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세, 기호흥학회 통해 홍성지역 학교설립 운동 참여
이찬세, 기호흥학회 통해 홍성지역 학교설립 운동 참여
  • 허성수 기자
  • 승인 2019.10.07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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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년 홍주지회 간사로 활동 1920년부터는 2대 홍북면장 지내
홍북읍 행정복지센터 뒤에 4개의 비석이 있는데 가장 오른쪽의 것이 이찬세 면장 송덕비다.
홍북읍 행정복지센터 뒤에 4개의 비석이 있는데 그 중 가장 오른쪽의 것이 이찬세 면장 송덕비다. 4개의 비석 중 가장 초라하다.

홍성군 홍북읍 행정복지센터 뒤에 세워진 4개의 비석 중 이찬세 전()면장 송덕비가 있다. 기자는 최근 홍성지역 3·1독립운동과 관련한 학술세미나를 취재하면서 이찬세(李璨世)1909년 애국계몽운동에 참여한 사실을 알게 됐다.

이찬세 전 면장의 송덕비 왼편에 세워진 비석은 공적도 잘 알 수 없는 이석구 전 참봉과 아버지가 3·1만세운동에 참여했다고 아들이 세워놓은 비석이 있다.
이찬세 전 면장의 송덕비 왼편에 세워진 비석은 공적도 잘 알 수 없는 이석구 전 참봉과 아버지 김용철이 홍북면지역 3·1만세운동에 참여했다고 아들이 세워놓은 비석이 있다.

같이 활동한 김열제는 초대 홍북면장 역임

김상기 충남대 명예교수가 지난 927일 홍성군청 대강당에서 열린 홍성지역 3·1만세운동의 역사성과 지역성을 주제로 한 학술세미나에서 기조강연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

김 교수는 홍성지역 독립운동의 전개와 의의를 주제로 발표한 논문에서 19091월 기호흥학회 홍주지회가 설치되었는데, 이찬세는 간사로 활동했다고 언급했다. 당시 지회장에는 서병태, 부지회장 김시원, 평의원 김교흥 외 10, 총무 서승태, 교육부장 장이환, 재정부장 이남종, 회계 현석동, 서기 이윤호·이철배, 간사 한영욱·이찬세였다.

이찬세 전 면장 송덕비는 글씨조차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방치돼 있다. 그는 1909년 기호흥학회 홍주지회가 설치되면서 간사를 맡아 홍성지역 근대교육기관 설립운동에 앞장섰다.
이찬세 전 면장 송덕비는 글씨조차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방치돼 있다. 그는 1909년 기호흥학회 홍주지회가 설치되면서 간사를 맡아 홍성지역 근대교육기관 설립운동에 앞장섰다.

김상기 교수는 기호흥학회 홍주지회의 활동에 대한 출처를 김형목의 기호흥학회 충남지방 지회 활동과 성격’(중앙시론 15, 2001)이라고 밝히고 있다. 기자는 2014년 홍주역사관이 발행한 홍성의 근대교육 백년대계에서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 김형목 책임연구위원의 구한말 홍성지역의 근대교육운동이라는 논문을 발견했는데, 거기에 김상기 교수가 기호흥학회 홍주지회에 관해 인용한 부분이 실려 있었다.

기호흥학회는 19081월 민족자강을 위한 교육계몽운동을 목적으로 기호인사 105명이 서울에서 설립한 단체로 각 지역에 지회를 설치했다. 충남지방에서는 1908년 서산지회가 설치되었다. 이어서 공주, 목천, 연산, 당진, 홍주에 지회가 설치되었다. 홍주지회는 충남지역 지회 중 가장 활발하게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찬세는 기호흥학회 홍주지회 창립을 주도한 인물 중 한 사람으로 초기에 간사를 맡았다. 곧이어 기호흥학회 홍주지회 지회장과 부회장이 각기 김병수와 김열제로 일부 임원이 교체가 됐다. 김형목은 그의 논문에서 홍주지회 간사로 이찬세의 이름을 잠깐 열거했을 뿐 그의 행적에 대해 더 이상 언급하지 않고 있다.

여기서 또 하나 주목할 인물로는 기호흥학회 홍주지회 두 번째 부회장을 맡은 김열제(金㤠濟). 김형목은 한말 홍성지역 근대교육운동의 성격’(대한제국기 충청지역 근대교육운동, 도서출판 선인, 2016)이란 논문에서 김열제는 31교제를 실행한 기호흥학회 홍주지회 부회장이자 면장이라고 소개했다.

2008년 발행한 홍북면지에는 역대면장 명단이 실려 있는데 김열제가 초대면장으로 1910630일부터 192071일까지 무려 101개월간 재임했다. 그의 뒤를 이어 기호흥학회 홍주지회에서 같이 활동했던 이찬세가 2대 홍북면장으로 부임했다. 이찬세는 1920720일부터 1929826일까지 91개월간 재직했다.

