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석범 본부장, “민주당에 온건한 진보주의자도 많더라”
오석범 본부장, “민주당에 온건한 진보주의자도 많더라”
  • 허성수 기자
  • 승인 2019.12.23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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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주지명되찾기범군민운동 불씨 살려 계속해 나가겠다는 뜻 밝혀 
오석범 홍주지명되찾기범군민운동본부장은 지명 변경이 이뤄질 때까지 다시 불씨를 살려 계속 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가 요즘 사무실이 있는 동진아파트 맞은 편 정자에서.
오석범 홍주지명되찾기범군민운동본부장은 지명 변경이 이뤄질 때까지 다시 불씨를 살려 계속 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가 요즘 사무실이 있는 동진아파트 맞은 편 정자에서.

홍성은 먼 옛날 홍주로 유명했던 유서 깊은 고을이다. 정확한 유래는 알 수 없지만 삼국시대에 운주로 불리었다가 고려시대 1018년(현종 9년) 군현제를 정비하는 과정에서 홍주라는 이름을 얻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1371년(공민왕 20년) 목(牧)으로 승격돼 목사(牧使)가 다스렸는데 조선시대에도 그대로 이어져 오다가 1895년(고종 32년) 홍주부(府)로 개편돼 22개군을 관할했다. 다시 1년 후 1896년 8월 부를 폐지하고 13도체제로 바뀌면서 홍주부는 공주부와 함께 군 행정단위로 격하됐다. 충청남도는 홍주군과 공주군을 포함해 모두 37개 군을 관할하게 되었다. 1914년 3월 1일 일제강점기 홍주군은 결성군과 통폐합이 이뤄지면서 홍성군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총독부가 홍주와 결성에서 각기 한 글자를 따서 홍성으로 개칭한 것이다. 

이처럼 홍주는 내포지방의 행정 중심지로서 위상이 높았던 고을이었다. 그래서 홍성군민들은 과거 홍주시대의 영화가 못내 그립기만 하다. 고대 문헌이나 유적의 기록으로 남아 있는 홍주를 이 지역주민들은 지금도 홍성보다 더 즐겨 쓰고 있다. 이 같은 군민들의 염원을 등에 업고 홍성지역 지도자들이 홍주를 되찾기 위해 일어난 것이 불과 5년 전의 일이었다. 2014년 일제에 의해 홍주가 폐기된지 100년만에 ‘홍주지명되찾기범군민운동’ 준비위원회를 발족하고 2015년 2월 공식적으로 출범했다. 당시 이 일을 주도하며 앞장선 인물은 오석범 전 군의원이었다. 

오석범 전 군의원은 본부장을 맡았고, 명예회장으로 조부영 전 국회 부의장을 모셨다. 고문으로 이상선·이종근 전 홍성군수을 비롯해 21명의 원로들을 위촉했다. 그리고 지역의 주요 단체·기관 대표들을 자문위원과 운영위원으로 위촉하고 협력을 이끌어냈다. 홍주 1000년 역사의 지역 정체성을 찾는 일이어서 누구도 반대하는 사람이 없었다. 오 본부장은 자신의 사업도 제쳐놓고 불철주야 뛰면서 지명 되찾기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홍보를 했다. 

“고려시대 운주에서 바뀐 홍주는 고종 32년(1895년) 평택에서 서천까지 22개 군현을 관할하던 충남 서부지역의 중심이었습니다. 하지만 1914년 일제 강점기 행정구역 개편으로 홍주가 홍성으로 바뀌었습니다. 900년간 불려왔던 홍주가 일제강점기에도 잊혀지지 않고 기관·단체, 사업체 등의 명칭으로 사용돼 오고 있는 것은 충절의 고장 홍주인의 긍지이자 자긍심이 아닐 수 없습니다. 김좌진 장군부터 900의총에 잠든 무명의 의병들까지 민족과 나라를 위해 일제와 싸우다 목숨 바친 수많은 선열들에게 일제가 변경한 홍성을 아직까지 사용하고 있다는 것은 부끄럽고 통탄할 일입니다.”

