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규진, 축산물 이동판매로 구항농협 부활
황규진, 축산물 이동판매로 구항농협 부활
  • 허성수 기자
  • 승인 2019.10.29 08: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합장 취임후 전국 다니며 행상전략으로 위기극복 흑자전환
황규진 조합장은 평생 축산을 하며 부지런한 근성이 몸에 배어 있다. 구항농협 조합장을 맡은 후에는 다른 사람의 시선에 개의치 않고 축산물 이동판매 전략으로 적자에 허덕이던 조합을 흑자로 전환시켰다.
황규진 조합장은 평생 축산을 하며 부지런한 근성이 몸에 배어 있다. 구항농협 조합장을 맡은 후에는 다른 사람의 시선에 개의치 않고 축산물 이동판매라는 행상전략으로 전국에 다니며 홍성한우 고기를 팔아 적자에 허덕이던 조합을 흑자로 전환시켰다.

홍성한우라고 품질이 다 같지는 않다. 군내 읍·면별로 다 나름대로 경쟁력을 내세우며 최고라고 자랑한다. 그 중에서도 구항한우에 대한 구항면민들의 자부심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구항면 한우 농가들은 구항농협을 통해 전국으로 유통을 하면서 홍성한우의 브랜드 가치를 한껏 높이고 있다. 이 같은 성과는 저절로 이뤄지지 않았다. 구항한우 고기를 직접 차에 싣고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행상도 마다하지 않는 구항농협의 노력으로 얻어진 것이다. 
 
이것은 황규진 조합장이 2017년 1월 26일 구항농협에 부임한 후 최근 2년여 동안 변화와 혁신의 결과로 일어난 기적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그는 전임자가 도중에 불미스런 일로 낙마하면서 보궐선거로 당선됐다. 2년 남짓 전임자의 잔여 임기를 채우고 올봄에 재도전한 그는 재선에 성공했다. 짧은 초선 기간 동안 조합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앞서 서술한 그의 독특한 한우 판매전략으로 흑자경영의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이었다.

처음 그가 구항농협의 CEO(최고경영자)를 맡게 되었을 때는 난파당한 배와 같았다. 2014년 야심적으로 내포신도시에 부지를 확보하고 건물을 지어 구항한우 직영식당과 하나로마트를 개설했지만 심각한 운영난을 겪어야만 했다. 10만 인구로 계획된 신도시가 아직도 3만 미만으로 정체되면서 기대한 만큼 장사가 잘 되지 않았다. 무리한 투자로 적자를 면치 못하게 되자 조합원들 중에는 예금을 빼내 다른 금융기관에 예치하는 일도 벌어졌다. 

황 조합장은 동요하는 조합원들에게 반드시 흑자 농협으로 만들어 놓겠다며 믿어달라고 호소했다. 그 후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묘책으로 축산물 직거래 이동 판매차량을 운영하기로 하고 조합장부터 앞장서 행상에 나섰다. 전국의 축제장에는 무조건 달려갔다. 물론 주최 측에 미리 신청을 해서 판매부스를 얻기도 했지만 거부를 당하거나 부스를 얻지 못 할 때도 있었다. 그래도 염치 불구하고 달려가서 길거리에 판을 벌였다. 그래서 단속반에게 쫓겨나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2017년 1월부터 전국을 다니면서 직거래로 판매를 했어요. 과천 경마장, 노량진수산시장, 서울시청 광장, 청계천에도 갔어요. 고객들 중 구항한우 맛을 보고 ‘이 고기는 확실히 맛있다. 전에 먹었던 고기는 속았다’고 말하는 분도 있었죠. 그럴 때는 보람을 느꼈죠.”

다른 지역 한우와 차별화된 맛을 본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그 다음부터는 축제 주최 측에서 기꺼이 구항농협을 위해 판매할 수 있는 자리를 내어 준다고 했다. 

“지난 3년에 걸쳐 전국을 다니며 올린 매출이 15억4천만 원이나 됩니다. 이렇게 열심히 하니까 다른 금융기관으로 빠져나갔던 예금도 다시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2017년 1월 제가 처음 취임할 때 540억이었던 예금이 지금 700억이 넘습니다.”

내포신도시의 사업장도 구항한우 맛이 소문나면서 방문하는 고객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지금 1층은 하나로마트를 운영하고 있으며, 2층과 3층은 직영하는 식당이다. 특히 2층은 1층 마트에서 직접 구항한우 생고기를 고객들이 구입해 와서 구워 먹을 수 있게 하는데 호평을 받고 있다. 그래서 황 조합장도 일말을 희망을 갖고 미래를 내다본다. 

“작년에 농협도본부가 이전하면서 직원들이 많이 이용해 주셔서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도청이나 교육지원청에서 통근버스를 없애고 직원들을 정착하게 해야 되는데 지금 저녁이나 주말에는 사람이 없습니다.”

구항농협 본점 사옥 앞에서 파안대소하는 황 조합장. 마치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한
구항농협 본점 사옥 앞에서 파안대소하는 황규진 조합장. 마치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한 표정에도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비록 소걸음이지만 공공기관 이전으로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인구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여전히 대전까지 매일 운행하는 통근버스는 이제 멈춰 줬으면 하는 것이 황 조합장의 간절한 바람이다. 

황 조합장은 고향인 구항면 장양리에서 태어나고 자라며 평생 축산을 했다. 지금도 집에서는 돼지 육칠백 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새벽 4시 반이나 5시에 일어나 3시간 동안 돼지 사료 주고 일하다가 아침 8시에 출근합니다. 오후 6시 반이나 7시에 퇴근하죠. 요즘 아프리카 돼지열병 때문에 방역을 위해 구항한우 이동판매를 위한 출장을 같이 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조합장이 가서 앞장을 서야 도시 소비자들이 더 신뢰하지 않겠습니까.”

1947년생으로 칠순이 넘었는데도 다소 그을린 얼굴이 무척 건강해 보였다. 우직해 보이면서도 CEO로서 남다른 뚝심과 추진력은 부지런한 소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