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당호 상류 청정지역에 오염토양 정화시설이라니?
예당호 상류 청정지역에 오염토양 정화시설이라니?
  • 허성수 기자
  • 승인 2019.12.11 09: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계양리1구 주민들, 비산먼지, 발암물질 발생, 수질오염 우려 반대
오염토양 정화시설 설치 반대에 앞장선 김영대 개발위원장(왼쪽)과 신익수 설치반대추진위원회 공동대표.
오염토양 정화시설 설치 반대에 앞장선 김영대 개발위원장(왼쪽)과 신익수 설치반대추진위원회 공동대표.

예당저수지 상류 아름다운 전원마을에 유류오염토 정화시설이 들어온다는 소식에 해당지역 주민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예산군 신양면 서계양리1구 주민들에 따르면, (주)에코프라임(대표 김성현)이라는 토양 및 지하수정화처리 업체는 서계양1리 산 2-6번지 야산에 대지 2만7553㎡(8349평)에 9650㎡(2924평)의 규모로 폐유로 오염된 토양과 지하수를 정화시키는 공장을 짓기로 하고 올해 3월 8일 예산군청에 허가신청서를 냈다.

이 소식을 접한 서계양리1구 주민들은 3월 15일 즉각 ‘서계양리1구 토양정화시설 설치반대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반대운동에 나섰다. 

주민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전국의 주유소나 유류와 관련된 시설에서 기름으로 오염된 흙이 운반되어 온다면 하역하면서 생기는 먼지, 유독가스의 발생이 예상되고 공장에서 정화하는 과정에서 나올 유독가스도 인체에 치명적인 해를 입힌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업체가 정화하는 과정에서 비용을 아끼기 위해 불법으로 유류찌꺼기를 방출할 경우 하류에 있는 예당호의 수질까지 오염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서계양1리 산 2-6번지 오염토양 정화시설 건축 예정지. 주민들은 마을에서 100m의 거리로 떨어져 있어 정화과정에서 배출될 유독가스에 의해 주민들의 건강이 심각하게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계양1리 산 2-6번지 오염토양 정화시설 건축 예정지. 주민들은 마을에서 불과 100m의 거리로 떨어져 있어 정화과정에서 배출될 유독가스에 의해 주민들의 건강이 심각하게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예산군청 도시재생과 김윤환 건축팀장은 지난 3월 업체가 제출한 건축허가 신청서에 대해 “아직 관련부서와 협의중이다”라며 “군에서는 적법한 요건이 갖춰지고 금강환경유역청에서도 업체가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를 검토해 환경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면 허가를 해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군청 관련부서로 개발허가팀, 농지전용팀, 산지전용팀에서 이 시설의 건축문제에 대해 지금 검토중이다”며 “허가여부가 결정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고 답변했다. 

그 후 계절이 세 번이나 바뀌었지만 주민들의 입장은 변함이 없었다. 9일 오전 서계양리1구 마을회관에서는 때마침 주민들이 연반계로 모여 점심을 같이 해 먹으면서 토양정화시설 설치반대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하고 업체로부터 주민동의서를 받기 위한 회유에 넘어가지 않도록 단속을 하며 주민서명을 받기도 했다. 

9일 오전 연반계로 모여 즐겁게 음식을 나눈 후 주민들은 마을회관 앞에서 토양정화시설 반대 구호를 외치며 기념촬영을 했다.
9일 오전 연반계로 모여 즐겁게 음식을 나눈 후 주민들은 마을회관 앞에서 토양정화시설 반대 구호를 외치며 기념촬영을 했다.

토양정화시설설치반대추진위원회 신익수 공동대표는 “지금 업체에서 주민들을 개별접촉하며 동의서를 받고 있는데 일부 주민은 회유에 넘어간 것으로 안다”며 “마을발전기금을 주겠다는 말도 있지만 우리는 돈 문제가 아니라 환경재앙으로부터 우리 마을을 지키기 위해서 결사반대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만일 예산군 신양면 서계양리에 업체의 계획대로 건축허가가 나서 토양정화시설이 들어선다면 전국 최고규모여서 연간 최대 36만톤을 처리가 가능해 하루 25톤 트럭만 90회를 드나들게 돼 매일 발생하는 비산먼지를 마시게 되고 교통사고 위험부담까지 떠안아 불안하게 살아가게 된다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다. 

이와 유사한 토양반입정화시설이 들어서는 경북 영천시에서는 1급 발암물질인 VOC로 오염된 흙을 반입해 정화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서계양리 주민들도 극도로 불안해 하고 있다. 영천지역신문 ‘영천투데이’는 지난해 4월 2일 인터넷판에서 “VOC란, 휘발성 유기화합물의 총칭으로, 대기중 확산성이 강하고 강한 독성, 냄새, 마취성이 존재한다. 호흡기에서는 화학반응을 유발해 세포변형을 일으킬 수 있으며 암세포로 발전할 수 있다”고 보도하면서 주민들이 느끼고 있는 불안감을 전했다. 

마을 진입로 양편과 다리 난간에 반대 구호를 적힌 깃발과 현수막을 설치해 주민들의 굳은 의지를 알리고 있다. 그러나 고령자들뿐인 주민들은 데모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마을 진입로 양편과 다리 난간에 반대 구호가 적힌 깃발과 현수막을 설치해 주민들의 굳은 의지를 알리고 있다. 그러나 고령자들뿐인 주민들은 데모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조문행 공동대표는 “다른 지역의 유사한 상황에 대해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마을 인근 비료공장 때문에 주민들이 집단 암발병을 했던 전북 익산시 장점마을 이야기가 남의 일 같지 않다”고 말했다.

약 55가구가 사는 서계양리1구 마을은 수도작과 함께 시설하우스를 통해 수박을 재배하며 고소득을 올린다. 올해 3월부터 예당남로 마을 표지석에서 시작되는 진입로 좌우와 서계양교 다리 등에 오염정화시설의 설치를 반대하는 깃발과 현수막을 게시해놓고 있다. 지금 넓은 들판에는 비닐 하우스가 즐비했다. 

김영대 서계양리1구마을개발위원장은 “우리 마을은 우사도 하나 없이 식물 위주로 농사하는 청정지역이다”며 “주민 대부분 고령자들이어서 데모도 할 수 없고 겨울철에는 시설 농사로 바빠 마을 진입로에 깃발을 꽂아 반대 의사를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