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 흠뻑 내린 광시중학교 서정의 늪으로 
가을비 흠뻑 내린 광시중학교 서정의 늪으로 
  • 허성수 기자
  • 승인 2019.10.10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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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명수·황인원 시인, 시골 아이들 유혹하는 문학 특강
광시중학교에서 열린 문학행사에서 김경선 시인이 시를 낭송하고 있다. 이날 차가운 가을비가 교정을 적셨지만 문학특강이 열린 교실 안은  따뜻했다.
광시중학교에서 열린 문학행사에서 김경선 시인이 시를 낭송하고 있다. 이날 차가운 가을비가 교정을 적셨지만 윤동주의 '서시'가 울려 퍼지는 2학년 1반 교실은 따뜻했다.

지난 7일 종일 가을비가 내리는 가운데 광시중학교(교장 곽상규) 2학년 1반 교실에서는 색다른 수업이 진행됐다. 유명 시인들이 이 학교를 찾아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문학강연회를 실시한 것이다.

충남 예산군 광시면. 광시중학교 인근에 있는 충남문학관(관장 이재인)의 주선으로 마련된 이 자리에는 이재인 소설가, 수필가 박종민, 시인 이은영·채진석 등 지역에서 활동하는 문인들과 멀리서 초청을 받고 방문한 시인 고명수(동원대 교수)·황인원(전 경향신문 국장), 시낭송가 김경선 등이 함께 했다.

고명수 시인의 특강
고명수 시인이 한편의 시와 소설이 우리 인생을 바꿔놓는다며 특강하고 있다.

학생들은 늘 대하는 선생님 대신 낯선 손님들이 진행하는 수업에 호기심을 갖고 참여했는데 첫 순서로 김경선 시낭송가가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윤동주의 ‘서시’를 낭송하자 금세 서정의 세계로 빨려 들어갔다.

이어서 홍성에서 활동하는 이은영 시인이 색소폰으로 2곡의 음악을 연주했다. 두 번째 곡은 학생들로부터 느닷없이 ‘내 나이가 어때서’를 신청받고 이 시인은 곧바로 호응했다. 트로트풍의 곡이 신나게 연주되자 졸지에 교실은 경로당 분위기로 바뀌었고, 학생들은 박수를 치면서 어색한 분위기를 즐기며 무척 즐거워했다.

충남문학관과 한국문인인장박물관을 고향 광시면 운산리에 지어 직접 관리하는 이재인 관장.
경기대에서 정년은퇴 후 충남문학관과 한국문인인장박물관을 고향 광시면 운산리에 지어 직접 관리하는 이재인 관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창밖에 젖은 풍경처럼 교실 안도 서정의 축축한 기운이 학생들의 가슴에 스며들 무렵 고명수 시인이 ‘문학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특강을 했다. 고 시인은 “1%의 재능과 99%의 노력으로 시인이나 소설가가 될 수 있다”며 “인생에게 있어서 상처와 눈물을 객관화시켜서 표현하는 것이 문학으로 모든 사람이 읽어서 보편적인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고 시인은 “문학은 자기성찰을 위한 거울인 동시에 등불 역할도 한다. 한 편의 시와 소설이 우리 인생을 바꿔 놓는다”며 자신이 대학에서 글쓰기를 통해 심리치료를 하고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고명수 시인은 “좋은 시를 많이 읽고 쓰면 감성훈련과 언어훈련이 된다”며 “좋은 작품을 베껴 쓰는 것도 시인과 소설가가 되기 위한 훈련으로 좋다”고 권장했다.

황인원 시인이 자연과의 교감을 강조하며 시에 대해 특강을 하고 있다.
황인원 시인이 자연과의 교감을 강조하며 시에 대해 특강을 하고 있다.

두 번째 문학특강을 맡은 황인원 시인은 ‘봄꽃의 출석을 부른 소설가’로 박완서 소설가를 소개하면서 “박완서는 꽃을 의인화하여 이름을 부르고 자연과 교감했다”며 “시와 소설을 열심히 읽고 쓰면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생각할 수 있고 변화한다”고 역설했다.

이날 마지막 순서로 곽상규 교장이 나서서 즉흥적으로 시를 낭송했다. 곽 교장은 평소 애송하는 성찬경 시인의 ‘보석밭’을 낭송해 특별히 제자들로부터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한 여학생도 이날 시인이 되어 즉석에서 시 낭송을 했다.
한 여학생도 이날 시인이 되어 즉석에서 시 낭송을 했다.

곽 교장은 “충남문학관이 학교와 가까운 곳에 있어서 아이들에게도 정서적으로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이번에도 이재인 관장께서 서울과 전국에서 훌륭한 시인들을 초빙해 멋진 강의로 시골 작은 학교 아이들에게 큰 기쁨을 선사했다”고 감사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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