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제는 어제의 해결책에서 온 것입니다”
“오늘의 문제는 어제의 해결책에서 온 것입니다”
  • 노진호
  • 승인 2020.06.17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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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YMCA, 홍성포럼 ‘시스템 사고’ 2차 강의 진행
정창권 박사 ‘피드백·지연’ 등 설명… 모둠별 실습도
16일 오후 명동상가상인회 사무실에서 진행된 ‘홍성포럼’ 시스템 사고 2차 강의 참가자들이 살아 움직이는 피드백 게임을 하고 있다. 사진= 노진호 기자
16일 오후 명동상가상인회 사무실에서 진행된 ‘홍성포럼’ 시스템 사고 2차 강의 참가자들이 살아 움직이는 피드백 게임을 하고 있다. 사진= 노진호 기자

대부분 정책은 좋은 뜻에서 시작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정책은 또 저항에 부딪히게 된다. 민중들이 높으신 분들의 고매한 뜻을 이해하지 못해서일까? ‘시스템 사고’를 통해 살펴보니 그렇지만은 않았다.

홍성YMCA(이사장 유재중·사무총장 정재영)는 16일 오후 7~9시 명동상가상인회 사무실에서 ‘구도심 공동화 극복을 위한 홍성포럼’의 일환인 시스템 사고 2차 강의를 진행했다.

지난 1차 강의(9일)에 이어 강사로 나선 (사)한국시스템다이내믹스학회 정창권 학회장(경영학 박사)은 복습(워밍업) ~ 본 수업 ~ 예고(?)의 순으로 ‘시스템 사고와의 두 번째 만남’을 이끌었다.

우선 정 박사는 3~4명으로 구성된 모둠별로 지역문제 하나를 선정해 구조분석 그림을 그리게 했다. 그는 “영향의 사슬을 앞뒤로 찾아 결과를 만드는 원인을 찾아보고, 그 원인에 대한 역추적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설명을 들은 참가자들은 쓰레기와 인구증가, 홍성천 복원 등을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이며 구조분석 그림을 완성해 갔다. 모둠별 토의를 지켜보던 정 박사는 “이는 새로운 언어(시스템 사고)에 대한 연습”이라며 “중요한 것은 원인과 결과를 파악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날 본 수업도 ‘참여’로 시작됐다. 정 박사는 ‘살아 움직이는 피드백 게임’을 통해 수업 참가자들이 인과관계 사슬을 체험하게 했다. 참가자들은 마주잡은 손(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현장에선 나무젓가락을 사용했다)을 올렸다 내렸다하고 대형을 바꿔가며 시스템 사고의 중요 언어 중 하나인 ‘피드백’에 다가섰다.

정 박사는 ‘강화 피드백(R/+)’과 ‘균형 피드백(B/-)’에 대해 설명한 후 “구조는 가치중립적이다. 그것을 어떻게 받아 들이냐의 문제”라며 “피드백은 항상 있지만 우리가 그것을 보지 못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과관계 ▲피드백 ▲지연 등 시스템 사고의 세 가지 주요 언어를 재차 확인한 후 ‘피드백+지연 연습’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정 박사는 “전염병이 늘어 DDT(살충제)를 더 많이 뿌리면 모기가 줄고 전염병도 감소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곧이어 “DDT를 많이 뿌리면 바퀴벌레가 줄지만 시간이 더 흐른 후(지연) 먹이사슬에 따라 도마뱀과 고양이도 줄고, 그렇게 되면 쥐가 많아져 전염병이 증가하게 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오늘의 문제는 어제의 해결책에서 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박사는 또 ‘정책 저항’을 설명하기 위한 ‘구조 분석을 위한 인과지도(Archetype)’라는 도형을 화면에 띄웠다. 이 도형은 성과의 비교우위에 따라 자원이 배분된다는 ‘빈익빈 부익부(Success to the Successful)’ 개념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예를 들어 기업형 마트와 전통시장의 매력도에 따라 소비자는 양자택일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기업형 마트로 손님이 몰리면 그곳의 매출이 늘고 그것이 재투자로 이어져 경쟁력이 높아져 손님이 더 쏠리게 되는 것이다.

이 같은 구조 트랩에서 벗어나는 방법 중에는 정부의 개입이 있다. 정부의 개입은 기업형 마트를 규제하는 쪽도 있고 전통시장을 지원하는 방향도 있다.

전통시장을 살리겠다는 선의(善意)에서 시작된 정책이지만, 결과는 그 뜻과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정부가 기업형 마트를 규제해 매출이 줄면 고용도 감소하고 협력업체 매출도 줄어 정책의 정당성이 떨어지고 저항에 부딪히게 된다.

정 박사는 “완벽한 해결책(정책)이란 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계속 모니터링하며 수정하고 또 수정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문제’와 ‘해결책’, ‘의도하지 않은 결과’ 등으로 구성되는 ‘시스템 사고 연습’을 모둠별로 진행시켰다. 그러면서 “장님 코끼리 만지듯 서로 문제를 이야기하고 협의해야 한다”며 “문제 해결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새 언어를 연습하는 자리”라고 재확인했다.

강의 말미 정 박사는 “시스템 사고는 ‘지연’에 대한 사고이기도 하다”며 “지역에 대한 태도는 무지(無知)와 무시(無視)가 있는데 더 큰 문제는 ‘무시’”라고 말했다. 이어 “이에 대한 이야기는 다다음 시간에 다루겠다”고 예고했다. 그는 또 “다음 강의 때는 시스템 사고를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게임을 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키웠다.

한편 홍성포럼 ‘시스템 사고’ 강의는 오는 6월 23·30일과 7월 7·14일(매주 화요일 오후 7시 명동상가상인회 사무실) 등 네 차례 더 진행될 예정이다.

16일 오후 명동상가상인회 사무실에서 ‘홍성포럼’ 시스템 사고 2차 강의를 하고 있는 정창권 박사. 사진= 노진호 기자
16일 오후 명동상가상인회 사무실에서 ‘홍성포럼’ 시스템 사고 2차 강의를 하고 있는 정창권 박사. 사진= 노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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