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우, ‘백강’으로 기존 사학계에 도전장
이강우, ‘백강’으로 기존 사학계에 도전장
  • 허성수 기자
  • 승인 2019.11.08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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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졸출신 향토사학자, 대학교수들도 놀라게 한 백제 패망의 흔적 밝혀
이강우 향토사학자가 오로지 독학으로 깨치고 직접 역사의 흔적으로 더듬어 발로 뛰며 연구한 백제 부흥전쟁 때의 백강과 기벌포 등의 지명의 위치에 대해 자신이 확신하는 곳을 밝히고 있다.
이강우 향토사학자가 오로지 독학으로 고대사를 깨치고 직접 역사의 흔적을 더듬어 발로 뛰며 연구한 백제 부흥전쟁 때의 당나라군의 침입 경로와 백강과 기벌포 등 주요 지명의 위치에 대해 자신이 확신하는 곳을 밝히고 있다.

충남문학관(관장 이재인)은 백제사기연구회와 공동으로 6일 홍성군 장곡면에서 백제패망사에 대한 학술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오후 장곡농협 강당에서 ‘한국고대사와 홍성의 역사 지리적 위상’을 주제로 열렸는데 먼저 윤명철 동국대학교 명예교수가 기조강연을 했다.

윤명철 교수는 ‘한민족의 해양활동과 홍성지역의 해양적 성격’을 주제로 “우리 민족은 고대부터 해양활동을 활발히 한 해양 강국이었다”며 “바다로 나아가지 않으면 가난해지기 때문에 동아시아 모든 나라가 뱃길을 이용해 교류를 했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홍성지역은 고대부터 태안반도, 서산과 함께 하나의 역사단위로서 활동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웅진 백제시대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고 통일신라와 고려시대에는 국제항으로서 경유지 역할을 담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이강우 향토사학자가 ‘백제 패망사의 백강과 기벌포 이해’에 대해 주제강연을 했다.

이강우 씨는 백제 부흥운동 때 당나라 군대 13만 명이 당진 앞바다 격물도에 도착해 2군으로 나눠 백제군이 마지막 항전을 벌이고 있는 임존성과 주류성까지 침입해온 경로를 상세하게 설명했다.

이 씨는 당나라 수군이 바닷물의 조류를 이용해 내륙의 강과 하천으로 들어갔다며, 1군은 서천과 군산 사이 금강 하류를 통해 기벌포를 거쳐 북진하는 방식으로 올라가고, 2군은 백강을 통해 남진해 남북 양쪽에서 백제군을 쳤다고 주장했다.

삼국사기와 동국여지승람 등의 고문헌을 참고하고 수차례 현장답사를 하며 지형지물의 특징을 익히고 나름대로 고증한 결과라며 이 씨는 △백강: 삽교호~무한천로 연계수로(7월 7일 소정방의 2군 침입루트) △탄현: 옥천군 군북고개길(7월 4일 김유신군 백제국경 침입루트) △황산: 논산~연산 사이 황산령(7월 9일 계백장군 김유신군과 격전 전사) △기벌포: 익산시 성당포(7월 9일 소정방과 1군 상륙지) △웅진구; 공주시 탄천 대학리 금강여울(7월 10일 당2군 침공지역 반여울) △소부리: 논산시 성동면~부여군 석성면 사이(7월 11~12일 나당연합군 집결지) 등 아직 학계에서 여러 가지 설만 난무하고 있는 고대 지명과 위치에 대해 구체적인 장소를 언급하며 날짜와 전투상황까지 제시했다.

토론에 참여한 학자들.왼쪽부터 김용범 교수, 오순제 교수, 이재인 관장.
토론에 참여한 학자들.왼쪽부터 김용범 교수, 오순제 교수, 이번 학술심포지엄을 주최한 충남문학관 이재인 관장.

이날 토론순서에서 패널로 참여한 학자 중 고대사가 전공인 오순제 서울문화예술대학교 교수는 “백강이 고정된 지명이 아니라 흔한 지명으로서 백제가 1차 멸망할 때는 금강, 백제 부흥전쟁 때는 동진강으로 본다”며 이 씨의 주장과는 다른 학설에 무게를 실었다. 또 오 교수는 장곡산성을 주류성으로 보는 이 씨의 견해도 납득하기 힘들다며 부안 위금암산성이 주류성이라고 주장했다.

오 교수는 이강우 씨가 설명하는 당나라군의 침입 경로에 대해 삽교천과 무한천 일대에 백제군이 진을 치고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당연합군과 충돌할 수밖에 없는데 전투를 했다는 역사의 기록이 없다는 점을 들어 금강과 동진강을 중심으로 한 부안에서 백제부흥 전쟁이 벌어졌다는 설을 유력한 것으로 보았다.

그 밖에 윤명철 교수와 토론회의 좌장을 맡은 이재범 경기대학교 교수는 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하면서 이강우 씨가 직접 발로 뛰며 현장 답사를 하고 바닷물의 물때를 감안해 내륙의 하천으로 침입한 경로를 날짜별로 시나리오를 만들어 백제군을 제압한 과정과 당나라군 13만 명을 2군으로 나눠 서로 다른 경로로 침입했다는 주장은 상당히 개연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 씨의 주장과 다른 학설을 제기한 오순제 박사도 현장 답사에 의한 연구성과를 높이 평가하면서 이 씨에게 아직도 학계가 밝히지 못한 백제시대의 지명에 대해 정확한 위치를 밝혀줄 것을 부탁하기도 했다.

해양사학자로 유명한 윤명철 동국대 명예교수가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해양사학자로 유명한 윤명철 동국대학교 명예교수가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이날 패널 가운데 국문학자인 김용범 한양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홍성에 있는 백제부흥전쟁의 흔적을 스토리텔링화하여 중요한 역사적 장소마다 게시판을 설치하고 영화나 만화를 만드는 등 관광자원으로 삼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강우 씨는 “다음 기회에 좀 더 연구하고 준비해서 고대 지명의 위치에 대해 설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강우 씨는 장곡초등학교 졸업이 최종학력으로 2017년 자신의 고향에 있는 산성을 중심으로 충남과 전북 일대를 직접 현장 답사하고 각종 고대문헌과 근대사료를 연구한 결과를 묶어 ‘백제사기의 비밀과 유적’(맑은샘)이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했다. 거의 박사학위급 논문으로 이번 학술발표회에 참여한 국내 유수의 역사학자들과 고향의 선후배들은 재야 향토사학자의 분투와 학문적 열정에 대해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좌장을 맡아 토론회를 진행한 이재범 경기대학교 교수.
좌장을 맡아 토론회를 진행한 이재범 경기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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