1932년 면사소에 이찬세 송덕비 세워

한편, 기호흥학회 홍주지회 초창기에 김좌진 등 안동 김씨 문중인사가 대거 지회원으로 가담했다. 지회의 주요 활동은 근대교육기관 설립과 주민에 대한 근대의식 계몽이었다. 이에 따라 홍성지역에서는 1907년부터 홍주팔명’(洪州八明)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근대교육기관의 설립이 활발했다.

1907년 홍주군 유곡면 월현리에 김병목과 김시원의 노력으로 홍명학교가 설립되었다. 홍주지회원인 김좌진·김병익·김병수 등은 갈산리 유지 김병구·김선주 등과 1908년 호명학교를 세웠다. 서승태와 군수 윤필 등은 1908년 궁경면 덕정리에 덕명학교를 설립했다. 1909년 최병창 등이 금난의숙을 설립했는데, 기호학교의 지교로 인가를 받았다. 오사면 화전에 거주하는 황기연은 면장 김봉희 등과 화명의숙을 설립했다. 화성면에서는 유림들을 중심으로 광명의숙을 설립했다. 홍동면에서는 1910년 동명학교가 설립되었다.

그 밖에도 1907년 홍성읍에 이남종이 조양학교, 1909년 홍성읍 교동에 유석우·유지제가 정리학원을 세웠다. 1908년 김시원이 홍명학교 안에 국문야학을 세웠으며, 1909년 덕명학교 안에 상명노동야학이 설립됐다.

이렇게 많은 학교들이 당시 홍성지역에 세워졌지만 기호흥학회 홍주지회의 임원으로 학교 설립운동을 주도하고 있던 김열제와 이찬세는 정작 자신들의 고향인 홍북면에 학교를 세우는 일에는 소극적이었다. 김열제와 이찬세는 3개면에 1개 학교를 설립한다는 ‘31교제원칙에 따라 면세가 약한 홍북면은 건너뛰고 다른 지역에 학교를 세우는 일에 관심을 기울였던 것 같다.

그 후 20여 년이 지나 홍북면에 최초로 학교가 세워졌다. 193471일 홍북공립보통학교가 개교했다. 벌써 그 전에 설립한 홍성지역 사립학교들도 1910822일 일제가 대한제국을 강제 합병해 본격적으로 식민지화하면서 조선총독부에 폐교 또는 인수되어 공립보통학교로 전환한 상태였다. 홍명학교는 장곡공립보통학교, 호명학교는 갈산공립보통학교, 덕명학교는 광천공립보통학교, 동명학교는 홍동공립보통학교로 일제의 교육체제로 강제 편입됐다.

이찬세가 1920720일 홍북면장으로 부임할 무렵에는 일제강점기 11년째를 맞아 조선총독부가 식민지 교육체제를 강화하면서 기호흥학회의 사립학교 설립운동이 거의 퇴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찬세는 면장 업무에 전념하면서 궁핍하고 설움 받는 면민들의 민생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으리라고 생각된다.

그가 퇴임한 후 27개월이 지난 19323월 면민들이 홍북면사무소에 그를 위해 송덕비를 세운 사실로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그보다 앞서 초대면장을 10년간 지냈고, 기홍흥학회 홍주지회 부회장을 역임한 김열제는 아예 그런 비석조차 구경할 수 없다. 지금도 홍북읍 행정복지센터 뒤에 보존되고 있는 이찬세 송덕비에는 사자성어로 된 미사여구로 찬양하는 내용이 가득하다. 안타깝게도 그에 대한 자세한 공적사항은 없다.

이찬세 전 면장 송덕비 뒷면에는 비석을 세운 연도가 기록돼 있다. 당시 일제의 연호인 소화
이찬세 전 면장 송덕비 뒷면에는 비석을 세운 연도가 기록돼 있다. 당시 일제의 연호인 소화 7년 3월로 돼 있는데 서기로는 1932년이다. 2대 면장을 지내면서 면민들로부터 매우 존경을 받았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으나 해방 후에는 친일인사로 인식돼 주민들로부터 관심이 멀어진 것으로 보인다.

공적사항 잘 아는 사람 없고 비석도 관리 안돼

교육기관 설립운동 외에 면장시절 공적에 대해서는 주위에 아는 사람도 잘 없고, 홍북읍지에도 그의 송덕비나 인물의 행적에 대한 이야기가 전혀 없다. 이찬세의 비석은 읍사무소 뒤 울타리에 거의 방치된 채 음각된 글씨조차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관리조차 되지 않고 있다. 이찬세는 홍북읍 중계리 출신으로 고암 이응노 화가도 같은 마을에 태어났고, 같은 전의 이씨다.

홍성지역 향토사가 손세재 박사는 이찬세와 김열제, 이들 두 사람은 기호흥학회 홍주지회를 통해 홍성지역 근대교육기관 설립을 위해 활발하게 활동했음에도 일제강점기 면장을 지내면서 친일인사로 분류돼 지역민들로부터 관심이 멀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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