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린 사람들’, 타락한 이웃들 섬세하게 묘사
‘더블린 사람들’, 타락한 이웃들 섬세하게 묘사
  • 허성수 기자
  • 승인 2019.10.31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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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구 교수, 제임스 조이스는 인류의 보편적인 문제 조명
김상구 교수가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 '더블린 사람들'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김상구 교수가 30일 저녁 청운대학교 대학본부 회의실에서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 '더블린 사람들'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제임스 조이스는 방탕한 더블린 사람들을 보고 ‘이렇게 살아서야 되겠나’ 하면서 거울처럼 들여다보고 경고로 삼도록 정신적으로 타락한 이웃들의 모습을 디테일하게 묘사했습니다.”

영문학자 김상구 청운대 교수가 30일 저녁 청운대학교 대학본부 회의실에서 열린 홍성군 인문주간 인문학 특강 강사로 나서서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 ‘더블린 사람들’에 대해 조명을 했다.

아일랜드가 낳은 20세기 최고의 소설가 제임스 조이스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모여 정치문제를 나누다가 대판 싸우고 헤어지는 가족, 술에 취해 집에 들어와 아내와 아이를 구타하는 술주정뱅이, 뭔가 잘 안 풀리는 사람들의 모습을 ‘더블린 사람들’에 등장시켰는데, 그 시절 아일랜드인들의 모습이 사오십년 전 몹시 가난했던 한국과 똑같고 기질마저도 우리와 가장 닮아 있다는 게 김 교수의 진단이다. 

“‘더블린 사람들’은 더블린 전역에 퍼져 있는 정신적, 문화적, 사회적 병폐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총 15편의 단편소설로 이뤄져 있는데, 소년시절, 청춘시절, 성인시절을 다룬 단편 각 3편과 사회생활을 다룬 3편, 마지막에 3편을 덧붙였습니다.

가까운 이의 죽음을 경험하는 소년의 심리를 다룬 단편 '자매', 사회적으로 성공한 옛 친구를 만나 열등감을 느끼는 주인공의 이야기인 '작은 구름', 남자 친구와 더블린을 떠나 새 삶을 찾기로 약속하지만 떠나는 날 끝내 가족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좌절하는 한 처녀의 고뇌를 그린 '에블린' 등 인간 본성에 대해 치열하게 탐구하면서 인류 보편의 문제를 조명한 걸작입니다.” 

이 작품이 첫 출간된 것은 1914년, 100여년이 지난 지금 아일랜드는 750년 동안 지배를 받았던 영국보다 훨씬 더 잘 사는 나라가 되었다. 김 교수는 “아일랜드 경제가 2003년 영국을 앞지르기 시작해 지금은 1인당 GDP가 8만 달러로 4만5천 달러의 영국보다 2배 더 잘 살고 과거 ‘하얀 검둥이’라고 자신들을 조롱하던 영국인들에 대한 증오심도 거둬들였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도 잘 살아야 한일관계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일본을 방문하지 말고 일제 불매운동을 하는 것만이 복수가 아닙니다. 일본보다 더 잘 살고 도덕적인 결함에서 벗어나 정신적으로 더 우위에 있어야 용서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 일본도 진정한 사과를 하게 될 것입니다.”
 
단풍이 들어 화려한 캠퍼스의 가을, 과거 학창시절의 낭만도 잠깐 느껴보며 문학의 세계에 빠져보는 것도 좋으련만 작은 회의실은 대학 구성원들이 절반 이상 채운 가운데 지역주민들의 저조한 참여가 아쉬웠다. 그래도 굳이 퇴근 후 달려온 주민들에게는 너무나 값진 지식과 교양을 선물했다. 주최 측에서 쥐어준 한 권의 책 ‘더블린 사람들’을 들고 귀가를 서두르는 걸음들이 가벼워 보였다.

인문학 강연에 참여한 주민들이 경청하고 있다. 대학 내 동료 교수와 교직원들이 많아 지역주민들의 참여가 아쉬웠다.
인문학 강연에 참여한 주민들이 경청하고 있다. 대학 내 동료 교수와 교직원, 학생들이 많았으며, 지역주민들의 참여가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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