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음식, 새로운 문화… “와우네의 꿈 지켜봐 주세요”
착한 음식, 새로운 문화… “와우네의 꿈 지켜봐 주세요”
  • 노진호 기자
  • 승인 2020.04.22 1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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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와우네 박태하 대표·이채원 기획팀장
지난해 9월 아침밥 배송으로 시작
유기농 샐러드 도시락 4월 런칭
코로나19로 휘청… 별도 알바까지
“홍성 유기농 알리는 맛집 되고파”
홍성을 대표하는 유기농 샐러드 맛집을 키워가고 있는 ‘와우네’ 박태하 대표(왼쪽)와 이채원 기획팀장. 사진= 노진호 기자
홍성을 대표하는 유기농 샐러드 맛집을 키워가고 있는 ‘와우네’ 박태하 대표(왼쪽)와 이채원 기획팀장. 사진= 노진호 기자

만물(萬物)이 푸른 봄철, 10대 후반에서 20대에 걸치는 인생의 젊은 나이 또는 그 시절. 바로 ‘청춘(靑春)’이다.

먹고살기가 힘들고 사회가 팍팍해진 것 같아도, 코로나19로 온 세상이 멈춰선 듯 보여도, 우리 청춘들은 자라고 있다. 단지 아직 그 꽃망울이 터지지 않았을 뿐 그들은 성장하고 또 꿈꾸고 있다.

혜전대학교 정문 앞 한 귀퉁이에도 청춘들이 꿈을 키우고 있는 곳이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청운대학교 재학·졸업생이 만든 유기농 샐러드 업체 ‘와우네(WOWNAE·홍성군 홍성읍 대학길 23 1층)’이다.

와우네 박태하 대표(25)는 청운대 호텔조리식당경영학과 3학년 재학 중이며, 이채원 기획팀장(24)은 올해 같은 대학 공연기획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이들은 대학에서 서로 알고 지낸 후부터 ‘창업’에 대한 다양한 구상을 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박 대표가 정부의 청년 창업 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돼 1500만원을 지원받았고, 그 돈으로 ‘와우네’의 터를 잡았다.

박 대표는 “사실 처음에는 그저 좋은 프로그램인 것 같다는 생각에 경험 삼아 지원했는데 판이 커졌다”라며 겸연쩍어했다.

와우네의 시작은 지금과는 조금 달랐다. 박 대표와 이 팀장은 지난해 9월 아침밥 배송업체로 와우네의 문을 열었다. 덮밥이나 샌드위치, 죽 등 메뉴를 달리하며 지난 학기 종강 전(12월)까지 아침밥을 배송했다.

이 팀장은 “대학생들은 아침·점심을 거르기 일쑤이고 해가 진 후 갖는 술자리가 그날의 첫 끼가 되기도 한다”며 “아침밥을 먹는 문화를 만들고 싶었고, 되도록 좋은 음식을 먹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간이 지나면서 메뉴 개발 등 실무상의 한계를 느끼기도 했고, 대학생들이 샐러드 같은 ‘가벼운 음식’을 더 선호한다는 판단도 있었다”고 ‘업종 변경’ 이유를 설명했다.

현재 와우네는 20여 가지의 샐러드와 15가지 정도의 드레싱을 기반으로 운영 중이다. 샐러드 전 메뉴는 5000원(단품)이며, 3개 이상 주문하거나 주 3회 이상 정기배송을 하면 개당 500원이 할인된다. 또 학생은 개당 500원이 할인되고, 특히 청운대 학생들은 1000원을 깎아 준다.

박 대표와 이 팀장은 직접 발품을 팔아 좋은 음식 재료를 찾고 있다. 현재 기본 채소는 장곡에 있는 ‘젊은협업농장’에서 오고, 재료에 따라 ‘홍성유기농’을 이용하기도 한다.

와우네는 여러 샐러드 항시 준비해놓고 판매하는 방식이 아니라 매주 요일별 메뉴를 올리면 주문하는 방식이다. 실례로 이번 주의 메뉴는 20일 포두부 파스타, 21일 훈제오리 감자무스, 22일 비프 타코, 23일 꽃맛살 메추리알, 24일 구운 버섯 옥수수이다.

