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다섯 명의 천사들… “여러분의 사랑이 필요합니다”
스물다섯 명의 천사들… “여러분의 사랑이 필요합니다”
  • 노진호 기자
  • 승인 2020.05.08 17: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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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사랑샘 이명순 원장
3월 1일 부임, 오자마자 코로나19 벽에…
어린이날 자체 행사… “잊을 수 없는 행복”
“아이들 치유하고 자립 돕는 게 내 역할”
후원계좌= 농협 447-01-076841(예금주 사랑샘), 문의= ☎041-641-2598
스물다섯 명의 천사 같은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사랑샘’ 이명순 원장. 사진= 노진호 기자
스물다섯 명의 천사 같은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사랑샘’ 이명순 원장. 사진= 노진호 기자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5월 5일)이 지났고, 어버이날(5월 8일)도 보냈다.

홍성군 광천읍에 스물다섯 명의 ‘천사 같은 아이들’을 키우는 어버이가 있다. 주인공은 바로 아동양육시설 ‘사랑샘’의 이명순 원장(57)이다.

사랑샘은 1952년 보령시 주산면에서 신강애육원으로 설립됐으며, 1959년 현 위치로 이전하며 사랑육아원으로 명칭이 변경됐다. 이후 2013년 ‘사랑샘’이라는 지금의 이름을 얻었다.

이명순 원장이 이곳으로 온 것은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다. 그는 대전에 있는 한 요양병원 간호팀장으로 있다 지난 3월 1일 사랑샘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나 이 원장과 사랑샘의 인연은 더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그는 5년 전 이곳 생활지도원으로 와 2년쯤 근무했다고 한다.

이 원장은 “간호사 일을 하다 사회복지에 대한 관심이 생겨 대학원에 가서 공부를 했어요. 이후 사회복지법인 간호사 등으로 근무하다 사랑샘과도 인연이 됐다”며 “이곳을 떠나 대전에서 일하던 중 원장 제안을 받게 됐다. 복귀 결정이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원장의 결심을 도운 것은 이곳에 대한 익숙함도 있었지만, 더 큰 이유는 ‘아이들’이었다.

그는 “사랑샘은 학대·방임 등 상처 받은 아이들이 오는 곳”이라며 “이들을 치유하고 자립을 돕는 게 저를 비롯한 이곳 직원들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현재 사랑샘에는 총 25명의 아이들이 있으며, 그 중 10명이 미취학아동이다. 이곳 아이들은 고교 졸업 후 대학에 가지 않으면 퇴소하게 되며, 대학에 진학하면 졸업 때까지 퇴소가 연기된다고 한다. 또 퇴소 후에도 5년 정도 자립을 지원한다.

예전에는 사랑샘에 직접 아이들이 맡겨지기도 했지만, 지금은 아동보호전문기관을 통해서만 이곳으로 아이들이 오게 돼 있다. 시설 운영은 정부 보조금과 후원금으로 충당된다.

이 원장은 “정부 보조는 아이들 식비 등 최소한의 운영비 정도이고, 굿네이버스와 월드비전 같은 곳에서도 후원을 해주고 있다”며 “지역사회의 후원과 자원봉사가 더 활성화 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이어 “여기 정원은 35명인데 요즘은 대부분 시설이 소규모화 되는 추세”라며 “예전에 아이들이 많을 때는 80명 정도까지 됐다고 한다”고 전했다.

아이들을 위해 더 좋은 시설을 만들겠다는 결심으로 이곳에 왔지만, 시작부터 생각하지도 못한 벽에 가로막혔다. 그 벽은 바로 코로나19였다.

이 원장은 “이곳에 오자마자 문을 닫게 된 셈이죠. 아무래도 집단생활을 하다 보니 일반 가정보다 여기 아이들이 훨씬 힘들었을 것”이라면서도 “간혹 치킨, 딸기, 마스크 등을 선물해주시는 분들이 있어 큰 힘이 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는 “솔직히 여기 와서 후원금이 너무 적어 당황했다”며 “2006년 리모델링 후 시설이 그대로이다. 도배, 장판도 다 새로 해야 하는데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사랑샘은 시설 후원과 1대 1 아동후원이 모두 가능하며, 후원과 자원봉사와 관련 문의는 ☎041-641-2598로 하면 된다. 사랑샘 후원계좌는 ‘농협 447-01-076841(예금주 사랑샘)’이며, 자원봉사는 원하는 날짜 1주일 전에 미리 연락을 해야 한다.

이 원장은 “1대 1 후원을 원하면 아이들 개인통장으로 직접 후원금을 보내주실 수도 있다. 개인통장에 모인 돈은 나중에 아이들이 자립할 때 쓰인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때문에 지금은 외부 자원봉사를 받지 않는다. 이후 정부와 홍성군 방침을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원장이 사랑샘에 온 것은 이제 두 달이 조금 더 지났지만, 행복한 추억은 벌써 한 가득이다. 그는 특히 어린이날 행사를 첫손에 꼽았다.

이 원장은 “코로나19로 어린이날 관련 행사가 모두 취소돼 이곳 정원에서 자체 행사를 열었다. 장기자랑, 보물찾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뷔페식으로 맛있는 음식도 차렸다”며 “아이들이 원하는 선물을 미리 조사해 전달했는데 그날의 행복한 표정들을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아이들이 ‘매일 5월 5일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데, 매일 그렇게 못 해준다는 생각에 미안했다”며 “코로나19가 완화되면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다시 한 번 그런 자리를 마련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사랑샘에는 이 원장을 비롯한 직원 14명이 있으며, 공익근무요원 1명도 직원들을 돕고 있다.

이 원장은 “이곳에 오며 ‘우리로 인해 아이들이 두 번 상처받지 않게 하자’고 직원들에게 당부했다”며 “아이들의 상처와 아픔이 웃음으로 치유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아이들을 ‘올바른 어른’으로 키워야 한다는 굳은 각오가 있었다.

이 원장은 “누군가에게 도움이 받는 것이 당연한 이른바 ‘시설병’은 없어야 한다”며 “아이들이 감사한 마음을 갖고 나중에 어른이 돼서 받은 만큼 돌려주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 원장의 고향은 경북 김천이고, 가족은 남편과 두 딸이 있다. 그는 “대학교수인 남편은 경남 양산에 있고, 딸들도 다 커서 각자 생활을 하고 있다”며 “가끔 주말에 대전에 있는 집에서 모인다”고 말했다.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져 있지만, 이 원장은 그리 외로워 보이지 않았다. 아마 이곳에 25명의 아이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12월이면 돌(첫 생일)이 되는 아이부터 대학교 2학년까지 아이 한 명 한 명이 모두 사랑스럽다”며 “(코로나19)상황이 좀 좋아진 후 가족이 함께 봉사를 오시면 뜻 깊은 시간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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