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시중, 예술꽃씨앗학교로 선정돼 1억 지원받아
광시중, 예술꽃씨앗학교로 선정돼 1억 지원받아
  • 허성수 기자
  • 승인 2019.11.15 16:0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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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상규 교장, 관악기 배운 학생들 지역축제 연주 인기몰이
곽상규 광시중학교 교장은 입시 위주의 교육이 시골 면지역 학교들을 황폐화시키고 있다며 지역의 학부모들이 자녀들을 학원이 있는 가까운 읍내 학교로 보내고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 했다.
곽상규 광시중학교 교장은 입시 위주의 교육이 시골 면지역 학교들을 황폐화시키고 있다며 지역 학부모들이 자녀들을 학원이 있는 읍내 학교로 보내고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 했다.

광시중학교(교장 곽상규)는 봉수산과 백제의 유적지 임존성, 예당저수지, 황새공원이 주변에 있어 좋은 환경 속에서 미래의 꿈나무들을 길러내고 있다. 그러나 농촌인구의 급격한 감소와 젊은 층의 이농으로 말미암아 지금은 전교생 24명의 초미니 학교가 됐다. 

곽상규 교장은 25년 전 처음 부임했을 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제가 이 학교에 부임했던 1995년에는 한 학년 50명으로 한 반에 20~30명씩 2개 반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이웃에 있는 초등학교도 한 학년 학생이 10명 안쪽입니다.”

광시중학교 주변 면소재지가 대도시 식당가를 뺨칠 정도로 많은 가게들이 들어서 번성하고 있는데도 중학생이 없는 현실을 얼른 이해하기 어려웠다. 거기서 장사하는 주민들 가운데 젊은이들이 있기 마련인데 인근 중학교에 보낼 자녀가 그렇게 없을까?

곽 교장은 그런 물음에 뼈 있는 말로 대답했다. 
“여기서 돈을 잘 버는 분들은 내포의 아파트로 이사를 나가 살면서 출퇴근을 합니다. 거기에 있는 학교에 아이들을 보내고 학원도 보냅니다. 시골로 귀촌·귀농하는 젊은이들도 아이들을 가까운 학교로 보내지 않습니다. 읍내 학교로 보내기 때문에 면단위 초·중학교는 학생이 늘 수가 없습니다.”

곽 교장은 면지역 주민 대부분 자동차가 있기 때문에 읍단위 생활권이 형성돼 있어 물건을 하나 사는데도 읍내 대형마트로 간다며 학부모들도 방과후 성적 향상을 위해 학원을 보내기 좋은 읍내 학교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입시 위주의 교육이 시골 학교까지 황폐화시키고 있다는 것이 곽 교장의 진단이다. 

중간고사가 끝나고 점심식사로 선생님과 함께 삼겹살을 구워먹고 나서 오후에 운동장에서 스포츠 활동을 하는 광시중학교 학생들.
중간고사가 끝나고 점심식사로 선생님과 함께 삼겹살을 구워먹고 나서 오후에 운동장에서 스포츠 활동을 하는 광시중학교 학생들.

“지금 내포에는 빽빽이 들어선 아파트단지 사이 좁은 운동장에 과밀학급에서 아이들이 공부하는데 여기는 넓은 운동장에 아름다운 자연에 둘러싸여 있는 학교라 공부하기 얼마나 좋아요. 그런데도 학부모들이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기 위해 예산읍내나 내포신도시의 학교로 보냅니다. 그래서 시골 공동화 현상이 심각합니다.”

광시면은 예산군청 소재지에서 20km나 떨어진 오지에 속한다. 오히려 홍성군청 소재지인 홍성읍이 더 가깝고, 청양군청 소재지도 지척이다. 그래서 자녀를 제대로 교육시키겠다고 마음을 먹는다면 큰 학교가 있고 학원 과외를 받기 쉬운 홍성읍내로 보내기 십상이다. 

