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보였었는데, 코로나19가…”
“뭔가 보였었는데, 코로나19가…”
  • 노진호 기자
  • 승인 2020.04.18 15: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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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홍성 은하면 대생화훼농원 안대윤 대표
2012년에 내려와 투자 또 투자
상품성 인정… 서울 등에 납품
코로나19 여파로 매출 40% 뚝
입소문 나며 농원 찾는 사람 ↑
대생화훼농원 안대윤 대표가 농원 내 냉장시설에서 출하를 앞둔 꽃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 노진호 기자
대생화훼농원 안대윤 대표가 농원 내 냉장시설에서 출하를 앞둔 꽃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 노진호 기자

홍성군 은하면(은하로 391번길)에 있는 대생화훼농원을 찾은 건 봄기운이 완연한 4월의 셋째 금요일(17일)이었다.

내포신도시(내포뉴스 사무실)에서 자동차로 30분쯤 달리니 딱 봐도 꽤 규모가 큰 ‘농원’이 나타났다.

대생화훼농원의 첫 인상은 분주함이었다. 농원 안쪽 작업장 문을 열고 들어가니 어르신 세 분이 둘러앉아 꽃을 손질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탁자 위에 놓인 꽃은 그저 아름다웠지만, 그곳 사람들의 표정은 왠지 그리 밝아 보이지만은 않았다.

잠시 후 마주앉은 안대윤 대표는 최근 상황을 묻는 질문에 한숨부터 내쉬었다.

안 대표는 “원래 경제 자체가 좋지 않았는데 코로나19까지 덮쳤다”며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매출이 40% 정도는 감소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조금 나아지는 기미는 있지만 아직 멀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린 주로 서울(양재동 aT화훼사업센터)에 납품을 하고 거기서 소진이 되지 않으면 부산이나 광주 등으로 가져갔다”며 “요즘에는 꽃 소비가 줄어 경매시장에서 다 못 파는 일마저 생겼다”고 설명했다.

사실 안대윤 대표는 화훼분야 ‘전문가’다. 지금은 아들이 대신하고 있지만 서울에서 관련 유통업만 40여년을 했다.

안 대표가 이곳에 내려온 것은 2012년 5월의 일이다. 지금은 온실만 1만1000평, 노지(露地)만 2800평에 달하는 대규모 농원이지만, 그만큼 고생도 많았다.

안 대표는 “여기 내려올 때가 내가 일흔둘 때였다. 대부분 사람들이 힘들 것이라고 했지만 정말 악착같이 했다”며 “당초 계획했던 관광농원도 틀어지고 사기도 당하고 그간의 일을 다 말하려면 끝도 없다”고 전했다.

이어 “이곳을 더 개발해 민물낚시도 할 수 있게 하고 산에서는 나물도 따게 하고 방갈로도 만들려고 했는데 아쉽게 됐다”고 부연했다.

지금 대생화훼농원이 있는 곳은 이전에는 토마토 수출농장이었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시설 투자에 더 많은 돈이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안 대표는 “처음 농원을 시작하고 2년 정도 지나니 수익이 생기기 시작했다”며 “꽃 팔고 남은 돈은 거의 다 시설에 재투자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설비만 수억원이 들었고 어느 정도는 다 됐다. 이제 뭔가 보이려던 참에 코로나19가 터진 것”이라며 “요즘에는 이걸(화훼) 계속해도 되나 싶다”고 털어놨다.

코로나19라는 뜻하지 않은 변수로 걱정은 컸지만, 그렇다고 그저 막막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안대윤 대표의 꽃은 그 상품성을 인정받고 있으며, 최근에는 농원으로 직접 찾아와 꽃을 사거나 온실을 구경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고 한다.

대생화훼농원이 일반에 알려진 데에는 홍성군의 노력도 있었다고 한다. 안 대표는 “꽃 팔아주기 운동 등으로 도움도 주고 어디에 글을 올리셨는지 그것을 보고 찾아오는 분들도 많다”며 “특히 이승복 과장(홍성군농기센터 친환경기술과장)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지역에서 꽃을 파는 분들에게 미안하기도 해서 직접 판매는 하지 않으려 했는데 그렇다고 여기까지 찾아오신 분들을 그냥 돌려보낼 수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안 대표는 “꼭 우리뿐만이 아니라 화훼농가에서 직매는 소비자와 농가에 모두 좋은 일”이라며 “활성화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농원에 오시는 분들도 그저 꽃만 사가는 것이 아니라 직접 다양한 꽃을 보고 사진도 찍고 하며 추억을 만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생화훼농원의 첫 인상은 분주함이었고, 곧바로 안타까움이 전해졌지만 떠나오면서 느낀 것은 희망이었다. 안대윤 대표는 이 분야 베테랑인 만큼 다 ‘계획’이 있어 보였다.

프리지아 출하 작업을 마무리 중이고, 5월에는 달리아와 과꽃, 리시안시스 등을 내보낼 예정이라는 안 대표는 “코로나19로 어려움도 있고 그에 따른 고민도 생긴 건 사실이지만 여전히 부지런한 사람은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끝으로 그는 “요즘 힘들지만 그래도 화훼는 수익성이 괜찮은 농업”이라며 “앞으로 군에서도 더 도와주기로 했으니 믿고 열심히 해 볼 생각”이라고 전했다.

대생화훼농원 안대윤 대표가 프리지아 온실에서 출하 계획을 말해주고 있다. 사진= 노진호 기자
대생화훼농원 안대윤 대표가 프리지아 온실에서 출하 계획을 말해주고 있다. 사진= 노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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