노인들이 유난히 많다. 비행 청소년 못지않게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한 채 고독사를 해야 하는 노인들의 남은 생애를 지켜 드리기 위해 그는 1996년 뜻을 같이 하는 4명의 고교생들을 만나 청로회를 조직했다. 그것은 들불처럼 번져 나가 홍성군내 전 고교에서 동아리가 조직되기에 이르렀다. 학생들은 청로회를 통해 철이 삼촌이 앞장서서 헌신하는 모습을 보고 자신들도 장애인과 어르신들을 위해 섬기며 주위를 밝히는 촛불이 되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청로회 동아리는 2019년 현재 27기까지 이어져 홍성군내 4개 고교에서 100여 명의 학생들이 활발하게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27년 전 고교 동아리 아이들이 봉사활동을 할 때부터 철이 삼촌으로 부르기 시작했죠. 나는 철이 삼촌이 너무 좋아요. 이철이 대표! 이거는 싫어요. 내가 죽을 때가지 철이 삼촌으로 불리워지기를 바랄 뿐입니다.”

2017년 청로회를 통해 지역 청소년들과 노인, 노숙자들을 섬기면서 겪은 다양한 이야기들을 한 권의 책으로 묶어 '철이 삼촌의 가슴 뭉클한 청로쉼터 이야기'를 펴냈다.
2017년 청로회를 통해 지역 청소년들과 노인, 노숙자들을 섬기면서 겪은 다양한 이야기들을 한 권의 책으로 묶어 '철이 삼촌의 가슴 뭉클한 청로쉼터 이야기'를 펴냈다.

사실 혈연관계가 있는 삼촌보다 더 자상하고 베풀기만 해 보살핌을 받는 아이들이나 함께 봉사활동을 하는 청소년들에게는 철이 삼촌 외에 다른 호칭을 생각할 수도 없다. 지역사회에서 이미 유명인사가 되었지만 그는 홍성군민들에게도 이철이라는 본명보다는 철이 삼촌으로 널리 애칭되고 있다. 아직 독신이지만 그는 외로울 새가 없다. 집을 뛰쳐나와 갈 곳 없어 방황하는 청소년들이 그의 가족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지금 사회복지법인 청로회는 홍성군다기능복지센터에서 청소년 단기쉼터와 노인주간보호센터를, 홍성읍 월산리에 청로회노인종합복지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철이 대표는 대한민국나눔봉사대상, 영광스런충남·세종인상 대상, 풀뿌리자치대상 등 숱한 표창과 감사패를 받았다. 2017년 홍성에서 20여 년간 봉사활동을 하면서 겪은 에피소드를 모아 철이 삼촌의 가슴 뭉클한 청로쉼터 이야기’(혜민기획)라는 책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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