이런 현실에서 광시중학교는 지역에 학원이 없어 학부모들이 걱정하는 자녀들의 부족한 성적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학교 자체에서 방과후교실 운영에 적극 나섰다. 곽 교장은 비록 일반 학원만큼은 아니지만 오후 4시 정규 수업을 마친 후에는 밤 8시까지 학교에서 보충수업을 하고 각종 취미동아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아이들에게 전인교육까지 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보통 오후 4시가 되면 학생들이 수업을 마치고 귀가를 합니다. 그러면 대부분의 아이들이 학원에 갑니다. 그러나 우리는 오후 4시가 되면, 그 시간을 8교시라고 부르는데, 8교시 방과후 수업을 합니다. 또 5시 20분까지는 30분간 독서를 한 후 학교 주변에 계약한 식당에 가서 저녁을 먹습니다. 저녁식사 후 6시 15분부터 8시까지 2시간 동안 월·화요일은 수업, 수요일은 자율학습, 목·금요일은 관악기를 배우거나 동아리 활동을 합니다.”

곽 교장은 전교생 24명 중 20명이 관악을 배우며 그 외 관심이 없는 아이들은 자율학습을 하도록 한다고 했다. 8시에 택시로 귀가를 시키는데 택시비는 무료다. 물론 방과후교실에 대한 수업료나 1급 강사를 모셔와 악기를 배우는 것도 무료고, 저녁식사비도 무료다. 농사일로 바쁜 학부모들로서는 전혀 부담이 없을 뿐만 아니라 방과후 자칫 방황하거나 인터넷게임 등에 빠져 시간을 헛되이 보낼 수도 있을 아이들을 종일 학교에서 돌봐주니 안심하고 맡기기만 하면 된다. 

“우리 학교가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 공모사업에 지원해 예술꽃씨앗학교에 당선됐습니다. 전국에서 15개 학교를 뽑는데 충남에서는 우리 학교가 유일합니다. 3년 동안 운영비로 1억원을 지원받습니다. 그 돈으로 대전에서 훌륭한 강사님을 모셔 와서 아이들이 트럼펫, 트럼본 등의 관악기를 배우는데 실력이 아주 탄탄합니다.”

곽 교장은 광시중 관악대가 어르신들에게 친숙한 ‘내 나이가 어때서’, ‘찬찬찬’ 등의 대중가요부터, 베르디의 오페라 곡까지 연주할 수 있다며 자랑을 했다.

“올해 황새축제 때 오프닝 음악을 맡았고, 예산삼국축제 때도 연주를 했습니다. 농악만 울리는 축제마당에서 우리 아이들이 연습한 클래식 음악을 관악으로 연주하면 엄청난 인기를 발휘합니다.”

방과후 활동으로 관악기를 배우고 탁구도 즐길 수 있는 동아리방. 지역주민들에게 탁구장으로 개방하기도 한다.
방과후 활동으로 관악기를 배우고 탁구도 즐길 수 있는 동아리방. 지역주민들에게 탁구장으로 개방하기도 한다.

곽 교장은 가까운 황새공원에도 아이들을 데리고 가서 생태교육을 시킨다고 했다.
“과학이 아무리 발전해도 인간은 깨끗한 생태 속에 존재해야 합니다. 도시 학부모들이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는 것은 공부 잘 해서 좋은 직장 얻고 물질적으로 풍요롭게 살도록 하기 위해서겠죠. 그러나 그들은 자연에 대해 생각할 여유가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 학교는 생태교육을 통해 자연과 함께하는 자연친화 교육과 예술교육을 합니다. 또 우리는 아침 운동도 하고, 다양한 스포츠 활동을 하게 합니다.”

곽 교장은 충북 옥천 출신으로 예산은 제2의 고향이다. 그는 요즘도 직접 배달되는 종이신문을 선호하는 신문 매니아라고 자처한다. 새벽 3시에 아파트 현관문 앞에 툭 던져지는 영자신문 코리아타임과 한국일보를 받아볼 때마다 전날 기자들과 인쇄공들의 수고로 만들어진 따끈한 정보뭉치가 예산까지 밤 기차에 실려 배달되어 오는 것이 늘 신기하면서도 감사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고향 옥천에서도 매주 배달되어 오는 옥천신문의 유료 구독자로서 전국의 지역신문 중에서는 최고라고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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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 2019-11-15 21:16:02
광시중학교 학생들과 특별하고도 멋진 교육철학을 가지고 계신 곽상규 교장선생님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