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롭고, 편안하게… ‘서예’가 그렇습니다.”
“여유롭고, 편안하게… ‘서예’가 그렇습니다.”
  • 노진호 기자
  • 승인 2020.05.29 11: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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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별의별 공방 박혜선 작가
6월 1~30일 갤러리 짙은서 개인전 ‘공백(空白)’
27일 이응노 마을에 있는 별의별 공방에서 만난 박혜전 작가가 옅은 미소를 띠고 있다. 박 작가는 6월 한 달 동안 갤러리 짙은에서 개인전을 연다. 사진= 노진호 기자
27일 이응노 마을에 있는 별의별 공방에서 만난 박혜전 작가가 옅은 미소를 띠고 있다. 박 작가는 6월 한 달 동안 갤러리 짙은에서 개인전을 연다. 사진= 노진호 기자

아무것도 없이 비어 있음, 어떤 일의 빈구석이나 빈 틈….

‘공백(空白)’이란 단어를 인터넷에 검색하면 나오는 뜻풀이다. 하지만 지금부터 전하려는 ‘공백’은 이것과는 조금 다르다. 분명히 비어있지만, 아무 것도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현대서예를 하고 있는 박혜선 작가(34)를 만난 것은 이응노의 집 창작 스튜디오 입주작가들을 찾았을 때다. 우연히 마주쳤고, 기습적인(?) 개인전 홍보가 있었다.

며칠이 지나(27일) 이응노 마을 별의별 공방에서 박 작가를 다시 만났다. 그는 오는 6월 1~30일 속동전망대에 있는 ‘갤러리 짙은(홍성군 서부면 남당항로 689)’에서 개인전을 연다. 2020 전문창작예술지원사업으로 마련된 이번 전시의 주제는 ‘공백(空白) - 비우거나 희거나’이다.

박 작가는 “서예는 사각이라는 틀을 벗어나기가 참 어렵다. 하지만 이번에는 좀 더 공간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여유를 찾으려 했다”며 “여백과 비움의 아름다움을 표현했다. 꽉 찬 그림이나 글씨가 아닌 여유, 그런 것들을 전하는데 공을 들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통적인 방식을 다 깬 것은 아니지만, 뭐랄까 더 자유로워지려고 노력했다”며 “조금 더 편하게 보시라고 색감과 종이 같은 것도 통일했다. 전시회가 열리는 갤러리 짙은의 분위기도 감안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작가는 또 “언제부턴가 사각형에 맞춰 채워 넣는 것이 싫어졌다”며 “글씨도 흘림이나 행서 위주로 딱딱하게 쓰지 않는 편”이라고 전했다.

‘문자를 소재로 하는 조형예술(造型藝術). 점과 선·획의 태세와 장단, 필압(筆壓)의 강약과 경중, 운필의 지속과 먹의 농담, 문자 상호간의 비례 균형이 혼연일체가 돼 미묘한 조형미가 이뤄진다.’

인터넷에 서예(書藝)에 대해 묻자 이 같이 대답했다. 너무 어렵다. 붓을 잡은 지 25년쯤 된 박혜선 작가에게 다시 물었다. 그는 산수초등학교(2007년 3월 폐교) 3학년 때 새로 온 담임선생님의 영향으로 서예와의 인연이 시작됐다고 한다.

박 작가는 “서예는 종이의 느낌, 먹의 번짐 등 재료 자체가 주는 매력이 있다”며 “서양화는 겹치고 또 겹치면서 표현하는 것이 많지만, 서예는 한 번의 붓질에 의해 조형미나 안정감 같은 게 나온다. 그런 게 서예의 멋”이라고 전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붓글씨 쓰는 것 자체가 좋았다”며 “그 시간만큼은 모든 잡념이 사라지고 집중할 수 있다. 그런 게 서예의 매력”이라고 덧붙였다.

박 작가는 홍성여고, 경기대학교 예술대학 서예과를 졸업한 후 8년쯤 전에 고향으로 다시 내려와 2018년부터 별의별 공방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또 복지관이나 자치센터 등에서 강의도 꾸준히 하고 있다.

1년에 2~3회 정도 전시회를 이어오고 있다는 박 작가, 지난해에는 세종아트페어와 대전 dtc갤러리 연례기획전에 참여했으며 이응노의 집에서 개인전 ‘그날의 날씨’를 열었다.

인터뷰 말미 ‘계획’에 대해 묻자 그는 “전 꿈이 없어요”라고 웃으며 답했다. 어쩌면 이 대답에 서예의 멋이나 이번 전시의 주제가 담겨있는지도 모른다. 꼭 다 채우려 하지 않고 비우면서, 그 시간에 집중하는….

‘봄의 정원으로 오라/ 이곳에 꽃과 술과 촛불이 있으니/ 만일 당신이 오지 않는다면 이것들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그리고 만일 당신이 온다면/ 이것들이 또한 무슨 의미가 있는가’

박혜선 작가의 이번 개인전 포스터 이미지로도 쓰인 잘랄루딘 루미의 ‘봄의 정원으로 오라’라는 제목의 글이다.

다음 달 속동전망대에 가면 꽃과 차(茶)와 여유가 있다. 이제 여러분이 그 의미를 만들어 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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