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신, 선친 유업 이어 백제부흥전쟁사 연구
박태신, 선친 유업 이어 백제부흥전쟁사 연구
  • 허성수 기자
  • 승인 2019.12.13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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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포지방고대문화연구원, 장곡산성 주류성 정설로 확정 목표
홍성읍 신천아파트 부근에 마련한 내포지방고대문화연구원 사무실에서 박태신 원장.
홍성읍 신천아파트 부근에 마련한 내포지방고대문화연구원 사무실에서 박태신 원장. 선친 박성흥 선생의 유업을 이어 장곡산성을 주류성으로 확정짓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1990년 홍성지역 향토사학자 박성흥 선생이 백제부흥전쟁 때의 주류성은 홍성 장곡산성, 백촌강은 당진 아산만 석문 앞바다라고 최초로 주장을 했다. 그 전까지는 한국과 일본 학계에서 주류성에 대해 한산설, 위금암산성설, 또 백촌강에 대해서는 금강설, 동진강설 등 여러 주장이 제기되고 있었다. 당시 학계는 박성흥 선생의 주장에 크게 주목했지만 하나의 가설로 받아들였을 뿐이었다. 박성흥 선생은 남은 생애 동안 홍성 주류성을 입증하기 위한 연구활동에 매진하다가 2008년 세상을 떠났다.  

지금 그의 뒤를 이어 연구하고 있는 사람은 선생의 아들 박태신 내포지방고대문화연구원 원장이다. 현재 연구원은 홍성읍 조양로 143번길 35-15번지, 신천아파트 단지 부근 4층 빌딩의 꼭대기 옥탑방을 보금자리로 삼고 복익채‧황성창·최태호·박성묵·김경수·박학규·박종태·김학로‧전용식 등 내포지역 향토사학자들이 함께 하고 있다. 

박 원장의 선친 박성흥 선생은 예산군 덕산면이 고향으로 일제강점기 공주고등학교를 나와 일본에 유학을 한 엘리트 지식인이었다. 전공이 물리학이었지만 1960년대말 일본이 역사를 왜곡하는 것을 보고 우리나라 고대사를 공부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선친이 진번‧목지국에 대해 공부하다 보니 백제부흥전쟁사와 연관돼 있다는 사실을 알고 연구한 결과 홍성 주류성과 당진 백촌강을 최초로 정립해 내셨습니다.”

박성흥⋅박태신의 ‘진번⋅목지국과 백제부흥전’에 의하면 “내포지방이란 차령산맥의 서북부지역으로 고대 진번⋅목지국의 마한문화권으로서 아산만과 삽교천 유역과 가야산을 중심으로 한 개 포(浦)가 발달하고 서해에 임한 곳이다”라고 주장한다. 

지난 7월 사단법인 등록을 자축하면서 현판식을 갖는 자리에서 함께 하는 이사들과.
지난 7월 사단법인 등록을 자축하고 현판식을 갖는 자리에서 함께 하는 향토사학자들과 기념촬영을 했다.

“이 같은 사실은 2011년~2013년 홍북면 석택리에서 환호유적이 발굴되면서 사실로 입증되었습니다.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들의 의견에 의하면 석택리 환호유적 주변 일대에는 청동기시대에서 백제시대까지 시대별 매장문화재가 널리 분포돼 있었습니다. 석택리 환호유적은 ‘동아시아 최대의 환호취락 유적’으로서 내포지역이 백제시대에 중심지 역할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박성흥 선생은 회갑의 나이에 연구를 시작해 30여 년간 고문헌을 두루 섭렵하고 현장을 답사하면서 홍성 장곡산성이 주류성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박태신 원장은 이를 주제로 한 선친의 논문이 1990년 한국문화원연합회가 주최한 향토사 논문공모전에서 최우수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고 회고했다. 당시 박성흥 선생은 홍주향토문화연구회 구성원으로서 홍성문화원의 명예도 드높였다고 말했다. 

내포지방고대문화연구원 전용식 상임이사는 그때의 경사에 대해 홍성문화원 설립 후 가장 큰 업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그 후 30년 동안 홍성문화원에서 그만한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며 아쉬워했다. 

