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의 혹세무민 
신천지의 혹세무민 
  • 허성수 기자
  • 승인 2020.02.25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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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성 수내포뉴스 취재국장
허 성 수
내포뉴스 취재국장

언론인으로서 자신이 가진 종교를 말하는 것이 조심스러울 때가 있다. 그것은 독자들로부터 종교 편향적이라는 평가를 듣지나 않을까 하는 조바심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일반적인 사안이나 사건을 다룰 때는 별 문제가 되지 않지만 종교와 관련된 사건을 쓸 때는 그런 오해를 받기 쉽다. 

그렇지만 언론인이 건전한 종교를 믿고 개인적으로 신앙생활을 하는 것은 전혀 탓할 일이 아니다. 다만 종교적인 사안이나 사건을 다룰 때 너무 자신의 종교적 관점에 치우치지 않고 철저히 중립적인 입장에서 취재하고 사실에 근거해 기사를 쓰면 된다. 자신이 믿는 종교든 안 믿는 종교든 시시비비를 가려 독자들에게 올바로 판단할 근거를 제공한다면 그 기자가 특정 종교인이라고 비난받아야 할 일이 아니다. 

종교에 대해 밝히기를 꺼리는 것은 언론인에게만 해당되는 일은 아니다. 자신의 종교에 대해 아주 자랑스럽게 밝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잘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쓰는 사람도 있다. 그 이유가 앞서 말한 언론인의 경우가 다른 사람에게도 적용된다. 종교를 밝히면 사업상 어렵다는 것이 이유가 되는 것이다. 

또 종교생활을 하기는 하는데 신실하게 살아가지 못하는 모습이 부끄러워 정체성을 밝히지 못하는 사람도 많지 않을까? 종교적인 정체성을 밝히고 나면 한 마디로 불편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이 글을 쓰는 기자부터 종교를 밝히고 넘어가야겠다. 기자는 기독교인이다. 방금 종교적인 정체성을 밝히면 불편해질 수도 있다고 했는데, 기독교를 예로 들어 보겠다. 평소 술과 담배를 자유롭게 하고 육두문자로 말도 함부로 하는 사람이 어느 날 기독교인으로 밝혀진다면 본인은 물론이고 다른 사람에게도 매우 충격을 주게 될 것이다. 

그러나 기자는 건전한 종교인이라면 굳이 숨길 일이 아니라 제대로 밝힐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래야 자신의 종교가 가르치는 대로 신실하게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게 되고 숱한 죄의 유혹에서도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종교와 무관한 사람처럼 보이게 되면 아무래도 잘못된 길로 빠져들기가 쉽지 않을까. 

그런데 불건전한 종교를 가진 사람은 자신의 정체성을 밝히지 못한다. 지금 코로나바이러스를 퍼뜨려 큰 문제가 되고 있는 신천지는 불건전한 사이비종교다. ‘신천지예수교’라고 하면서 기독교처럼 보이려고 하지만 ‘이만희교’라고 해야 옳다. 이만희라는 사람이 자신을 재림 예수로 자처하면서 1984년에 만든 신흥종교로 지금 신도 20만 명으로 급성장했다고 한다. 

신천지의 포교전략은 주로 건전한 개신교 신자들을 타깃으로 삼아 일반 교회로 침투하는 방식이다. 교회에 새 신자로 위장해서 들어가는데 낯선 사람도 적극 환영하기 때문에 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추수꾼’이라고도 하는 이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숨긴 채 신실한 모습을 보이면 교회에서는 직분도 주고 봉사도 하게 한다. 교회에서 전혀 의심할 수 없는 공동체의 일원으로 녹아드는 체 하면서 틈을 봐가며 교인들을 포섭하기 시작한다. 특히 기성 교회에 대해 불만이 있거나 문제가 있는 교인들은 포섭 1순위다.

같이 성경공부를 하자고 교회 밖으로 꾀어내 자신들이 포교활동을 위해 만들어놓은 지역의 ‘복음방’에 데려간다. 거기서 기존 교회에서 들어왔던 것과는 전혀 다른 교리를 들려주며 세뇌를 시킨다. 성경을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는데 요한계시록에 나타나는 ‘새 하늘과 새 땅’을 특히 강조하면서 ‘하나님이 보낸 대언자’를 통해 이미 이뤄진 ‘신천지’를 설명한다. 그것이 강력한 마법으로 작용해 기성 교회 신자들조차 뒤집어놓는 모양이다. 

신천지에서는 사망이나 질병, 눈물이 없다고 믿는다. 그래서 사회나 가정생활에 지친 사람들, 심지어 기성 교회에서 문제가 생겨 신앙생활에 회의를 느끼는 성도들이 잘 넘어간다고 한다. 가정도 직장도 팽개치고 아예 집단종교활동에만 빠져든 가족을 구해내려고 애쓰는 사람도 많지만 빼내기도 빠져 나오기도 쉽지 않다.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장 진용식 목사는 최근 대구 신천지교회의 코로나 집단발병 사태에 대해 국민일보에 기고한 글에서 “코로나19가 신천지 신도들에게 대거 전염되는 것으로 보아 신천지는 새 하늘 새 땅이 아니다. 이 사기 집단을 신천지라 가르치고 여기에 들어오면 육체영생한다는 것은 종교사기임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신천지 신자들이 처음 병이 든 기미가 있었을 때 서둘러 치료를 받았어야 하는데 질병을 인정하지 않는 교리의 특성상 밀폐된 실내에서 대규모 집회를 계속하며 치유의 기적을 믿다가 최근 대구에서 지역사회와 국가적인 대재앙을 불러 일으켰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진용식 목사는 이번 코로나19 발병 사태에 대해 이만희의 종교 사기극이라고 규정한 것이다. 

요즘은 개신교가 신천지에 대해 성도들에게 각별히 교육을 시키는 데다 이단종교상담소도 많아 잘 속아 넘어가지 않는다. 개신교 예배당 입구에 신천지 출입을 금지하는 스티커를 붙이는 등 경계하는 분위기가 고조되자 성경이나 교리교육이 비교적 취약한 가톨릭교회가 집중적인 포교대상이 되고 있다. 그래서 가톨릭교인 중 20~30%나 신천지로 넘어갔다고 보고 있는 한국천주교도 비상이 걸렸다.

이번 기회에 사회악이 되고 있는 사이비 종교는 정리가 되길 바라지만 종교의 자유를 허락하는 나라에서 정부나 권력이 강제적으로 할 수 없는 일이다. 다만 신천지는 질병도 없고 사망도 눈물도 없다는 교리가 거짓이고 허구였음을 솔직히 고백하고 탈퇴하기를 원하는 신자들을 이번 기회에 놓아 주어야 한다.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는 교주가 공식적으로 얼굴을 내밀지 않아 많은 억측이 난무하고 있다. 신천지 측은 부인하고 있지만 교주의 코로나 감염설이 꾸준히 제기되기도 한다. 만일 그런 모습을 대중에게 보인다면 자신을 신격화한 교리를 부정하는 셈이니 이래저래 딜레마에 빠졌다. 도대체 언제까지 숨어서 마귀의 장난이 멈추기를 기다릴 작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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