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통일 롤 모델은 아일랜드”
“우리의 통일 롤 모델은 아일랜드”
  • 허성수 기자
  • 승인 2019.10.31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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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노, 남북이 평화적인 협의에 의한 통일을 추구해야
김정노 통일부 기획연구과장은 아일랜드의 남북관계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한 전문가다.
김정노 통일부 기획연구과장은 아일랜드의 남북관계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한 통일 전문가다.

다음은 지난 29일 청운대학교에서 있었던 제14회 인문주간 개막식에서 김정노 통일부 기획연구과장이 ‘아일랜드 평화 프로세스’를 주제로 한 강연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우리나라가 통일을 위해 롤 모델로 삼아야 할 나라는 아일랜드이다. 독일은 우리와 비슷한 이유로 분단됐지만 통일된 과정을 보면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1989년 국제 냉전이 끝나면서 소련이 약화되고 개방하면서 서독이 사회주의 동독을 급속히 흡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민족공동체로서 평화적인 협의에 의한 통일을 추구하고 있다. 

우리가 잘 모르는 사실인데 아일랜드는 우리처럼 남북으로 분단된 국가다. 유럽의 끝, 영국 서쪽의 섬나라 아일랜드는 섬의 위쪽이 북아일랜드로서 벨파스트를 중심으로 한 영국령이다. 그래서 영국은 the United Kingdom and North Ireland, 즉 ‘연합왕국과 북아일랜드’라는 명칭으로 불린다. 

분단국가 아일랜드는 한반도와 유사한 점이 많다. 아일랜드는 우리가 식민 통치를 받다가 냉전으로 분단된 것처럼 750년간 영국의 식민통치를 받았다. 우리는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이념으로 분단됐지만 아일랜드는 민족과 종교라는 강력한 이념 때문에 1민족 2국가에 2민족 1국가적 성격으로 분단됐다. 지금 아일랜드는 점진적으로 통일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김정노 과장은 남한이 독일처럼 북한을 흡수통일하는 방식은 불가능하다며 아일랜드처럼 남북이 평화적인 협의에 의한 통일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김정노 과장은 남한이 독일처럼 북한을 흡수통일하는 방식은 불가능하다며 아일랜드처럼 남북이 평화적인 협의에 의한 통일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아일랜드인은 누구인가? 영국과 다른 켈트족이다. 영국은 독일계 게르만족이고, 켈트족은 중앙아시아에서 기원전 5~1세기에 아일랜드에 들어와 정착했다. 원래 다신교, 애니미즘을 신봉했는데 기원후 5세기경 기독교를 받아들였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은 로마의 지배를 받았는데, 아일랜드가 영국보다 먼저 기독교를 받아들였다. 5세기 이후 아일랜드는 기독교 문화 황금시대를 맞아 선교사들을 많이 양성해 유럽 대륙과 영국에 기독교를 전파했다. 아일랜드가 영국에 먼저 기독교 문명을 전파한 것이다. 불교를 먼저 받아들여 일본에 전파한 우리나라와 유사하다. 

처음에는 켈트족이 영국을 지배했으나 로마가 영국의 중원을 정복하면서 변방의 섬 아일랜드로 쫓겨났다. 그러나 로마가 멸망하면서 게르만족과 앵글로 색슨족이 영국의 중원을 차지했다. 1171년 앵글로 색슨족과 게르만족은 아일랜드를 침공했다. 당시 헨리8세 영국왕은 가톨릭을 부정하면서 자신을 수장으로 한 성공회를 세웠다. 뿐만 아니라 아일랜드에도 성공회를 강요해 적잖은 반발을 샀다. 영국의 크롬웰 장군은 아일랜드의 토지를 수탈해 이주를 시킨 영국인들에게 나눠줬다. 이처럼 영국과 아일랜드의 관계는 탄압의 역사며, 서로 철천지원수라고 할 수 있다. 영국 성공회가 아일랜드 가톨릭을 박해하면서 켈트족과 게르만족, 가톨릭과 개신교의 갈등구조를 수백년간 지속해왔다. 

1916년 부활절 봉기는 우리나라의 3·1독립운동과 같다. 그 후 1919년부터 1921년까지 독립전쟁을 벌여 1921년 아일랜드가 독립을 했다. 그러나 총 32개주 중 게르만족 개신교도와 영국 이주민이 많은 북동부 6개주는 독립을 반대해 26개주만 독립했다. 그 후 반전파와 통일파 사이의 갈등이 지속돼 왔다. 

북아일랜드는 통일이 안된 주로 아일랜드 사람들은 통일 위해 무장투쟁도 마다하지 않았다. 아일랜드는 왕이 없는 나라다. 민족주의 세력과 영국의 왕당파가 서로 민간 사설 군사조직을 만들어 싸웠다. 영국과 독립전쟁을 하면서 사망한 아일랜드인이 무려 50만 명이다. 

1998년 성금요일 협정이 체결된 후 남북아일랜드는 통일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강경파의 반대로 순조롭지 않다. 750년 동안 지속된 양 세력의 갈등이 아직도 남아 마음의 벽을 쉽게 허물지 못하고 있다. 북아일랜드의 영국인들은 통일을 용납하지 못한다. 과거 핍박하고 차별한데 대해 보복이 두렵기 때문이다. 

영국이 내년 1월 30일까지 다시 브렉시트를 연기했다고 들었다. 1998년 성금요일 협정 이후 EU(유럽연합)가 상당한 지원을 해 북아일랜드가 경제적으로 부흥을 했다. 지금도 북아일랜드는 EU의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브렉시트를 반대한다. 만일 영국이 EU를 떠나게 되면 북아일랜드는 거기에 잔류하기 위해 통일을 원할 것이다. 심지어 북아일랜드의 영국계 주민들도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아일랜드적인 성향이 더 강해져 하나의 아일랜드로 통일되기를 원하고 있다. 결국 브렉시트에 아일랜드의 미래가 달려 있는 셈이다. 

아일랜드 아마에는 남북각료위원회와 남북의회협회가 있다. 이 기구를 통해 서로 대화하며 제도적인 통일을 위해 노력해 나가고 있다. 아일랜드로서 최선의 선택은 공존이다. 그 동안 여러 가지 폭력적이었던 것들을 치유하려고 하나 잘 안된다. 아직도 사람들의 마음에는 수백년 동안 쌓였던 분노와 두려움이 없어지지 않았다. 서로 화해하는 데는 상당히 오랜 세월이 걸린다. 그러나 한두 세대에 걸쳐 서로가 노력해 나간다면 화해도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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