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서 멀어져도, 마음만은 더 가까이…
눈에서 멀어져도, 마음만은 더 가까이…
  • 노진호
  • 승인 2020.06.19 14: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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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군노인종합복지관, 유튜브 영상 제작현장…
유성희 강사 성인문해교육 녹화, 5월 22일 첫 촬영
이수빈 사회복지사 “단 한 분에게라도 도움 된다면…”
18일 오후 홍성군노인종합복지관에서 진행된 ‘홍시TV' 성인문해교육 영상 촬영 모습. 사진= 노진호 기자
18일 오후 홍성군노인종합복지관에서 진행된 ‘홍시TV' 성인문해교육 영상 촬영 모습. 사진= 노진호 기자

# 글을 읽고 싶었던 한 어르신이 있었다. 못 배운 게 한(恨)인 분이었다. 용기를 내 성인문해교실의 문을 두드렸다. 담당 강사는 “공책, 연필 등 학용품을 사갖고 오셔야 한다”고 안내했다. 그러자 그 어르신은 “어디서 사야 돼”하고 물었고, ‘문구점’이라는 답을 들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그 분은 학용품을 갖고 오지 못했다. ‘문구점’이라고 쓰인 간판을 읽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18일 오후 홍성군노인종합복지관에서 만난 유성희 강사가 전해 준 이야기이다. 그는 “문해교육은 단지 글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라고 했다.

이날 홍성군노인종합복지관(관장 육통 스님·이하 복지관)에서는 기존 복지관 유튜브 채널을 개편해 운영 중인 ‘홍시TV(홍성군노인종합복지관 시니어TV)’ 촬영이 있었다. 복지관은 코로나19 여파로 휴관이 길어지자 어르신들의 여가생활을 돕기 위해 ‘온라인’을 선택했다.

이날 오후 2시부터는 성인문해교육 촬영이 진행됐다. 복지관은 국가평생교육진흥원과 홍성군의 지원을 받아 성인문해교육을 하고 있으며, 올해 수강생은 36명(민들레·진달래·무궁화 3개 반)이다.

복지관 이수빈 사회복지사는 “성인문해교육은 5월 22일 첫 촬영을 했다. 매주 목요일 찍어 그 다음 주 금요일 유튜브에 올린다”며 “1편에 15분정도이고 1주일에 6편정도 촬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르신들에게는 미리 학습자료를 전달해 드렸다”며 “영상을 보는 방법을 전화로 설명해드리기도 하고 자녀와 함께 사는 분들은 자녀들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영상 1편의 러닝 타임은 15분정도이지만, 실제 촬영은 더 길었다. 또 촬영한 영상을 편집하는 것도 3일쯤 걸린다고 한다.

이수빈 사회복지사의 큐 사인이 들어가자 유성희 강사는 수업을 시작했다. 그는 “자음자 ‘ㅁ’과 모음자 ‘ㅏ’가 만나 ‘마!’, ”마루, 머리, 모자, 모기, 마차, 그러므로, 미나리“ 등 한 획, 한 글자, 한 단어를 또박또박 어르신들에게 전달했다.

모든 촬영이 그렇듯 NG(엔지·라디오나 텔레비전에서 녹음이나 녹화에 실패하는 일)도 났다. 유 강사는 강의 중간 중간 “어머님들~”이라고 할 때마다 겸연쩍어하며 “어르신들~”이라고 고쳐 불렀다. 큰 차이가 있나 싶었지만, 사연을 들으니 금세 이해가 됐다.

유 강사는 “올해 문해교육 수강생 36명 중 청일점이 있는데 어릴 때부터 일만 하느라 10명이 넘는 형제자매 중 유일하게 교육을 못 받은 분”이라며 “교육의 기회를 박탈당한 ‘비문해 어르신’ 중에는 아무래도 여성이 많다보니 ‘어머님들’이라는 말이 습관이 된 것 같다”고 전했다.

성인문해교육 영상을 촬영 중인 유승희 강사. 사진= 노진호 기자
성인문해교육 영상을 촬영 중인 유승희 강사. 사진= 노진호 기자

유 강사는 홍성군장애인종합복지관과 마을별 찾아가는 교육도 하고 있다.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해 모두 중단됐지만 말이다. 그는 “예전의 문해교육은 자원봉사 위주였지만 점점 전문화·활성화 되고 있다”며 “전 홍성군의 성인문해교사 양성 프로그램에 참여했었고 2014년쯤부터 활동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유 강사는 또 “공부에 대한 어르신들의 열의는 정말 대단하다”며 “40~50분 버스를 타고 오시기도 하고 밀차를 끌고 몇 시간씩 걸어오는 분들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 분들에게는 본인의 이름을 쓸 수 있는 것만도 놀라운 일”이라며 “방안의 달력을 보고, 길거리의 간판을 읽고, 관공서에 혼자 갈 수 있게 되면서 점점 더 행복해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수빈 사회복지사는 “36명의 수강자 전원이 유튜브 영상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면서도 “단 한 명에게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한편 복지관은 현재 ▲성인문해교육 ▲댄스스포츠 ▲서예교실 ▲한자·한학입문 ▲사군자 등의 프로그램을 유튜브에 올렸으며, ▲통기타 ▲드럼 ▲사물놀이 ▲라인댄스 ▲탁구 ▲풍수문화탐방 등도 촬영할 예정이다. 또 각종 행사와 이모저모 등도 영상으로 제작해 공유할 계획이다.

홍시TV 유튜브 썸네일 캡처 화면
홍시TV 유튜브 썸네일 캡처 화면

‘홍시TV’는 유튜브에서 홍성군노인종합복지관을 검색하면 찾아볼 수 있으며, 기타 문의는 복지관 사업팀(☎041-631-0960)으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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