지난 10월 17일 충남도의회에서 가진 학술세미나에서 정순태 전 월간조선 편집위원이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지난 10월 17일 충남도의회 소회의실에서 가진 학술세미나에서 정순태 전 월간조선 편집위원이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박성흥 선생의 주류성 홍주설은 당시 언론에서도 큰 주목을 받았다. 1996년 정순태 월간중앙 주간은 그해 월간중앙WIN 11월호에 ‘주류성은 한산이 아닌 홍성군 장곡’이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현장탐방기사를 기고하며 박성흥 선생을 지지했다. 월간조선 편집위원을 거쳐 지금은 은퇴한 정순태 원로기자는 최근에도 내포지방고대문화연구원이 주최한 백제부흥전쟁사 학술세미나에 참여해 기조강연을 했다. 지난 10월 17일 있었던 학술세미나에서 그는 박성흥 선생의 연구성과에 대해 “주류성과 백촌강의 위치 설정을 놓고 100여년간 전개된 한일사학계의 논쟁에 종지부를 찍어야 할 만한 결정적인 업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아직 학계에서는 주류성에 대해 어느 곳도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홍성 장곡 주류성을 하나의 학설로 받아들이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박태신 원장은 홍성 주류성과 당진 백촌강을 정설로 확정짓기 위한 목적으로 지난 7월 연구원을 법인체로 설립하게 됐다고 한다. 

박태신 원장은 젊었을 때 역사에 무관심한 채 사업에만 전념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선친이 돌아가시기 전 마지막 10년 동안 병수발을 하면서 아버지가 연구하던 향토사에 심취하게 됐다. 결국 아버지의 유업을 이어받은 그는 그 동안 사비를 들여 연구활동을 해왔다. 그러나 한계를 느껴 법인 등기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관의 지원을 기대하고 있지만 그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홍성군에서는 홍주향토문화연구회를 집중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홍성군에서 주류성과 관련해 연구를 하는 단체로는 박성흥 설의 내포지방고대문화연구원과 이재준 박사를 지지하는 홍주향토문화연구회, 또 개인으로는 이강우 재경향토사학자 등 총 세 갈래로 나눠져 있다. 모두 주류성을 장곡산성이라고 보는 시각은 일치하지만 그 밖의 백촌강(백강), 피성, 기벌포 등 고대 지명의 위치 선정이나 나당연합군과 백제를 지원한 일본군의 병력 이동 동선에 대해서는 크게 이견을 보이고 있다. 지난 10~11월 이들 3개 단체와 개인이 한 지역에서 각기 따로 백제부흥운동과 주류성을 주제로 학술세미나를 개최하면서 정통성을 주장했다.

내포지방고대문화연구원이 주최한 학술세미나에서 토론하는 박태신 원장.
내포지방고대문화연구원이 주최한 학술세미나에서 토론하는 박태신 원장.

박 원장은 한 지역에서 하나가 되어 한 목소리를 내야 하는데 각기 분열된 모습으로 각개전투를 해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개탄했다. 

“지금 전북 부안군에서는 위금암산성을 주류성으로 확정짓기 위한 활동이 매우 활발합니다. 지난해는 서울에서도 학술세미나를 갖고 학계의 분위기를 그쪽으로 몰고 가고 있어요. 그런데 우리는 같은 지역에서 제각각 다른 주장을 하면서 의견을 모으지 못하고 있으니 안타깝습니다. 세 사람이 모두 같이 모여 난상토론하는 자리라도 가져 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제각기 나름대로 고문헌과 국내외 자료를 뒤지고 답사도 하면서 연구한 학문적 성과라 어느 누구도 양보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박태신 원장도 마찬가지다. 그가 선친의 연구성과를 강력하게 지지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를 들어보자.

“백제부흥전쟁사를 연구하기 위해서는 구당서, 신당서, 자치통감, 일본서기, 삼국사기, 삼국유사 등 이 6개서를 꼭 읽어봐야 합니다. 그 이상의 책은 없습니다. 이들 문헌에 나오는 내용을 얼마만큼 충실하게 접근해서 고증하느냐? 그게 관건입니다.”

박 원장은 선친이 이들 문헌을 교과서로 삼고 60년대 말부터 40년간 고대사를 연구하고 답사하며 입증한 성과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지난 10월 17일 충남도의회 소회의실에서 가진 학술세미나에서 주제발표자와 패널들이 참여한 가운데 토론하고 있다.
지난 10월 17일 충남도의회 소회의실에서 가진 학술세미나에서 주제발표자와 패널들이 참여한 가운데 토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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