2015년 8월 홍주지명되찾기범군민운동본부 현판식을 하면서 오석범 본부장(오른쪽에서 세번째).
2015년 8월 홍주지명되찾기범군민운동본부 현판식을 하면서 오석범 본부장(오른쪽에서 세번째).

오석범 본부장이 홍주 지명의 당위성에 대해 설명하는 말이다. 홍주 지명 되찾기를 위한 가두서명을 받기도 했는데 수많은 주민들이 동참했다. 

2018년 홍주천년을 맞이했다. 그해는 지방선거가 있었던 해로서 오 본부장은 3선 지방의정활동을 한 경험과 홍주지명 되찾기 운동을 벌이면서 발휘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홍성군수에 도전했다. 그러나 당시 그가 속했던 자유한국당 내 경선에서 낙마하고 말았다. 오 후보는 승복했지만 새로운 인물을 통해 지역에 새 바람을 일으켜야 할 시대의 요구를 거부하는 한국당에 실망한 나머지 주저 없이 결별을 선언했다. 

그는 바로 뛰쳐나가 더불어민주당 입당과 동시에 양승조 충남도지사 후보의 선거를 도왔다. 과거의 계급장을 모두 떼어놓고 한때 적이었던 당의 평당원으로서 백의종군을 했다. 민주당은 2018년 지방선거에서 보수의 텃밭인 홍성에서 대승을 거뒀다. 물론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반사이익을 얻은 점도 있었지만 오 본부장이 당을 갈아타면서 끌어온 표도 한몫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오 본부장이 3선 군의원으로서 자신의 선거뿐만 아니라 새누리당 시절 김석환 홍성군수후보선거대책위원장, 홍문표 국회의원후보선거대책위원장,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통령후보 홍성군선거총괄대책본부장과 제19대 대통령 충남도당선거대책 부본부장 등을 두루 맡으며 당선에 기여하거나 높은 득표율을 이끌어낸 것만 봐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일이었다. 

“저는 과거 뼛속까지 보수였습니다. 민주당이 극좌도 있지만 대부분 온건한 진보주의자들입니다. 민주당을 빨갱이라고 욕하는 친구들에게 저는 ‘이 오석범이도 빨갱이로 보이느냐?’고 반문하면 대답을 못 합니다.”

홍주종합운동장에서 체육행사 때 가두서명을 받고 있는 오석범 본부장(맨 왼쪽).
홍주종합운동장에서 체육행사 때 가두서명을 받고 있는 오석범 본부장(맨 왼쪽).

오랫동안 보수정당에 몸 담았던 사람으로서 진보정당에 가서 적응하는 것이 어렵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 그의 대답이다.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가치가 조금 다를 뿐인데 다소 진보적이라고 과거 반공주의 사상에 길들여진 흑백논리로 재단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하는 오 본부장은 내년 4월 제21대 총선에 대해서도 새 바람 새 인물을 강조했다. 특정 정당이 독식하는 자리로 계속 가서는 안 된다는 뜻이었다. 

“홍성에 새 바람이 불어야 하고 새 정치를 해야 됩니다. 여야 모두 정치를 바꿔야 합니다. 새사람이 들어가서 일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홍성군은 2018년 지방선거가 끝나고 민선 7기를 시작하면서 홍주천년을 기념하기 위해 대대적인 행사를 벌였다. 뿐만 아니라 기념탑도 세웠다. 그러나 아직 홍주는 공식적인 행정지명으로 부활하지 못한 상태다. 

“여태 지역을 위해 일해 온 사람으로서 홍주 지명을 찾을 때까지 범군민운동을 할 겁니다.”

최근 2년 동안 조용히 지내면서 홍주지명찾기 운동도 침체에 빠진 듯 했지만 오석범 본부장은 다시 불씨를 살리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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