와우네의 샐러드를 맛보고 싶은 분은 카카오톡에서 ‘썬업 밀(sunup meal)’을 검색하면 메뉴 확인과 주문을 할 수 있다. (그렇게 크진 않지만) 와우네 홀에서도 식사할 수 있다.

이 팀장은 “재료를 직접 수급하기 때문에 매우 신선하다”며 “우리와 소비자가 모두 만족하는 좋은 먹을거리를 만들고 싶다”고 전했다.

와우네는 팝업(Pop-Up) 레스토랑도 운영하고 있다. 찾는 이가 있을 때만 열리는 원테이블 식당으로 1인당 3만원을 내면 제철 식품들로 구성된 코스요리를 맛볼 수 있다. 식전 빵부터 후식까지 8가지 요리가 나온다고 한다.

또 빔프로젝터도 이용할 수 있어 각종 동호회나 회사 모임을 하기에도 좋고, 친구들이나 가족끼리 와서 영화를 보며 오붓하고 편안한 식사를 할 수도 있다.

팝업 레스토랑 이용 가능 인원은 최소 5명에서 최대 12명이며, 3일 전에는 예약을 해야 한다.

이 팀장은 “팝업 레스토랑을 운영키로 한 후 가격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며 “지금도 저렴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좋은 재료를 쓰고 싶다는 욕심이 있어 값을 더 내리기는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곳이 지역의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며 “대학 때부터 문화 기획에 관심이 많았는데 지금 와우네에서 ‘새로운 식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아침밥에서 유기농 샐러드로 변화를 선택한 후 발품을 팔고 공부를 하고 구슬땀을 흘리며 3월 런칭을 준비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와우네도 피해가지는 않았다. 주 대상층인 대학생들의 개강이 연기돼 미루고 미루다 4월부터 운영을 시작했다. 시작은 했지만, 현재는 유지 자체가 힘든 상황이라고 한다. 이 팀장은 와우네를 지키기 위해 SNS 관리업체에서 계약직 아르바이트까지 하고 있다.

박 대표는 “요즘은 수익이 거의 없다. 하루하루 버티고 있는 것”이라며 “집집이 전단이라도 돌려볼까 한다”고 털어놨다.

사실 와우네를 알게 된 것은 지난주(17일) 홍성의료원이었다. 박 대표와 이 팀장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기농 농가와 의료진을 돕는 방법을 찾다가 홍성의료원에 샐러드를 선물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이를 홍성YMCA에 제안했다. 이후 지역 개신교회 5곳이 동참해 마침내 이날 전달식이 열렸다.

와우네 박태하 대표(광양)와 이채원 팀장(군산)은 홍성이 고향은 아니지만, 지역사랑은 그 누구보다 컸다. 이번 전달식도 그 같은 마음에서 시작된 것이다.

박 대표는 “청운대에 입학하며 홍성과의 인연이 시작됐고 처음에는 그저 답답한 시골이란 생각이 들었다”면서도 “하지만 지금 내게 홍성은 자연과 함께하는 좋은 도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홍성은 유기농이 특화(2014년 전국 최초 유기농업특구 지정)된 곳”이라며 “홍성을 널리 알리는 데 유기농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우리가 그 다리 역할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 팀장은 “충남문화재단 등 외부강의도 열심히 듣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 무언가 새로운 문화를 홍성에서 시작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며 “유기농 샐러드나 제철 농산물을 활용한 코스요리가 다른 지역 사람들이 홍성을 찾는 이유 중 하나가 됐으면 좋겠다”는 다부진 각오를 전했다.

 

p.s: 와우네 취재를 하던 날 필자는 ‘간판은 분명히 확인했는데 입구가 보이지 않아’ 적잖이 당황했다. 혜전대 소유의 담장이 가게를 가리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필요한 담이겠지만, 열심히 뛰고 있는 청춘들을 막는 벽이 되진 않았으면 좋겠다.

와우네 이채원 팀장은 “담장 사이에 조그마한 통로라도 만들어주셨으면 좋겠다”고 조심스럽게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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