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에서 세계 최연소 총리가 배출됐다. 지난해 12월 3일 핀란드 역사상 가장 나이가 어린 34살의 여성 산나 마린(Sanna Marin)이 국가 최고 지도자로 등극했다. 그녀와 함께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5개 정당의 지도자가 모두 여성인데 그 중 4명이 35세 이하다.
마린은 매우 어렸을 때 부모가 이혼을 해 어머니 슬하에서 자랐다. 어머니는 동성애자로 그녀의 파트너와 함께 양육을 받고 자라면서 마린은 장차 총리가 될 거라고는 꿈도 꾼 적이 없었다고 한다. 그녀는 가족들 가운데 처음으로 대학에 들어갔는데 대학시절 정치에 대해 눈을 떴다. 그녀는 타임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제가 자라온 환경이 사회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고, 사람들 사이에 평등의 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영향을 끼쳤어요. 장년세대는 미래의 큰 문제를 푸는데 관심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행동할 수 있어요. 그것이 다른 누군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녀가 공식적으로 정치권에 받을 들여놓은 것은 2012년이다. 그해 핀란드 제3의 도시 탐페레에서 시의원에 당선됐다. 3년 후엔 국회의원에 당선됐고, 2019년 4월 총선에서 앤티 린네가 이끄는 중도좌파 사회민주당이 승리하자 그녀는 교통부장관으로 임명됐다. 지난해 12월 2주간에 걸친 우체국 총파업이 다른 산업분야로 확대되자 린네 총리가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한 정당의 지지를 잃으면서 사퇴하고 말았다. 그러자 사회민주당은 산나를 당대표로 선출했다.
동시에 마린은 정부 최고 지도자 자리에 올랐다. 지금 내각을 구성하는 국무위원 19명 중 12명이 여성들로 채워진 점도 눈길을 끈다. 핀란드는 그 전에도 이미 두 번이나 여성총리를 세운 적이 있다. 마린은 핀란드가 남녀평등권을 오래 전부터 제도화해 왔고, 모든 여성들에게 선거권을 준 유럽 최초의 국가라며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라는 태도다.
그렇다고 핀란드에서 남녀평등권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도 아니어서 그녀가 풀어야 할 숙제가 남아 있다. 남성들이 1유로를 번다면 여성들은 0.83유로를 벌어 임금의 격차를 줄이는 것과 남성들을 설득해 남녀 공정하게 육아휴가를 갖도록 하는 것이다. 그녀는 총리가 되기 전에 주 4일 하루 6시간 노동을 하는 국가로 만들어 국민들이 가족을 위해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고 주장한 적도 있다.
기후변화 역시 그녀가 추진하는 핵심 아젠더 중 하나다. 산나 마린 정부는 2035년까지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나라로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만약 이것이 성공하면 핀란드는 탄소가스 배출 0를 실현하는 세계 첫 번째 국가가 될 것이다. 그녀는 대중교통을 우선시 하되 재생 가능한 연료와 신기술 개발에 보조금 지원 등의 정책을 혼용해 2030년까지 차량에서 발생하는 배기가스를 50%로 감축시키겠다고 말했다.
"그것은 핀란드에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저는 기후변화를 위해 투쟁하는 것이 더 높은 비용이 요구되거나 미래가 더 어려워진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녀는 자신에 대해 매우 실용주의적인 이상주의자라고 고백한다. 서로 의견이 엇갈려 불화가 있을 때는 단순한 말과 큰소리로 교통정리를 한다. 그러나 열을 올리기 보다는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을 자신의 역할로 여긴다. 이것은 핀란드 국민들에게 몸에 밴 습관이기도 하다. 그녀는 매 주말 집으로 돌아가 남편과 어린 딸과 함께 지낸다.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야채가게에 장을 보러가기도 한다.
"간혹 저에게 다가와서 '총리님을 만나 너무 기뻐요'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어요. 하지만 그것뿐이에요. 저도 보통 사람이니까."
마린은 여성들로만 이뤄진 행정부가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장소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 다섯 명의 여성들이 사우나를 같이 하면서 정책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