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묘 스님, 마을기업 ‘쌍지팡이’ 친환경 장류 생산
선묘 스님, 마을기업 ‘쌍지팡이’ 친환경 장류 생산
  • 허성수 기자
  • 승인 2019.11.15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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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지암 향적당은 누구나 와서 쉴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
선묘 스님은 화가이자 시인이기도 하다. 그의 놀라운 시인으로서의 감수성은 마을기업 이름으로 지은 '쌍지팡이협동조합'에서 충분히 엿볼 수 있다.
선묘 스님은 화가이자 시인이기도 하다. 그의 놀라운 시인으로서의 감수성은 마을기업 이름으로 지은 '쌍지팡이협동조합'에서 충분히 엿볼 수 있다.

예산황새공원에서 남쪽으로 백월산을 향해 조금 올라가면 쌍지암(주지 선묘스님)이라는 조그만 절이 하나 있다. 창건된 지 21년 된 절로 무엇보다도 주변의 풍경이 빼어나 나그네의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이 절의 주지로서 선묘스님이 주변을 잘 가꾸기도 했지만 앞뒤로 그리 높지 않은 산들이 병풍 역할을 하면서 아름답게 물든 단풍잎으로 최고의 풍경화를 펼쳐놓았다.

비구니인 선묘 스님을 만났는데 회색 승복에 분홍빛 앞치마를 두른 차림새만으로도 꽤 부지런한 성품임을 짐작하게 했다. 산등성이 넓은 터에 무량수전과 살림집, 향적당이 일정한 거리를 두고 나란히 세워져 있었는데 향적당을 지나 오른쪽 끝자락에 주변이 온통 장독대로 가득한 가운데 비닐하우스와 창고 건물 같은 것이 눈에 띄었다. 

쌍지암 무량수전으로 깊숙한 골짜기 쪽에 자리잡고 있다.
쌍지암 무량수전으로 깊숙한 골짜기 쪽에 자리잡고 있어 주변의 단풍나무 숲과 잘 어울린다.

‘쌍지팡이’라는 나무 간판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물어보니 마을기업 이름이었다. 대리에 황새공원이 들어오면서 농지가 줄어들고 황새를 위해 무농약으로 농사를 할 수밖에 없는 환경으로 바뀌자 그것이 오히려 주민들에게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 선묘 스님의 주도로 2015년 설립했다. 주민들과 함께 친환경재배를 한 콩으로 장류를 만들어 판매하는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현재 조합원은 61명, 직접 무농약 재배를 한 콩과 고추로 된장과 고추장, 조청을 담근다. 거의가 고령의 할머니들이지만 과거 식구들을 위해 해먹는데 그쳤던 기술을 발휘해 마을기업을 통해 진정한 장인으로 거듭났다. 

향적당 마당과 오른쪽 너머 '쌍지팡이협동조합' 작업실까지 장독대로 가득 찼다.
향적당 마당과 오른쪽 너머 '쌍지팡이협동조합' 작업실 앞까지 장독대로 가득 찼다.

‘쌍지팡이협동조합’이라는 마을기업 이름이 ‘쌍지암’과 머리 부분의 두 글자가 같아 절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를 연상시킨다. 그렇게 이름을 짓게 된 것도 사연이 있다. 선묘 스님이 마을기업 등록을 며칠 앞두고 상호를 뭘로 정해야 할지 고민하던 중 쌍지암으로 올라오는 할머니가 쌍지팡이를 짚고 오는 모습을 보고 “바로 이거다!” 하고 무릎을 쳤다고 한다. 할머니의 상징인 쌍지팡이처럼 서로 맞대어 힘이 되어주는 기업이 되기를 바라며 주저없이 ‘쌍지팡이’를 상호로 등록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게스트하우스로 종교와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숙소로 개방하고 있는 향적당. 하룻밤 쉬면서 대자연 속에 힐링도 하고 잠 담그기 체험도 할 수 있다.
게스트하우스로 종교와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숙소로 개방하고 있는 향적당. 하룻밤 쉬면서 대자연 속에 힐링도 하고 잠 담그기 체험도 할 수 있다.

향적당은 방문객들을 위한 게스트하우스로서 종교와 상관없이 누구든지 와서 쉬고 갈 수 있도록 개방하고 있다.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전통 한옥이지만 내부는 현대식으로 주방과 화장실까지 갖춰져 있고, 하룻밤 쉬면서 읽을 만한 책도 서가를 가득 채우고 있다. 식사는 직접 해먹을 수도 있지만 절에 요청하면 한 끼 5천원으로 친환경 밥상을 제공한다. 가족끼리 와서 장류를 직접 만들어 보는 체험도 하고 세상 일 잠깐 잊고 숲속을 걸으며 명상하는 여유를 갖는다면 최고의 힐링이 될 것 같다. 

선묘 스님은 화가로서 관악산 연불암에서 출가해 스님들로부터 그림을 배웠으며, 1986년 서울 예술대전 문인화부문 입선, 2006년 안견미술대전 특별상을 받았다. 예산과 서울에서 수차례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선묘 스님은 2002년 ‘문예운동’을 통해 시를, 2003년 ‘수필춘추’를 통해 수필을 추천받은 문인이기도 하다. 2017년 지암 스님이 쓴 시에 선묘 스님이 그림을 그린 시화집 ‘메주꽃 항아리꽃’(토담미디어)을 내기도 했다.

시인이자 화가이기도 한 선묘 스님이 지암 스님과 함께 출간한 시화집 '메주꽃 항아리'.
시인이자 화가이기도 한 선묘 스님이 지암 스님과 함께 출간한 시화집 '메주꽃 항아리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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