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코로나19 제로가 될 그날은 온다
[시론] 코로나19 제로가 될 그날은 온다
  • 허성수 기자
  • 승인 2020.03.19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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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성 수
내포뉴스 취재국장

그 동안 코로나바이러스19로부터 안전지대였던 홍성에 17일 첫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지역주민들은 공포에 휩싸였다. 

더욱이 확진자로 판명된 60대 부부 두 사람이 내포신도시 거주자여서 이웃하고 있는 예산군민들까지 불안에 떨고 있다. 이들 부부가 해외여행을 마치고 지난 3월 2일 밤 홍성에 돌아와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17일까지 공개된 동선을 따라가보면 홍성과 예산지역을 두루 다녔다. 특히 ‘홍성2번 확진자’인 부인의 경우 잦은 외출을 했으나 ‘홍성1번 확진자’인 남편은 거의 집안에서만 지내 외부 접촉자가 거의 없다고 했다.  

홍성2번 확진자가 지난 15일간 지역에 다니면서 동선이 겹쳤거나 아니면 그녀와 스치면서 전염된 사람들이 사방팔방 다니며 코로나균을 계속 퍼뜨리고 있을지도 몰라 지역주민들은 극도로 불안해 하고 있다. 이러한 위기의식이 결코 과민반응이라고만 볼 수도 없다. 앞서 대구에서 최초로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은 신천지 신도 ‘31번 확진자’가 감염 초기부터 매일 시내를 활보하고 다니면서 대량 확산시키는 슈퍼 전파자 역할을 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그녀 때문에 250만 인구의 대도시 대구가 수천 명의 집단감염으로 번져 아노미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이 같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예상하는 군민들은 외출을 더욱 자제하며 사람 만나는 것을 서로 꺼리고 있다. 서로 의심하면서 서로 피하려고 애쓴다. 아무래도 사람을 상대해서 장사하는 상인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내포신도시는 물론이고 홍성읍내 식당들도 줄줄이 문을 닫고 있다. 

17일 홍성군에 첫 확진자 발생 소식이 전해진 후 점심시간 홍성전통시장 일대에 식당을 찾았지만 문을 열고 영업하는 곳은 드물었다. 겨우 문이 열려 있는 식당을 하나 발견하고 들어갔다. 12시 30분인데도 손님은 나 혼자뿐이었다. 식당 여사장은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홍성에 생긴 것을 걱정하면서 전날 16일 20일만에 폐쇄됐던 전통5일장 개장으로 기대했던 지역 경기회복이 물거품이 됐다고 허탈해 했다. 

18일 점심시간 내포신도시 중심상가에 있는 한 식당에서 손님을 만나기로 했지만 장사를 하지 않았다. 부득이 용봉산 아래 어느 식당으로 장소를 변경해 달려갔다. 다행히 영업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출입문 입구에는 21일부터 휴업을 한다고 쪽지를 붙여놓았다. 또 열이 있는 사람은 출입을 자제해 달라는 경고문도 붙어 있었다. 

이 식당 사장은 코로나19 감염자가 언제 나타나서 큰 문제를 일으킬지 몰라 당장이라도 문을 닫고 싶은데 찾아오는 손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장사를 한다며 사흘 후부터는 코로나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쉬겠다고 말했다. 식당 안에는 손님이 제법 차 있었다. 아마도 미련 없이 일찍 휴업을 한 식당이 많아서인지 영업을 계속하는 식당을 찾아 사람들이 몰린 것 같았다.

식당도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곳이다 보니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의 온상이 될 수도 있어 고객 입장에서도 경계의 대상이다. 전국시니어노동조합 충남지역본부 박현조 위원장은 코로나19에 가장 취약한 60~70대 노조원들에게 식당 이용을 자제하고 가급적이면 도시락을 싸와 점심을 해결할 것을 권했다. 

홍성읍에서 건축업을 하는 70대 B씨는 만약 확진자와 접촉했을 경우 음성 판정이 나더라도 2주간 격리돼 있어야 하는데 그 기간 동안 아무 활동도 하지 못하고 어떻게 견뎌야 하느냐며 지레 몸서리를 쳤다. 

이러한 홍성지역 분위기를 전하면서 대구에 있는 여동생에게 전화를 했더니 수천 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그곳의 형편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겠느냐고 되묻는다. 동생은 대구혁신도시에서 장사를 하는데 대구 신천지교회 코로나 집단감염 사태가 처음 터진 이후 지난 한 달 동안 손님의 발길은 뚝 끊기고 집에서 TV 뉴스만 보고 있다고 했다. 사람 만나는 것이 두려워 외출도 자제하고 거의 자가격리된 상태로 한 달 동안 지내다보니 우울증에 걸릴 것 같다는 말도 했다. 

그 동안에도 가끔 전화를 하면서 그곳 분위기를 물어보면 전쟁터 같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동생은 전쟁을 겪어본 적이 없지만 매일 TV나 신문 등 매스컴에서 보도되는 그곳의 모습을 보니 적절한 비유가 아닐 수 없었다. 그런 난리 속에서도 건물주들이 임차인들에게 월세를 절반으로 깎아주거나 아예 한 달간 안 받기로 하는가 하면 전국에서 의료인들이 달려와 두꺼운 방호복을 입고 의료봉사를 하는 모습이라든지, 그런 분들을 위해 기꺼이 무료로 숙소를 제공하는 숙박업소 사장도 있다는 등의 미담을 들을 때는 흐뭇하기도 했다. 

외국의 언론도 앞다퉈 대구의 모습을 현장 취재하면서 대재앙 속에서 사재기하는 모습도 볼 수 없고 시민들이 불안해 하면서도 의연하게 대처하는데 대해 극찬을 했다. 대구는 내가 청춘시절 자라며 공부했던 곳이어서 고향이나 다름없다. 1980년대 말에 떠났는데 40년 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가끔 TV 화면이나 인터넷을 통해 보면서 향수병을 앓기도 한다. 늘 가봐야겠다는 마음뿐인데 올해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제로가 되는 날이 오면 대구 여행을 해야겠다. 

홍성에도 봄은 왔다. 2명의 확진자가 어서 완치되고 더 이상 확산되는 일 없이 코로나19 제로가 되는 최선의 시나리오로 마침표를 찍고 계절의 여왕 봄이 만개하기를 기도드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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